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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 <2011.07.16 09:26:30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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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1.07.16 09:26:30



캠브리지를 나와 3시간을 버스를 타고 조금은 일찍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끔은 오는 곳이지만 전혀 정감이 가지 않는다. 비좁고 시끄럽다. 정리라곤 되어있지 않은 느낌이다. 15년 전 쯤인가 이곳을 지나 독일에 간 적이 있는데 짐을 찾지 못했다. 돌아올 때도 그랬었다. 그래서인가 여전히 이곳은 나한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먹을 것이라고는 감자칩과 소고기... 어쩌다 다른 메뉴를 시키면 곧바로 실망한다. 그래도 학회장 옆 야시장에서 과일 이것 저것 사먹는 것은 여전히 기분이 좋았다. 과일은 만국어이다. 어디든 똑 같은 신선함이 있으니 말이다. 체리는 3파운드에 조금밖에 주지 않는다. 여전히 여기서도 비싼 셈이다.

캠브리지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그 곳에 버스로 도착한 중국인 부자를 보았다. 선진에서 여행 온 부자인데 아들은 10살이라고 소개한다. 뚱뚱한 몸매가 우선 부모에 끌려서 이곳에 온 것 같다. 얼굴에는 별 느낌이 없다. 아마도 아들에게 세계 최고의 대학을 보여 주려고 온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지도를 주며 학교에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더니 무척 고마워한다. 하긴 부모의 심정은 이해간다. 아이에게 세계 최고의 대학을 보여주며 아마도 아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려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킹스칼리지 앞에는 의외로 관광객이 많다. 전 세계에서 온 단체 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 아이들이 그 앞에서 무엇을 느낄까. 내 세대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많이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받는 아이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그 기회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자꾸 주입하려고 한다. 자기들이 고생한 길을 아이가 가능한 피하고 정도를 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눈 있는 자는 볼 것이다. 인간은 불행히도 과거를 통해 배우는 지혜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격고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우리도 그래왔지 않은가... 예수님도 어려서 스스로 신격을 자각하지 못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모순과 부조리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깨달아간 것이다.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을 끌어안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도권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 교육은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일이다. 그리고 인내하는 것이다. 언젠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냥 끝없이 물을 주어야 한다. 그래도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번 나노튜브 학회를 참여할까 사실 많이 망설이다 왔다. 학회에서 내 역할을 생각했지만 여기 와서 그런 나의 역할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전히 악의에 가득 찬 데이빗의 독설을 들으면서 사람은 참 태도를 바꾸기가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쩌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맺혀 있을까.. 몇 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잘 대해주리라 생각도 했지만 난 그렇게 관대한 사람이 아니 모양이다. 잘 대해주다가도 그런 태도를 보면 그냥 얼굴이 돌려진다. 사실 한국사람들이 이 분야에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고 따라서 학회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그래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원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여전히 몇 사람에 의해 의견이 좌지우지된다. 기준이 그때 그때 변한다. 데이빗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위원회에서 제외된다. 그런 집단내에 들어가기 싫다. 자존심이 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그 소속에 남아있는 것이 역겹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토니 하인즈의 강의는 정말 훌륭했다. 호텔에 있으며 이것 저것 연구주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오히려 좋았다. 그래핀의 밴드갭 엔지니어링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영국인들은 별로 친근감이 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들이 갖고 있는 허세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이름 때문에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그냥 이곳에 자기돈 가지고 와서 연구해주기를 원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캠브리지 사람들이 한국을 자주 오는 이유는 한국의 기업체에서 돈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하기야 그런 것이 사회의 원리다. 강자 주위에 붙어서 사는 것... 그래도 난 그러기 싫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어렵더라도... 한국에서 성대에서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강대국에 빌 붙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인지 모른다. 내가 이 사람들의 그런 태도를 싫어하는 만큼 더욱 나를 째찍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또 한국으로 돌아간다. 내가 속한 곳으로... 어렵다고 실망하지 말고 실패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이들을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외국에 가서 기술을 배워오기 보다는 외국인들이 우리한테 와서 기술을 배우도록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내 세대에서는 못 이루더라도 다음 세대에는 가능하기를 기대하면서. 짭ㄹ은 기간이었지만 무척 피곤하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목이 칼칼하다. 콧물도 조금씩 나온다. 아플 것 같다. 일이 밀려 있어 아프면 큰 일이다. 찜질방에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하긴 아프다 핑계대고 쉬고 싶은 생각도 있다. 잠깐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