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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에서 <2010.10.17 15:46:13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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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10.17 15:46:13


하늘에서 본 난징은 호수 천국이다. 크고 작은 호수가 끝도 없이 그림같이 펼쳐있다. 집도 옹기종기 연립주택처럼 아담하게 모여 있고 나무도 많아 이제까지 본 중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도시는 틀림없이 그린 도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여느 도시처럼 매연이 가득하고 먼지가 많았다. 아침에는 먼지 때문에 물차가 도시 거리에 물을 뿌린다. 그렇게라도 먼지를 제거하려 하지만 여전히 먼지가 자욱하고 택시의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다.



호텔은 5성이지만 서비스나 시설은 영 아니다. 호텔 뒤의 아파트 모습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다. 다운 타운의 초호화식 고층빌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자본주의식 빈부의 차이가 여기서도 그대로 있다. 과거에 비해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이런 모습의 차이는 아마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마지막 날 시간을 내어 시내를 구경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다. 하기야 5백만이 넘는 도시이니 그럴 법도 하다. 전에 서울 인구가 육백만 시절 촌놈이 서울 처음 와서 거리 빽빽이 걷는 사람 사이에서 느꼈던 공허감... 여기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까하는 의구심등이 이 사람들 사이에도 있을 것이다. 관광팀끼리 먹기 위해 간 점심 식당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시끄러움, 매스꺼움등 도저히 적응이 안 되었다. 하기야 중국 갈 때마다 늘 좋은 곳만 안내받아서 갔으니 이런 경험이 낯설기도 하다. 처음으로 돈을 주고 관광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식당 식탁은 더러워도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 그냥 원래 몇 겹으로 쌓여 놓여 있던 얇은 비닐 한 장을 떼어내고 식탁을 감싸주면 된다. 음식 주문도 관광가이드가 자동으로 알아서 시킨다. 하기야 일인당 20원 음식이니 무엇을 더 바랄까. 음식 맛도 형편없다. 밥도 사발채로 퍼서 떠 먹도록 갔다 준다. 그래도 다른 외국인들 모두 다들 잘 먹는다. 서양사람들은 우리보다 적응력이 좋다. 전날 갔던 이 고장 토속음식도 입에 맞는 것이 거의 없었다. 같이 갔던 대만 친구들도 음식이 생소하여 거의 먹지 않았다. 남방문화는 북방문화하고 많이 다른 것 같다. 북쪽에서 그리 흔하게 보는 김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음식에 매운 맛이 거의 없다.



3일 동안의 학회는 나한테 또 자극이 되는 학회였다. 중국사람들의 과학은 볼 때마다 변한다. 이제는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같은 것을 갖고 경쟁하면 거의 우리가 뒤진다. 이 사람들의 발전속도를 우리조차 따라갈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실험실에서 조차 어떤 일을 드라이빙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설쳐도 학생들이 따라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마음은 저 멀리 가 있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이 사람들과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다른 생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남들보다 다른 생각들.. 문제는 이들도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나는 과연 workholic 일까...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데 과연 가치있는 일일까. 그냥 안하면 되지 않을까.. 조금 편히 살 수 있은데.. 왜 꼭 남보다 잘 해야할까.. 나도 그냥 남들 놀 때 놀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일요일 학교에 나와 고민할까... 연구 열심히 안 해도 살 수 있는데...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잘 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후 쉽지 않다. 학회를 갔다 오면 새로운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지만 어떻게 풀어야할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