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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제언 <2010.05.10 21:01:27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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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5.10 21:01:27


국방녹색기술 소재연구, 이대로 두어도 될까? (방위사업청 뉴스레터 기고문)


육이오 전쟁하면 북한이 밀고 내려와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육중하고 느린 탱크를 상상한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탱크는 전처럼 육중하고 느리며 연비는 0.5 km/l 로 형편없이 낮다. 지금보다 더 가벼워 민첩해진 탱크, 국방녹색기술에 걸맞게 연비도 2 km/l 이상 달리는 탱크는 없을까. 속도전인 현대전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도 이렇게 느린 탱크, 장갑차들은 어딘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감이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고강도의 재질을 개발하여 재질의 양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가 총알을 새로 디자인하여 정부과제에 신청한다고 들고 왔다. 총알을 더 멀리 날아가게 하기 위해 총알의 구조를 개선하려는 아이디어였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친구라 이번도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높은 강도로 가진 재료를 사용하여 무게를 줄여 실현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재료 개선 방법을 제안했지만 총알의 재료를 개발하려는 과제는 힘들기도 하거니와 과제로서 선정이 될 확률이 낮다고 했다. 재료를 개선하여 높은 강도를 가진 재료를 개발하면 총알이 그만큼 더 가벼워지고 따라서 총알이 더 멀리까지 날아 갈수 있고, 마찬가지로 총은 더 가벼워질 것이다. 완전군장을 하는 경우 총의 무게는 병사의 민첩성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이라크에서 전투하고 있는 미군 병사를 보았다. 움직임이 느렸다. 전투 병사의 현대화가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착용하고 있는 모든 현대 장비의 무게가 아마 전투병사의 기동력을 떨어트렸을 것이다. 현대장비를 이용하여 보호능력, 통화능력을 개선했지만 무게로 기동성을 떨어뜨렸으니 내 눈에는 전투 능력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통신병은 여전히 무거운 쇳덩이 장비를 갖고 이동하고 있었다. 왜 가벼우면서도 강철처럼 강한 재료를 만들려는 노력은 없을까. 내가 군대를 제대한 시간이 30여년이 지났고 그 사이 장비의 현대화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병사들의 전투능력은 그리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각종 전자장비에 따른 전지의 무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고성능 전지를 개발하는 핵심은 전극재료에 있고 전극재료를 개발하여 저장능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나노소재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우리 방위사업청에서 얼마나 될까. 아니 아예 무거운 전지자체를 없애버리는 방법을 없을까. 낮에는 태양전지로 전자장비를 구동하고 밤이 되면 열전소자로 전자장비를 구현하면 그 무거운 전지를 없애버릴 수 있으니 그렇게만 되면 전투병사의 기동력이 훨씬 개선될 것이다.


지난 8월 정부의 시책에 발 맞추어 방위사업청에서 국방녹색기술개발 종합실행계획을 수립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하면 떠오르는 공해 물질 유발이 이제는 말 그대로 민간녹색기술을 견인하는 주체로 바뀐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뿌듯하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 녹색에너지 활용기술, 저탄소 미래에너지 기반 체계적용 기술 등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해 볼만한 기술 분야이다. 이들 중에는 그린바이오복합체, 활성탄제조등 소재관련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제까지 우리 군에서 소재개발을 선진국에 의존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신기능소재에 대한 투자 없이 언제까지 외국에 의존해 살 수 있을까. 중국만 해도 이제는 더 이상 기술 후진국이 아니다. 중국의 신소재에 대한 투자는 어느 나라 못지 않다. 신소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없이는 황금알 낳는 방산 그린오션이란 말은 속이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반도체 강국이지만 재료, 장비등 로얄티로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실속이 어디에 있는가를 집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기능소재 개발은 민간부분에서 보면 그리 생소한 분야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소재부분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이 말이 곧 우리가 소재연구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동안 소재연구에 대한 투자가 정부로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나, 소재 연구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어 아직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 지 알 수 없지만 그 파급효과는 아주 크다. 이중에서도 특히 나노재료 연구분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기존재료의 한계를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혹자는 이런 경우 재료를 전처럼 그냥 사오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지만 나노재료의 경우 그 관련 기술확보가 어렵고 써먹는데도 응용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냥 사다가 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탄소나노튜브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반도체, 전자기기, 에너지, 복합체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응용을 연구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기업체와 직접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탄소나노튜브가 갖고 있는 탁월한 물성 (전기전도도는 구리의 1000배, 인장강도는 강철의 100배, 열전도도는 다이아몬드의 2배) 때문에 기존의 분야에 적용하여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많은 경우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나노분야에 대한 선행지식이 없는 경우 기술을 개발해 주어도 산업체 현장에서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점들이 있어 산업화가 어렵다.

또 한 가지 연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군의 첨단연구 진행상황은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요즈음은 정부도 일반인들에게 정부의 시책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 경제원칙에 따라 세금을 낸 주체가 자기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여졌는가를 아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군에서도 군의 여러 정책, 연구계획등을 일반인에게 알리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안보상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은 알릴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일반인들이 군에서도 녹색환경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면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 일반 연구자들이 지금보다 국방녹색사업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시키는 것도 사업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필자도 사실 나노분야에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하여 고강도 알루미늄을 개발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이 재료가 우리 군의 국방녹색기술분야에서 핵심되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이런 기술이 민간인에 의해서만 지원이 될 경우 외국에 노출되기 쉽고 따라서 신기능소재 연구에 대한 지원은 우리 군에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분야이나 아직 신기능소재분야에 대한 발굴과 투자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위사업청의 국방녹색기술개발 종합실행계획 수립을 통해 앞으로 신기능소재 분야에서 국방부의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투자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진정한 방산그린오션의 꿈을 달성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