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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민족성 <2010.07.11 17:54:19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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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7.11 17:54:19


지난 주말 늦게 도착하여 월요일 종일 밀린 일 처리하고 나니 또 일본 여행이다. 동북대에 미리 약속해놓어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삼일간의 여행이지만 여기서 하타케야마라는 교수 연구팀과 깊게 토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은 행운이었다.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으면서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학생들이 과거 연구논문을 자세히 찾아보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경쟁자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우리 실수다. 이 사람들은 우리를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본은 정말 연구 잘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하나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정말 겸손히 죽어라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다.

일본에 오면 어느새 즐기는 음식이 있다. 나또라는 것인데 우리나라 생청국장이다. 작은 통에 들어있고 통 안에는 약간의 겨자와 간장이 있어 같이 섞은 다음 오랫동안 휘저으면 (50회 이상이라고 한다) 곰팡이가 하얗게 거품처럼 피어오른다. 많이 오를수록 좋릉 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끈적함과 그 향이 묘하다. 그것을 계란하나와 밥에 비비고 김과 함께 먹는다. 아침 식사마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몇 년전 일본에 한달간 머무르면서 배운 음식이다. 처음에는 냄새가 고약하여 먹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냄새는 커녕 먹고 난 후 입안에 오래까지 남아있는 단맛과 텁텁함, 알 수 없는 부드러움이 다음 날을 기다리게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양치질을 한 후 밥을 먹고 양치질을 다시 하지 않고 이 맛을 느낀다. 오후에 방문한 사이토 선생과 식료품 점에 가서 몇 개를 샀다.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어 기대된다.

세계를 돌아다니면 각국의 음식을 먹어보면서 음식이 각국의 문화, 민족성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본음식을 처음 먹을 때는 정말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맛이 없다. 음식에 양념을 거의 넣지 않는다. 회도 그냥 와사비 하나면 충분하다. 모든 음식이 그렇게 단백하다. 반찬이라야 다꾸앙, 오이절임 (그것도 안짬), 생강절임 정도. 미소국도 우리 된장국과 달리 그냥 맛이 없다. 다행이 도후꾸 지방은 그나마 간이 적절하다. 덕분에 아침에 미소국을 두 그롯이나 먹었다. 사시미도 사시미 그 자체의 맛을 느끼려 한다. 양념이나 김치같은 자극적인 것은 이 사람들과 거리가 멀다. 이런 음식의 특성으로부터 일본사람들의 성격을 볼 수 있다. 일본사람들은 가까운 친구나 먼 친구나 대하는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십년 이상 만난 사람도 사람의 정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는다. 내가 해주는 만큼 받는다. 그러나 마음을 그리 열기가 쉬운 상대들이 아니다. 사람의 관계가 이리 밋밋한 것은 음식 맛이 밋밋한 것과 관계가 있을까... 만나지 않는다고 멀어지는 관계도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우리처럼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음식에다 스트레스 풀 기회가 없다. 그래서 휴가는 자극적인 곳을 찾아 떠나는 것 같다. 한국에 일본 관광객이 많은 것은 아마도 자극적인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일본사람들의 성향과 관계있지 않을까. 반면 우리는 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다. 맵고 짜고 뜨거운 것을 먹고도 시원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격도 대게 다혈질이다. 금방 화내고 죽일 것 같이 싸우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늘 국민들을 속인다. 지금만 넘어가면 다음 선거에서는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때 또 다르게 행동하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휴가는 조용한 곳을 찾아 쉬고 싶어한다.

중국음식은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그 어느 음식이건 대게 기름에 튀기거나 볶고 양념이 많아 음식이 가지는 고유한 맛을 찾아내기 힘들다. 중국에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있지만 이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어도 튀긴 음식처럼 모두 하나로 귀화된다. 대신 고유의 맛이 없다. 전 세계 어디서도 중국음식이 사랑받는 것은 이런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잘 어울려 산다. 어울려 튀겨지는 음식처럼... 미국 음식도 특징이 없다. 대신 미국에서는 각국의 음식을 그대로 먹어볼 수 있다. 마치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각국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는 것처럼. 이것이 중국과 다른 점이다. 중국은 모든 문화를 흡수하여 중화시키는 반면 미국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한다. 대신 그들 문화를 장점을 수용하여 현재의 미국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음식은 우선 모양이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모양이 없으면 고급 프랑스 음식이 아니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와인도 그 종류가 엄청나다. 그 맛의 차이도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다. 아마 발효음식의 특성일 것이다. 치즈의 종류도 많지만 냄새나는 치즈를 고급치즈라 즐겨 먹는다. 그런 음식에 가장 자부심이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이다. 특히 영국과 음식을 비교하면 제일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음식에는 허세가 있다. 그 모양새만큼 허세가 있다. 그 허세가 프랑스 사람들의 몸에 늘 베어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거만하지 않지만 이런 허세가 생활 곳곳에 있다. 파리의 여자들은 옷을 잘 입고 다닌다. 살찐 사람들도 거의 없다. 그만큼 것 모양새가 중요하다.

그러나 음식 맛으로 따지면 이태리 음식을 따라갈 수 없다. 파리에서 홍합요리가 유명하다. 로마로 가서 똑 같은 홍합요리를 먹었는데 그 맛이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이태리 음식은 멋이 없고 투박하지만 실속이 있다. 음식이 거친 것처럼 이태리 사람들은 거칠다. 북부 유럽사람들은 이태리 사람들을 상놈 취급한다. 실제로 이태리 사람들은 거칠다. 택시를 타면 속이기 일쑤고 가게에서도 잔돈을 달라 하지 않으면 슬쩍 넘어가려 한다. 이태리 축구는 거칠기로 유명하고 2002년 우리도 경험한 바 있다. 그런 이태리 사람들은 마음으로 대화한다. 친구를 사귀면 진짜로 사귈 수 있지만 그러기 전에는 늘 사기 치려고 한다. 마피아가 존재하는 이유다. 사귀기 전까지는 적이지만 일단 사귀면 내 편이 된다.

영국 음식은 우선 아무 특징이 없다. 하긴 감자튀김과 소고기가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음식에 치장이 없다. 투박하다. 아니 아무 특징이 없다. 무표정한 영국 사람들의 성격과 잘 맞는다. 영국 출신인 제니퍼는 영국에서 절대 살지 않겠다고 한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하긴 그래서 프랑스 사람하고 결혼해서 살겠지만... 독일 음식은 멋은 없지만 영양이 잘 갖추어져 있다. 아침 삶은 계란을 즐겨 먹는데 정말 귀신같이 삶은 정도가 늘 같다. 물론 모든 음식점이 그러지 않겠지만... 서빙하는 아가씨도 투박하다. 실용적인 독일인의 성격이 음식에도 나타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음식 시간이 몇 시간씩 걸리는 프랑스 호텔에서 지겹다고 나보고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던 독일인이 생각난다.

성격과 음식과의 이런 관계는 음식이 문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말해준다. 따라서 새로운 곳에 가서 이상하다고 그 나라 음식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하기를 포기하려는 것과도 같다. 그것이 종교적인 이유에서건 어떻든 간에... 그런 사람들은 여행할 필요가 없다. 그냥 때어난 곳에서 살면서 만족하면 된다. 사는 동안 우리한테 여러 가지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우리 개인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학생들도 그러면 면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