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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 <2010.03.27 18:06:14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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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3.27 18:06:14



올해는 예상 밖의 날씨가 계속된다. 기록적인 눈과 영하온도 그래도 부족한지 다음 주면 4월이 되는데도 나무들의 움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서울 가는데 겨울보다 더 큰 눈발이 세찬 바람과 함께 날린다. 제니퍼는 한국에 온 이후로 따뜻한 기억이 없다고 불평한다. 동장군의 시샘이 드세다. 사람의 시샘은 이보다 덜할까.



요즈음은 우울하다. 밖에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벌어져도 마음의 동요보다는 다짐이 먼저 든다. 걱정하기 전에 대책을 먼저 생각한다. 내가 나이가 든 탓일까. 그러나 안에서 부는 잡음은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어두운 표정들을 보면 내 마음도 어두워진다. 내 어두운 표정을 보면서 살았던 실험실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마음 아프게 한 세월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밖에서 좋은 일이 있어도 어두운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직도 나를 화를 낸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들인데그것을 봐주지 못한다. 내가 성숙해지면 아이들도 성숙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내 욕심이다. 그래도 이제는 내 스스로 화내는 모습이 보이니 조절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역정내는 내 모습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열이면 열 모두 다른 것이 우리 사람인데 난 모든 학생들이 다 잘하기를 기대한다. 왜 누구는 생각이 그렇게 느릴까. 왜 누구는 그렇게 대화라는 것이 그렇게 힘들까. 왜 누구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 왜 누구는 그렇게 대범하지 못할까.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왜 그렇게 서로 시샘할까. 내 식구의 잘못을 왜 감싸주지 못할까. 왜 그렇게 길게 보지 못할까. 왜 누구는 게으를까를 따질까. 아쉬운 모습들을 보며 무너지는 나의 마음을 본다. 갈등하는 나의 마음을 본다. 실험실이 너무 큰 탓일까. 이제 떠날 때가 된 걸까. 서로를 이해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까. 나의 한계가 느껴진다. 왜 나를 그냥 한 인간으로 보아주지 않을까. 나이를 먹어도 교수라 해도 여전히 갈등하는 한 사람일 뿐인데.. 이렇게 갈등하는 세월이 20년 이상인데 아직도 이런 것에 대한 해답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겨울 시샘이 크다 해도 봄은 반드시 온다

연구동 앞에 보라색 목련이 어느새 싹이 트는가 싶더니

벌써 잎이 진다.

겨울에 빼앗긴 봄은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사랑이 예고가 없는 것처럼

이별이 예가가 없는 것처럼

오늘도 이 텅 빈 공간에서 기다린다

우리의 빼앗긴 마음도 그렇게 언젠가 봄이 오기를




새 봄이 오면

시샘보다는 사랑을

초조함보다는 인내를

오늘보다는 내일을

나를 생각하기 전에 동료를 한번 더 생각하기를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내 안을 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포기하는 마음보다는 다시 마음먹고 한걸음 더 나아가는

갈등보다는 포용을 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