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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메 <2010.08.29 21:46:13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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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8.29 21:46:13


이지메란 말은 일본어인 ‘이지메르‘ 즉 괴롭히다, 들볶다 라는 동사가 명사화되어 생겨난 말로 어떤 특정한 대상을 두고 집단이 다 같이 괴롭히는 일을 말한다. 괴롭히는데는 뚜렷한 이유가 없으며 그 대상은 대개 ’약하고 힘없는 존재‘이다. 이지메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녀노소 고하를 막론하고 집단이 구성된 인간사회 어느 곳에서든지 존재하는 암적인 요소다.



이지메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는 가해자,피해자, 관객, 방관자의 4자관계 즉 4중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유형, 둘째는 동료집단 내부에서 일어나는 유형으로 보스, 집행자 및 피해자의 3중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유형, 셋째는 특정한 집단이 집단 외의 사람을 폭행하거나 괴롭히는 유형, 넷째는 일종의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에 기인한 것으로 이질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발생하는 유형 등이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셋째나 넷째에 해당하는 유형이고 이것은 우리 사회가 시간을 두고 글로벌시대에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편견을 깨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중 우리가 경계하는 부분은 특히 첫째 혹은 둘째 유형이다. 이것은 한 집단의 효율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자칫 집단자체를 와해시킬 만한 힘도 동반한다. 메카시즘이 그 좋은 예이다.



이번 학기를 맞이하여 신입생 수가 많아졌다. 단순한 신입생 수가 아니고 외국인 수가 많아진 것이다. 적어도 올해는 이 숫자를 유지해야 한다. 에너지학과를 운영하면서 생긴 문제이다. 이렇다고 학과의 문제를 홀로 해결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그러나 성공할지 결과는 알 수 없다. 나로서는 모험일수 밖에 없다. 우선 이렇게 많은 숫자의 학생은 나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또 외국인이 이렇게 많은 것도 처음이다. 또 한 나라에서 많은 학생들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도 깨졌다. 따라서 또래끼리 모일 가능성도 더 많아졌다. 이제까지도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는데 앞으로는 더욱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내 이득만 생각하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국 학생들이 받는 부담도 더 커졌다. 여기에 따른 불협화음도 많아질 것이다. 실험팀을 구성하는데도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어떻게 다 해쳐나갈지 모르겠다. 가끔은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다. 할수만 있다면..



그러나 아직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가야한다. 가장 걱정되는 단어는 이지메이다. 실험실 크기가 커지고 또 식구들간의 이질감도 커졌으니 이 부분이 가장 부담스럽다.



한국 사람들의 관계는 끈적끈적하다. 서로에 대해 알기를 원하고 또 그런만큼 비판도 서슴치 않는다. 그것이 개인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가리지 않는다. 술을 먹으면 모두 언성을 높혀 남들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옆에서 동조하지 않으면 동조하지 않은 사람도 때거리로 욕을 먹는다. 특히 선배가 이일에 앞서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내가 잘못한 것은 잘 보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못하는 것은 잘 보인다. 보인대로 다 비난하면 인간관계가 남아나지 않는다. 얼굴이 두꺼운 배짱좋은 그리고 염치가 좋은 사람들은 이 관계 속에서 살아남지만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소심한 소위 A형 사람들은 살아남기가 힘들다. 늘 상처받는다.



이제까지도 이런 일들이 실험실에서 늘 발생해 왔다. 그렇게 남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런 말 때문에 피해받는 것도 모른다. 그러나 받는 당사자의 정신적 피해는 심각하다. 그것 때문에 실험실을 그만두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도 일일이 잘못했다고 간섭하면 일은 더욱 커진다. 때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고작 내 할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과연 이렇게 대처할 수 있을까....



30명이 넘은 숫자가 그것도 서로 다른 문회의 사람들이 섞여있으면 이제 도리가 없다. 나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난관을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올해는 우리 실험실에서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모아 창의적인 생각을 도출해내면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이다. 그것이 내 실험실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서로 다른 문화가 이질감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이지메의 감정으로 이어지면 우리는 망한다. 어떻게 후자를 막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조금은 더 도와주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주위 사람이 부정적이고도 비난하는 말을 하면 못하게 하거나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단호한 마음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의 발등을 스스로 찍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선배들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나도 이 부분을 볼 때마다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우리 실험실이 얼마나 성숙되어 있는지를 가늠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잊지 말자.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러니 남을 비판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보자. 나도 같은 잘못을 하고 있지 않는지... 그런 담금질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