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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2011.02.20 11:19:24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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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1.02.20 11:19:24


전에 가 본 적이 있는 뉴질랜드였지만 이렇게 먼 거리로 느끼지 않았다. 비행기로 12시간이라니... 전에 시간차도 못 느꼈던 것 같은데 4시간이나 난다. 이렇게 푸른 하늘이었을까... 그 때는 왜 보지 못했을까... 온 몸이 피곤한 탓이었을까.... 그 때는 스트레스가 쌓여 그저 무작정 떠나고 싶어 간 곳이 뉴질랜드였다. 땅속 깊은 동굴 속 물들, 빛내는 벌레(glowworm)가 벽에 붙어 만든 별들이 가득해보였던 동굴 속..., 9m 낭떠러지 래프팅, 자일링, 온천, 양떼들, 끝없는 초원... 그런데 맑은 하늘 기억이 없다.

북반부와 남반부는 계절이 반대다. 여기는 여름이다.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오클랜드는 복잡한 듯 하면서도 인구 백만이 사는 깨끗한 도시다. 해변이 접해있어 그야말로 천해의 도시로 오클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다. 오클랜드 대학 근처에 숙소가 있고 또 대학 옆에 다운타운이다. 기억이 난다. 내가 머물렀던 곳, 걷던 길들... 짐을 풀고 일행 4명이 어린애처럼 수다 떨며 시내를 구경했다. 일요일이라 일정이 없고 일찍 도착하니 마음이 편하다. 4시간의 시간차가 있어서인지 12시간의 긴 비행시간이어서인지 피곤했지만 제일 연장자인 한 교수님은 멀쩡하시다. 정년이 다 되셔도 건강한 모습이 참 부럽다. 나보다 젊은 교수들과도 아무 부담없이 잘 어울리신다. 한국음식점이 많이 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일요일이나 모두 문을 닫았는데 한국음식점이 열어 가 보았더니 모두 한국사람들이다. 아마도 어학연수를 위해 온 한국학생들인 듯하다. 음식은 맛이 없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먹을 수 있는 한국음식이 반가워 모두 맛있게 먹었다. 전에 왔을 때는 이 곳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맛이 더욱 정갈했는데... 같이 어울려 시내 곳곳을 구경했다. 아니 남자들끼리 수다떠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국에서는 모두 바빠 대화한 마디 힘든 사람들인데 여기에 오니 모두 친한 친구가 되었다. 황교수는 이렇게 만나 대화한지 십 몇년이 넘은 것 같다. 그 때는 어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벌써 50이 되었단다. 세월이 그렇게 간다.

4시간의 시간차 밖에 없는데 잠을 설쳤다. 다음날은 오클랜드 대학에 방문하여 초청자인 이박사와 함께 사람들 만나고 자유스럽게 토론하는 날이었다. 공대건물은 좋았지만 연구력은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시설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중국출신 가오 교수가 사람들을 소개해준다. 오전을 그렇게 보내고 오후는 자유시간이었다. 모두들 골프를 가기로 해서 나도 같이 합류했다. 한국에서 한번 밖에 쳐보지 않은 골프여서 민폐끼쳐 가지 않으려 했지만 그 사이 친해져 모두 가자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이박사 동생이 여기서 변리사로 자리잡고 있어 골프장을 미리 예약해 놓았다. Gulf course로 이 동내에선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PGA도 열린 곳이라 자부심도 많았다. 햇볕이 따가워 모두 준비해온 선탠크림도 바르고 골프장에 가 모자도 샀다. 골프공도 잃어버릴 것을 대비해 15개나 샀다. 골프비는 최고의 골프장이라해도 8만원 정도이었다. 한국에 비하면 어림없이 싸다고 했다. 아니다 다를까 해변을 끼고 만들어진 골프장은 정말 아름다웠다. 곳곳에서 사진도 찍었다. 골프치는 요령을 한가지 씩 배웠다. 18홀을 돌면서 공 7개를 잃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곳곳에 험한 곳이 있어 공을 잃기가 쉬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당히 칠 수 있어 사람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 중 파도 하나 했으니 운이 좋은 셈이다. 골프장에 와 보니 같이 치는 사람들끼리 별 이야기를 다 한다. 연구이야기는 물론 사람 사는 이야기, 골프에 관한 이야기들... 그래서 이 맛으로 골프친다고 한다. 날씨는 더웁고 햇볕은 따가워 쉽지 않았다. 전기카트를 타고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걷는 거리가 길다. 그것도 뒤팀에 뒤지지 않기 위해 모두 속보다. 후반에 들어와서는 정말 지쳐서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렇게 치고 나서 한국 음식점에 들렀다. 제일 연장자인 한교수님이 한턱 내기로 했다. 고기를 구워먹고 먹는 동침이 국수는 아주 일품이었다. 아마 한국에서도 먹기 힘든 맛들일 것이다. 모두들 골프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교수가 아니고 모두 골프를 좋아하는 소년들로 돌아간 것 같다.

