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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낚시 <2010.06.20 20:59:46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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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6.20 20:59:46


몇 달 전부터 약속했던 바다낚시였는데 서로 시간이 맞질 않아 미루어오던 것이 겨우 날짜가 잡혔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인천항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하다. 조사장은 전날 10시부터 동아리 팀과 나와서 배 안에서 아예 진을 치고 있었다. 배에도 후진부분은 공간이 있어 좋은 자리다. 배에는 우리 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팀도 있어서 디디를 위해 동아리에서 특별 배려(?)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밤부터 진을 친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4시에 출발하려던 배가 안개주의보로 모두 묶여 9시가 되어서야 출발했다. 배멀미가 심한 나는 조사장이 특별히 준비한 마약(?)을 먹었지만 안심이 되질 않았다. 매튜와 나는 자기로 결정하고 배 바닥으로 갔지만 자리가 없어 보였다. 사무장의 요청으로 겨우 자리를 만들어 들어가 잤다. 새우잠이지만 전날 늦께까지 일하고 잠을 못 자 달콤한 시간이었다. 한참이 지나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어 일어났더니 바다 한 가운데다. 물안개가 자욱한 바다는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이 의시시하다. 그런데도 배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 같다. 디디는 한숨도 안자고 밖에 서 있었다. 스스로 어부라 부르는 디디는 정말 바다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사이 동아리 사람들로부터 낚시하는 법을 모두 배운 것 같다. body 언어가 통하는 모양이다. 그 사이 친해져서 스스럼 없어 보였다. 내가 나가니 모두 좋아한다. 인천을 나온지 3시간이 지났는데도 배는 더 달린다.



얼마를 더 달려 낚시가 시작되었다. 낚시는 모두 전기가 연결된 닐 낚시다. 모든 시설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다. 낚시대를 올려놓는 곳, 추를 올려놓는 곳, 고기가 살아있도록 바닷물이 늘 흐르는 각자의 어항들, 낚시를 끼어놓을 수 있는 받침대, 의자등등 디디를 그 시설에 혀를 내두른다. 하기야 본인이 프랑스에 소유하고 있던 배는 아주 작은 배니 그럴 법도 하다. 또 개인들이소유하고 있는 완벽한 도구들은 감히 상상도 안 된다. 또 낚시대는 한국 제품이 제일 좋다고 한다. 우럭낚시는 그리 쉽지 않다. 바위 바닥에 사는 우럭을 잡기 위해서는 바닥까지 미끼를 내려야 한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낚시가 바위에 걸려 낚시줄을 끊어야 한다. 미끼는 오징어와 미꾸라지다. 디디는 거리낌없이 미끼를 낀다. 미끄러운 미꾸라지도 맨 손으로 가뜬히 잡는다. 어떤 사람은 현란한 가짜 미끼도 사용한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낚시를 내리고 올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고기가 없으면 선장은 금시 자리를 옮긴다. 첨단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어 선장은 고기의 흐름을 파악한다. 금새 옆 사람은 하나를 낚았다. 몇 번을 반복하니 곧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마약의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민감함을 당해내질 못한다. 결국은 실내로 들어가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자다가 디디가 깨워 얼어났다. 조금은 가뿐하다. 토하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그 사이 벌써 우럭을 많이 잡아서 회를 준비해 놓았다. 회를 좋아하는 나를 아는 디디가 깨운 것이다. 초장에 찍어 먹는 우럭 맛이 최고다. 시중에서 먹는 느끼한 맛이 없고 그냥 단순한 맛과 단 맛이 우러나다. 배 멀미가 있어 낚시를 싫어하지만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 온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낚시를 오진 않지만 (그러기에는 토하는 것이 너무 역겹다) 이번에는 순전히 디디 때문에 온 것이다. 그 사이 이미 디디는 다른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소주가 오가며 나누는 이야기가 정겹다. 동아리 친구가 10명인데 10명의 형제가 있는 것이란다. 순수한 마음들이 눈에 보인다. 디디도 한 마리를 잡았고 매튜도 한마리 잡았다. 한참을 먹고 다시 낚시를 시작하는데 내가 보는 앞에서는 잡지 못한다. 점심은 우럭 매운탕이다. 무우만 넣고 끓인 우럭맛이 그만이다. 이 맛으로 모두 배를 타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어지러워 들어가 자는 동안 모두 고기를 많이 낚았다. 어느 사이인지 개수를 샐 수 없을만큼 많이 잡았다. 제일 큰 것은 디디가 잡았다니 디디는 정말 어부다. 평소에는 성질이 급해 신호등 기다리는 것을 그렇게 지겨워하는데 바다에 나와 낚시하는데는 군소리가 없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인천항에 돌아왔다. 항구에 내리면서 디디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너무 행복해했다. 정말 어부다운 소리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라 주위에 논만 보아도 평화로운 마음이 드는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



항구에 내려 고기는 디디와 내가 나눴다. 조사장은 우리를 위해 고기를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이번 일을 준비해 준 조사장이 고맙다. 언제나 보이지 않게 마음쓴다. 늘 한결같은 사람이다. 이런 친구를 둔 것은 나의 행운이다. 이번 일도 디디를 위해 여러 가지 신경써 줬다. 나도 덕분에 우럭으로 내 혀가 행복하다. 아직도 속이 매스껍고 머리도 훵하다. 그렇지만 모처럼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매운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