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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Center for Integrated Nanostruture Physics
  • 등록일2016-02-09
  • 조회수5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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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가 설립된 지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그러니 초기에 연구소에 온 연구원들이 이제 다른 곳에 지원할 시기도 되었다. 한 곳에 3년 이상 연구하는 것이 포닥으로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연구자의 이력서를 보면 정말 이렇게 준비해도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력서는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을 처음 볼 때 얼굴을 보고 첫인상을 받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그 사람의 얼굴 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가 그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면접을 나갈 때 온갖 화장을 하고 옷도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간다. 인상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어렸을 때 읽은 글 중 사람의 얼굴은 30세 이전까지는 부모한테서 받은 얼굴로 살지만 30세 이후로는 자기가 만들어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깨죽이라 놀림받던 나는 30세 이후의 나의 모습에 기대를 많이 했다. 내가 열심히 살면 그게 나의 모습이 될거라고... 60이 넘은 내가 잘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열심히 살았지만 정말 나의 삶이 내 얼굴에 묻어나는지...

과학자에게 첫 인상은 무엇일까?
바로 이력서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면 특별히 소개받지 않는 이상 이력서라는 것을 일단 제출한다. 그리고 관계자가 이력서를 보고 일단 취사선택한다. 요즈음처럼 지원자가 많으면 한 사람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해 보통 100명 이상의 지원자 서류가 쌓인다. 담당자들은 그 중에서 절반을 추려내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그것이 모두 이력서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력서는 중요하다. 무슨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까...

학력, 경력, 연구 경험, 연구계획, publication, presentation, 추천자 명단 등이다. 이상의 내용은 그 어느 누구의 이력서도 동일하다. 자기의 실적이 뛰어나 누가 보아도 그냥 눈에 띠일 정도면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이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과 대별되게 보이기 위해서는 좀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면접 때 좋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어떤 이력서는 위의 단순한 열거 외에 자기의 특기사항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각 논문의 인용도, H-index, 논문의 public media에 나온 예, swjsjf 표지, 포스터상, 개인의 상등.. 또 게재논문이 많을 경우, 대표논문 몇 편을 앞 페이지에 내고 이 경우 대표 논문에 대해 소개하고 특기사항을 기록한 후, 전체 논문실적을 표로 만들어 요약한다. 이것은 조금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가 한 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보는 사람의 논에 잘 뜨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이력서가 비슷하면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 정확한 정보 전달의 의미에서 이런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 대부분 심사자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게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절대 작은 폰트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용지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잘 보이지 않게 할 이유가 없다. 11 폰트 이상이 바람직하다. 심사하는 사람들이 대개 나이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나는 작은 글씨를 보면 짜증이 난다. 도대체 지원자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선입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인상을 주면 일차 스크린을 통과하기 어렵다.

전체 이력서 구조가 시원시원해야한다. 어떤 사람의 이력서를 보면 구성이 몰려있거나 잘 구분이 안 되거나,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좋은 인상을 주려면 이런 것들을 신경써야 한다, 그렇다고 다양한 색깔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굵은 글씨나 글자 크기 차이를 주어 강조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최소 11폰트 이상이다. 상대방은 내 것 하나만 읽는 것이 아니고 많은 수를 동시에 짧은 시간 안에 소화시켜야 하니 이런 노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력서를 다 작성하면 주위의 친한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 쓴 만큼 좋아진다. 다른 교수들 홈피에 들어가 이력서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경력자들은 이런 부분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으니 절대 비교는 될 수 없다.

준비가 되면 자기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스스로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한다. 누가 나를 위해서 일자리 나왔다고 광고해주지 않는다. 내가 제일 필요한 사람이니 스스로 발품으로 뛰어야 한다. 절대 가만히 앉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운이 좋으면 교수가 소개시켜줄 수 있지만 그것은 예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필요한지 연락해해 보라.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다. 누구든 일자리가 나면 좋은 사람으로 채우려 한다. 결정은 그들이니 내가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더 제공하는 것 뿐이다.

이력서를 보내고 단순히 잘 갔거니 하지 말고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행정실에 보냈으면 담당 교수 혹은 위원장에게 지원했으니 서류 꼭 확인해 달라고 같은 서류를 다시 보내면서 이메일 보내는 것도 자기를 각인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나의 적극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교수 입장에서는 과의 도움이 되는 사람을 원한다. 소극적인 사람보다는 적극적인 사람을, 좀 더 도전적인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연구비도 많이 가져오고 좋은 논문도 많이 쓰고 학회 활동도 활발히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면 성공한 것이다. 실수를 두려워마라. 젊어서는 누구든지 실수한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을 볼 때 그런 실수보다 본인이 갖고 있는 포텐셜을 본다. 이 사람이 앞으로 내 소속기관의 인재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 사람으로 남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