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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2010.05.22 16:27:18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0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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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5.22 16:27:18


소주하면 행여 술을 연상하겠지만 소주는 중국 상해 근처 호반도시 이름이다. 중국식으로는 수조이다. 중국의 천국이라 불리울만큼 아릅답다고도 한다. 말로만 듣던 소주는 작은 도시를 연상했지만 실제는 내 상상과는 거리가 먼 6백만의 현대도시와 구도시가 어우러진 도시였다.



상해 푸동공항에서 버스로 2시간 반 거리다. 리무진이라고 해서 좋고 편한 버스를 연상했는데 조그마한 승합차다. 의자번호는 그냥 써 놓은 번호인데 그나마 일부 떨어져 있고 내 번호 의자는 부서져 뒤로 젖혀져 있다. 다행히 공항에 도착하니 컨퍼런스 준비위원들이 안내를 해서 버스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이 거리도 멀었고 예상대로 그리 간단치가 않아 혼자 갔으면 고생할 뻔 했다. 국제공항의 버스 대합실은 우리나라 시골 버스대합실과 비슷했다. 후덕 지근한 날씨인데 공기는 좋은 편이다. 다행히 에어컨이 들어와 버틸 수 있었다. 다른 홍차이 공항에 들렀는데 새로이 탄 사람이 계속 가래를 뱉어내고 타는 사람마다 떠들어 그리 유쾌한 세 시간이 아니었다. 역시 우리 옛날 모습이다. 상해는 중국에서도 최고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곳인데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보면 중앙집권식 공산당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전에 루마니아 갔을 때의 모습도 옛 소련의 착취가 눈에 보였었다. 지방정부에 대한 착취일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그랬다. 지금은 지방분권이 되어 지방도 좋아졌지만 전에는 그렇지 않았었다. 여기서는 가능한 논리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한....



소주에 도착하니 역시 학생들이 기다리며 택시를 잡아주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새치기하는 바람에 이런 일에 익숙치 않은 학생들이 택시를 잡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정말 5성 호텔답게 규모가 거창했다. 건물 군이 따로 있어 일반 가정집 분위기가 난다. 장저민도 여기 머물렀단다. 방에 들어오니 모든 것이 5성 호텔답게 거창하다. 침대 가구 화장실 모두... 그러나 자세히 보면 허점 투성이다. 옷장의 문이 닫히면 불이 꺼져야하는데 꺼지지 않아 여러번 이야기했는데 고치지 못한다.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말이다. 등록 데스크에는 사람이 줄줄이 앉아 있는데 일의 처리 방식이 직렬이어서 느리다. 외국인 카드는 받지도 않는다 해서 결국 나중에 현금을 찾아서야 등록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하드웨어는 되어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안 되어 있는 셈이다. user friendly 하지 않다.



샤워하고 곧바로 전에 학생이었던 주효염 박사한테 전화 걸었다. 남편과 같이 나와 정말 반가웠다. 제자를 키우는 맛이 이런 것일까. 차로 도시 전체를 구경시켜주었다. 내가 머무는 곳은 가든 호텔이라고 구시가지에 배치되어 있다. 신시가지는 SIP (Suzhou Industry Park)라고 싱가포르가 같이 투자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서울 못지 않은 현대판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여느 중국도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호수 주위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경관을 위해 호수를 2m 이상 모두 다시 팠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 그 넓은 호수를 어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외국의 기업유치를 위해 도시 전체 설계를 다시 했으니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런 도시 계획 담당관이니 아마도 박사학위하고 공부 쪽으로 빠지지 않은 유일한 제자일 것이다. 원래 소주대학의 교수로 왔으나 연구 환경이 열악하여 일자리를 바꾸었다고 한다. 남편도 삼성가전 회사에서 중국 사람으로는 최고의 지위인 인사부장이라니 부부가 버는 돈이 많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50평 아파트를 두 채나 갖고 있었다. 그것도 한국가격에 비해 절반정도의 비싼 현대 아파트를 말이다. Jenny 라는 딸을 최고 영어학원에 보내니 주효염 대단하다. 전형적인 억척 중국 부인이다. 하기야 한국에 있을 때도 수완이 대단했으니 이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남편이 처음 한국에 와 살기 힘들다고 돌아간다고 해서 나한테 데리고 와 상담한 기억이 난다. 내가 설득한 이유는 한국 회사에 취업가능성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돌아오자 마자 삼성회사에 근무했으니 내 예언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모두 그 사실을 기억하고 배꼽잡고 웃었다. 호수 근처의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먹고 헤어졌다. 그 딸을 위해 가져간 키티 가방, 키티 색년필이 다행히 모두 좋아하는 것이었다. 주박사도 나한테 또 한 아름 선물을 준비했다. 10년이 넘어 만나니 나나 그 쪽이나 모두 행복했다. 참으로 행복한 만남이었다.



