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상념 <2012.03.18 18:36:53 >
- Writer이영희
- RegDate2013-04-10
- Hit11563
- 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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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2.03.18 18:36:53
모처럼 해가 뜨는 일요일이다. 구름이 조금 덮혀 있지만 온도가 많이 올라가 따스한 느낌이 들게 한다. 지루한 겨울 끝에 오는 봄의 느낌이라 그런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유난히도 춥고 길게 느껴졌던 겨울은 나만의 느낌일까..
조용한 일요일 오후다. 티볼리 라디오에서 나오는 비발디 음악은 오는 봄의 화사함을 알리는 전령처럼 느껴진다. 얼마만에 느끼는 한가로움일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들락거린다. 마음속에 어우러지는 감정들, 복잡함... 불교에서는 이런 우리의 상념조차 우리가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나는 무엇일까... 나는 내 인생에서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리고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전쟁터의 한복판쯤 있는 것일까.. 아님 조금은 뒤편에서 안이함을 추구하고 과거의 용맹스러움을 기억하여 어깨에 조금은 힘을 주어가며 퇴역을 기다리는 전쟁의 영웅쯤 되는 것일까... 아님 아직도 다음 전쟁을 기다리며 전의를 불태우는 역전의 용사가 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 아직 나에게 싸울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님 전의를 상실한 추한 병사의 모습일까...
선생으로서 나는 어떻게 된 걸까... 아니 정말 선생으로서 자격이라도 남아 있는 것일까... 살아온 부끄러운 모습들... 상처뿐인 기억들... 좋은 날들... 부끄러운 날들... 감격의 날들... 졸업을 앞두고도 방황하는 마음들을 두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간이 부족해 아이들과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는 과연 아이들 앞에 설 자격이 있을까... 그들의 마음 어디쯤에 내가 들어가 있을까... 아니 내 마음의 어디쯤에 그들이 들어와 있을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나... 아니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내가 아닌가...
연구자로서 난 또한 누구인가... 나는 게을러지지 않았나... 아직도 나는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까.. 난 아직도 나와 싸우고 있는가... 개으름에 거슬러, 안주에 거슬러, 모두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만큼 늘 논리에 칼을 갈고 있는가... 난 아직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까... 난 그냥 단순히 이기주의자일까... 효율만을 추구하는 기계가 되어 버린걸까... 난 아직도 한줌의 따뜻함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 걸까.... 아니 그 한줌조차 없어져 버린 걸까....
여기에 주저앉을까... 아님 무엇인가를 통해 또 나를 증명해야 할까... 몸이 불편하신 노모를 그냥 저렇게 두어야할까... 나를 증명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법.. 내가 속한 사회에 기여하는 법...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다시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 하는 법,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법... 다가오는 봄날을 퍼지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법... 봄은 동물들에게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들이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