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
Search

일요일 오후 <2010.11.21 23:44:1>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4022
  • 파일
내용보기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11.21 23:44:12



일요일 오후 이 시간이 좋다. 오후면 가끔 나타나는 학생도 있지만 이런 저녁은 모두 집에서 쉬고 있다. 조용한 오후 저녁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해방인 이 시간이 좋은 것이다. 밀린 일도 하고 홈피도 업데이트하고 글도 쓴다.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하고 지난 주일을 반성하고 다가오는 주일을 생각하는 것도 좋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것 같다. 태어날 때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주위로부터 기대감을 갖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자기가 한 행위로 평가를 받고 죽는다. 그렇게 혼자 가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 때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전에는 혼자 있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늘 집에 친구들을 부르는 것이 좋았다. 그런 나를 집식구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있는 것이 좋다. 외로움, 고독함이 나의 일부가 된 것이다. 아니 아마도 이런 것이 우리 인간의 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피할 수 없다는 것. 마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어차피 새로운 생각은 없다. 다만 기존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평형을 잃기 쉽다. 이번 주도 그런 주였다. 지난 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상의하고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했지만 주위의 바쁜 사정들이 나를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더라도 깊이 생각하고 하나씩 더 붙들고 더욱 많이 생각해야한다. 우리가 도전할 목표를 늘 새롭게 쳐다보고 한 주씩 얼마나 실천했는지 점검하고 거기에서 또 더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주 나름대로 목표를 정리했지만 아직까지 토의 못한 주제들도 있다. 아직도 모드 전환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모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그 속도가 다르고 능력도 다르니까. 그런 반면 많은 사람들이 다르게 각오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다. 그것이 우리 실험실의 능력인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시켜야 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지 않는 한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많은 것을 정리해야 한다. 모든 일이 시간 싸움이고 결국 누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누가 얼마나 좋은 논문을 쓰느냐를 결정한다. 대학원 기간은 그냥 유학가 외국에 있다고 생각하면 가장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면 모든 불필요한 일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친구 만나는 것도 줄여야 한다. 온갖 생일잔치, 결혼식, 돌잔치 쫓아 다니는 것 모두 줄여야 한다. 인생에 있어서 대학원 기간이 과학자들에게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지금 얻지 않으면 다시 나를 발전시킬 기회가 없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자기 모드의 전환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평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 이번 주에는 결론이 날 것이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 지구가 무너지더라도 오늘 나무를 심는 마음처럼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한테 좀 더 따뜻하게 대할 수는 없을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줄 알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늘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마치 그 괴로움을 즐기는 것처럼.... 왜 그런 모습들이 내 눈에 보일까. 단점은 보지 않고 그저 장점만 보는 눈만을 가질 수 없을까.



실험실 식구들은 평생을 같이 할 선후배 동료들이다. 일생동안 서로 보지 않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평생 적이 된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가장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반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 평생 적이 된다. 적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실험실 상황은 모두에게 그리 쉽지 않다. 가끔은 서로의 이익이 교차하고 그러면서도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이 실험실의 상황이고 그것이 또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가끔은 서로 fair game을 하지 않아 상처도 받는다. 전에는 달마다 있었던 생일 모임도 박사모임도 이제는 없어진 것 같다. 모두 바쁜 탓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욱 바빠지겠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고 또 더 나아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또한 우리의 과학에 대한 이해와 과학의 질도 동시에 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서로에 대한 비난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대화, 또 비난할 때는 그런 대화를 피하는 우리의 노력, 그것이 실험실 분위기를 개선하고 동료애로 이어지고,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동반자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모두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