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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연구능력 <2012.10.19 09:24:09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10
  • 조회수1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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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2.10.19 09:24:09



연구자의 연구능력은 어떻게 평가될까?

내가 대학원에 들어간지가 82년도이니 올해로 30년을 연구라는 것을 해 온 셈이다. 지내온 세월을 보면 그저 열심히 달려온 것 같다. 좌절도 많이 있었다. 연구자에게 좋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만큼 무거움 짐이 없다. 연구비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동료교수들간의 비인간적 갈등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내가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실험실을 떠났던 학생들이 버티기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되돌려보면 즐거운 시간이 많았던 같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연구결과에 즐거웠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학위과정동안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학생들과 밤늦도록 술 마시며 인생을 논하고 연구주제에 대해서 논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저 아이들과 같이 한 시간들은 나에 좋은 추억거리이자 자랑거리이다. 괴로운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이 많았던 것을 보면 내 인생이 그리 실패작만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연구자에게 늘 따라 다니는 것은 연구결과이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구결과란 논문이다. 공학자들에게는 특허나 산업화가 연구결과일수 있지만 과학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논문이다. 연구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나노연구분야는 다 학제적인 학문의 특성이 있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혼자서 하기란 어려운 학문이다. 연구단계에서 초기의 연구계획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가능한 가설들이 많이 포함되고 이를 실험 혹은 이론을 통해 풀어야한다. 좋은 연구주제를 선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이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행연구주제를 파악해야하고 내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한다. 경험있는 리더일수록 좋은 연구주제를 선정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과는 달리 아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 그것으로 그만이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위 problem solver가 아닌 problem maker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나면 그 다음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한다. 가끔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 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없기 일쑤다. 그래서 수학의 난제를 알고 있어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주제설정시 제시되는 가설들을 일일이 검증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제시된다. 이 때 우리에게 많은 제약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은 제거되어야 한다. 우리 실험실에서 가능하지 않아도 다른 실험실에서 가능한 것일 경우 협력을 계획해야한다. 또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연구비가 들 경우 포기해야 한다. 또 시간이 너무 걸리면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힘들다. 이런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생이나 포스트닥이 필요하고 이런 경우 장기 연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시설, 인력, 연구비가 현실 가능한 범위내에서 방법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많은 경우 연구리더의 몫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는 피말리는 싸움이다. 학생들을 훈련시켜야하고 때로는 자포자기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어야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동안 학생들이 좌절한다. 연구는 남들이 해보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고 따라서 잘 되지 않는 것이 그 속성이다. 잘 되면 운이 좋거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연구의 속성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당연히 실망을 많이 하게 된다. 긍정적인 사람들이 연구에 적절하다는 말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또 이 연구결과가 연구비와 물려있으면 연구자들은 더욱 초조해진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연구비가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연구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달성하기 불가능한 일은 없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되면 가더라고 다음 세대가 이 문제를 대신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불가능이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연구 결과를 얻으면 사실상 다 한 것이다.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고 다 정리된 실험노트가 있으니 보존도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하나의 연구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사실 과학의 전통은 기록에 의한 지식의 계승이다. 이것이 동물사회와 다른 점이다. 지식의 축적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고 더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실험실의 노트기록만으로 지식의 전달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논문이라는 것을 써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기록의 목적 이외에도 그 기록을 최대한 빨리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이 비록 수학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갖고 있지만 현대과학의 복잡성은 수학만으로 기술하기에는 수학의 한계가 너무 크다. 그래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논리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갈수록 논문을 쓰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실험한 결과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과학은 공유되지 않는다. 그 복잡성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시켜야 지식이 공유된다. 따라서 논문을 잘 쓸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논문을 잘 쓰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논문을 잘 쓰는 것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좋은 저널일수록 일반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써야 한다. 네이쳐난 사이언스 논문을 써 본 사람이면 내 말이 실감갈 것이다. 논리가 정연하게 잘 서 있다고 반드시 잘 쓸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한 분야 전문저널에 가기는 쉽다. 그러나 하나의 학문분야를 대표하는 그 분야 최고저널에 가기는 어렵다. 후자의 경우는 내 분야가 아닌 일반 과학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한다.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어렸을 때의 습관과도 관련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교적 쉽게 이를 달성한다. 일기를 꾸준히 써 온 사람도 이를 극복하기 쉽다. 그러나 누가 이를 다 만족할까? 그러니 좋은 연구자자 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하는 능력, 세심한 실험, 좋은 글쓰기 습관, 아주 쉬운 것 같지만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되지 않으면 단 시간에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세상에 안 되는 것이 어디 있을까.. 다만 시간이 걸릴 뿐... 나도 느린 사람 중 한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