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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과학 <2012.04.27 09:44:32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10
  • 조회수1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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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2.04.27 09:44:32



사람처럼 오랫동안 교육을 받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생명이 생겨 어미 뱃속에 있는 기간도 다른 동물에 비해 길고 또 그만큼 육체적으로 독립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디 그 뿐이랴.. 유치원에서 시작한 교육이 대학이 지나도 독립하기가 힘들다. 세상이 복잡해져 관련지식을 모두 쌓기가 힘든 탓이다. 말하자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소양을 쌓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과학을 정복하기란 더욱 어렵다. 보통의 교육기간이외의 대학원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것도 어려워 박사학위후 박사후 연구원이라는 경력을 거쳐야 비로소 혼자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인생 60에 절반을 배우는데 시간을 바치는 셈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우리는 배운다. 빨리 배우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 배우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좋은 대학에 가고 비교적 살아가는데 순탄한 길을 가게 된다. 그렇다고 후자가 반드시 못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돌아갈 뿐이다. 그렇게 머리에 논리 훈련을 시키다보면 우리의 생활도 그 논리에 맞추어 살게 된다. 그렇게 논리에 맞추어 살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틀에 빠지고 그 틀을 벗어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느 사회든지 그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가 있고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거기에서 벗어나면 그 사회는 그 사람을 배격한다.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신병자의 구분은 어디일까.. 그들의 세계는 우리가 이해 못하는 세계이다. 그래서 우린 그것을 정신병이라고 부른다. 동성애자의 경우도 그렇다. 정상적인 사람은 이성에 대해 성적호감을 갖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그것은 타고 난 것일 수도 있고 환경의 변화에 기인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런 제도를 용납하기 힘들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늘 우리를 새롭게 하는 것이지만 배운 순간 우린 그 논리의 층을 다시 쌓는다. 그 층은 쌓을수록 더 두꺼워져 배우다보면 우리는 논리의 매너리즘에 빠져든다. 여기에 과학의 모순이 있다. 과학은 늘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데 가치를 둔다.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알아야하고 또 기존의 틀을 깨야한다. 서로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과학자들의 숙제이다. 그래서 배운 순간 잊으라고 한다. 배운 순간 그 논리를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기존의 것을 모르면 새로운 것을 정의할 수 없으니 또한 기존의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의 과학의 수수께끼다.

과학은 내가 갖고 있는 고정관렴 깨기다. 수없이 배우고 수없이 깨기다. 껍질을 쌓아가면서 동시에 껍질을 부숴야한다. 그것은 피말리는 작업이다. 그런 작업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것을 쌓아간다. 그리고 또 부수고.. 그렇게 우리의 이해대상을 넓혀가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틀을 깨는 것.. 그러게 위해서는 그 틀이 무엇인가를 알아야하는 것... 그래서 과학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