여기는 호반의 도시다. 유럽의 베니스 느낌이 날만큼 집들이 물가 주위로 늘어서 있고 배가 다닌다. 대신 습하다. 저녁이면 비가 뿌리고 아침이면 갠다. 열대기후인 것이다. 하기야 우리보다 위도가 낮다. 도로는 자전거 대신 전기자전거가 가득하다. 소음이 없고 공기가 비교적 맑은 편이다. 공기의 흩뜨리는 것은 버스와 택시인 셈이다. 여전히 먼지가 많지만 다른 도시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외곽에 나가면 여전히 못 사는 시골이다. 하지만 이곳은 중국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보니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곳곳에 아침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리어카 상인들이 눈에 뜨인다. 모두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위생에는 괜찮겠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은 음식들이다. 그런데 그게 중국이다. 그래서 차를 많이 마시는가. 아니면 건조해서 그럴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은 대단하다. 나이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발표가 많다. 영어도 잘하고 내용도 우리가 놀랄 만큼 변하고 있다. 실제 발표하는 논문의 수준은 이미 우리를 능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내용이 형편없었는데 또 보면 달라져 있다. 전 세계의 네트워크가 또 이들의 힘을 대변하고 있다. 팔이 안쪽으로 굽는 것처럼 이런 네트워크가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교수들의 실험실 규모가 우리 실험실 규모를 능가하고 있다. 여기 소주 대학만 해도 나노라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중국과학원 팰로우가 된 S. T. Lee교수를 영입하면서 에너지분야로 거의 10명의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였다.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결과가 벌써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도대체 10년이 지나면 우리가 이들에 비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중국을 경쟁자로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대담은 전혀 아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은 이 사실을 느끼고 있을까.



중국의 비밀은 뭘까.

중국은 모든 일이 가능한 나라이다. 나라는 부자이고 국민은 가난하다. 세금을 걷는 제도가 엄청 허술하지만 그래도 외환보유고가 3000억불 정도이니 할말이 없다. 대충해도 그리 되는 것이다. 정부가 투자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된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람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도 일도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 이상의 아이를 갖지 못하게 제도를 만드는 나라도 중국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 너비의 호수를 2m 이상 파고 정화작업을 할 수 있는 나라도 중국이다. 죄를 지으면 곧바로 사형을 시킬 수 있는 나라도 중국이다. 질서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질서가 없다. 여기 참석한 교수는 오면서 택시 기사한테 200원을 주고 왔다. 10원이면 되는 것을... 또 한 교수는 전에 중국에 왔을 때 예쁜 여자들하고 구경같이 하고 자기가 사기당한 줄도 모르고 돈쓰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난 아마 중국사람처럼 생겨서 보아주는 가 보다. 성안은 화려하지만 성 밖을 나가면 모두 거지처럼 산다. 그러나 그들도 모두 집에 가보면 돈 단지를 묻어놓고 산단다. 여기 소주는 정원이 유명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속에 들어가면 화려하게 꾸민 정원이 보인다. 감추기를 원하는 중국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또 다른 모습은 여전히 허세적인 드러냄이 있다.



중국은 가난하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라는 나라는 부자가 되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여전히 가난할 것이다. (하긴 이것이 어디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미국 대도시 화려한 다운타운 뒷골목은 여전히 가난에 찌들어 있다. 볼티모어도 그렇고 워싱턴도 그렇다. 그러니 공산당 탓 만은 아니다.) 일부-숫자로 보면 대한민국의 국민숫자만큼은-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부자이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값싼 노동력이 존재할 것이다. 최고의 과학이 가능할 것이고 최악의 가난함이 존재할 것이다. 인권이 갈수록 개선되겠지만 필요하면 한 종족을 모두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이다. 또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희망과 절망이 같이 공존하는 나라. 우리 인간의 모습과 같다. 중국은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인 셈이다. 우리 인간도 그 모든 것을 다 안고 사는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내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