다음날은 오클랜드대학에서 모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곳 연구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오전에 그렇게 끝내고 오후에는 전에 하와이 미팅에서 만났던 Ashton교수와 같이 개인 면담을 했다. 지붕에 올리는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값싼 공정으로 대량생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우리 투명전극 필름에 관심이 있었다. 북섬의 해변가에 가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친구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나중에 회사를 차려도 될 듯 싶었다. 여기는 공해산업이 없고 모두 기술 개발에만 신경쓰고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은 다른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는 이곳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Andrew 사장이 나왔다. 젊은 친구였다. 아버지가 뇌암으로 이미 회생불능을 선고받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회사를 갖고 있는 친구였다. 기술은 비밀이라고 말하지 않아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학문적인 사람들이기보다는 현장 엔지니어인 사람들이다.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Andrew는 들어가고 Ashton과 저녁은 생선 집에 갔다. 해변가에 자리잡은 식당은 사람들이 가득찼다. 음식은 생선그릴로 맛이 괜찮았다. 그렇게 저녁 늦게 호텔에 들어오니 골프장에 갔던 다른 일행도 마침 들어와 있었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교수들한테 이런 시간이 허용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다음날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새벽부터 남쪽인 Christchurch로 갔다. 거기에는 Canterbury 대학이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미국대학교수 Macdiamid 노벨수상자를 기념하여 나노연구소가 있는 곳이다. 모든 여행은 이곳 사람들이 완벽하게 준비해두어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Blaikie 교수가 미팅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여기는 거의 모든 것이 완벽히 영국식이다. 평지위에 생겨진 인구 35만의 도시, 집들은 미국의 집들을 흉내내고 있다. 도시 건물은 유럽식으로 고풍스럽다. 전차도 다닌다. 도시 가운데 흐르는 개울 물은 놀랄 정도로 깨끗하다. 하늘은 푸른 물감색이다. 아름드리 나무는 대학전체에 그득하다. 대학교수 전용식당은 아주 깨끗하다. 하기야 학생출입이 안되니 작게 운영해도 되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갔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대학과 아주 비슷했다. 이 대학 수준은 아주 높았다. 모두 경쟁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핀 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저녁때는 이곳의 전망대에 올라갔다. 캐이블카를 타고 산 꼭대기에 가니 사방에 산이 있지만 모두 벌거숭이다. 피요르트 지형이라 그런가보다. 나무가 자랄수 없는 지형인가 보다. 산너머로 남극에로 출발하는 항구가 보인다. 멀리 유럽에서 온 유람선도 정박해 있다. 얼마 전 아이티에 난 지진 강도 7.1로 같은 지진이 여기에서도 발생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도시가 해를 입지 않았다. 모두 준비한 탓이다. 인명피해도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놀라울 뿐이다. 지진도 그러고 보면 천재가 아니라 인재인가 보다. 준비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우리나라는 지진이 나면 어떻게 될까. 정말 아찔하다... 훗날 후손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그렇게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이런 과정 중 교수의 직업은 피할 수 없나 보다. 모두 각자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서로 부족함을 채우는지 파악하는데 이틀이 소요된 셈이다. 모두들 맥주 한잔 마시고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 자연적으로 연구주제가 도출되었다. 말하자만 소규모 연구팀이 생긴 것이다. 서로를 먼저 이해하니 나머지가 저절로 해결되었다. 자연적으로 한국에 돌아가 해야 할 일들을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가 계획이 세워졌다. 각자가 연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 잔소리가 필요없다. 그럼 면에서 이번 여행은 참으로 유익했다. 어떤 학회보다도...

다음날 오후는 정말 나를 위해 골프장을 여기 동생이 골랐다. 쉬운 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모두 과제를 도출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신이 났다. 나도 골프 드라이브 치는 요령, 퍼팅하는 요령, 아이언치는 요령을 모두 배웠다. 덕분에 공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또 걸어서 18홀을 돌며 내가 체력이 많이 떨어짐을 실감했다. 이런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시간은 아깝지 않을 듯 싶었다. 그러나 이것도 균형의 문제일 것이다. 이 정도 치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더 이상 잘 치려고 노력하려 시간 투자 안해도 될 것이다. 사람 사는게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