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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2010.03.17 23:16:51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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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3.17 23:16:51


2시간 비행 만에 도착한 하노이는 거리상으로 거의 북쪽 끝이다. 남과 북이 2000 km 길이의 나라, 가장 좁은 폭의 길이는 50 km 정도일 정도로 길게 뻗은 나라이다 보니 교통이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고 도로 사정이 좋지도 않다. 하노이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잠깐의 4차선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골목길을 이용하여 호텔에 도착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두 교수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젊은 교수들이었다. 한 사람은 프랑스에서 또 한 사람은 네델란드에서 학위한 40대의 친구들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텔까지 같이 가 이미 가져온 학생 이력서를 우리한테 건내주면서 미리 읽어보라고 한다. 숫자도 20명이 넘는다. 이미 우리 그룹에 대해 알아보고 공동연구를 말하고 있다. 다음날 학교에 가 보니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룹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준비하고 있었다. 실험실도 나름대로 갖추고 있다. 클린룸도 있어 소자를 만들 수 있는 팹도 있다. CVD를 실험실에서 모두 만들고 있었다. 자기들 약점을 모두 보여준다. 도움을 청한다. 남쪽 사람들과 다르다. 학과를 소개하고 세미나가 끝나자 아직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사람들도 인터뷰를 할 수 있냐고 한다. 반응이 달라졌다. 그룹 박사들과 모두 같이 간 점심식당은 뷔페인데 온갖 종류의 음식이 모두 있는 식당이었다. 정말 음식이 모두 맛이 있었다. 너무 많이 먹어 오후 인터뷰가 걱정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인터뷰는 7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모두들 오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몇 명 눈에 띄었다. 두 명은 영어도 잘하고 그룹에서 일등하는 친구들이었다. 소위 영재들이다. 세미나를 듣고 나중에 신청한 친구들이었다. 너무 뿌듯한 날이었다. 이번 가을에 올 친구들이 8명 이내, 내년 올 친구들이 절반...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저녁에는 식사하면서 우리와 공동연구를 하기 위한 방안을 토의했다. dual degree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노이 공과대학은 베트남의 최고 학교다. 우리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젊은 친구들의 의욕을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는 나도 도와줄 수 있는 나이, 위치가 된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베트남 전쟁에서 잘못한 죄도 있다.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 학생들도 많이 받아 교육하고 이 교수들도 연구 측면에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는 많이 지쳐 있었다. 덕분에 잠을 잘 잤다. 낮동안 몸이 가려웠는데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아침에 먹은 이름 모를 과일 때문일까....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나이가 든 탓일까... 내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대학원생들의 안내로 이곳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아침에 로비에 나가니 어제 인터뷰했던 3명의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하롱베이에 가려 했지만 거리가 멀고 교통체증이 심해 추천하지 않아 그냥 시내 구경하기로 했다. 박물관에 갔지만 외부는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비슷했다. 각 지역의 가옥들이 지어져 있고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옛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내가 어릴 적 보았던 모든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베트남의 문화는 중국, 프랑스, 그리고 토착민의 문화가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이다. 54개의 민족이 어울려 사는 나라다. 1000년 이상을 외부에 지배를 받고 살았으니 당연할 것이다. 글자에 중국어가 전혀 없다. 언어는 프랑스령시 철자를 개발하여 불어식 중국식 사성이 합쳐진 구조였지만 발음은 여전히 중국식 발음이 많았다. 우리의 독도와 비슷하게 여기서도 중국과 다툼이 있는 섬이 있었다. 가진 나라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중국은 티베트를 자기 나라라고 여긴다. 나라의 기준은 어디일까... 힘이 있어 점령하면 그 나라가 되는 것일까... 언어가 있고, 종족이 다르고, 그리고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있으면 다른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은 국제화로 인해 고유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인간의 다양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특징은 오토바이다. 랍한테 2년만에 돌아오면서 무엇이 제일 그리운가 물어보았더니 오토바이란다. 그럴만큼 이 사람들한테선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나씩 갖고 있다. 우리 자가용과 같은 셈이다. 거리는 일요일에도 오토바이로 붐비고 오토바이 소음, 공기 오염이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호수 공원에 앉아 있으려니 온 천지가 오토바이 부르르 소리로 진동한다. 밤에도 기차 기적소리가 잠을 깨운다. 내뿜는 오염으로 인해 눈이 따갑다. 목도 칼칼하다. 점심은 칼국수를 먹고 여기 시장통을 갔는데 여전히 오토바이 경적소리에 정신이 없다. 아무도 소음에 신경쓰지 않는다.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결국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 사람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는지 정말 의심스러웠다.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전무하다. 버스도 거의 없고 전철도 없다. 기차도 협괴라 속도를 낼 수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알고 보니 여기는 사회당 하나밖에 없는 꼭두각시 정부다. 우리 20년 전의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사회 모든 분야에서 20년 정도 뒤져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도 없고 정치도 없다.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인프라를 갖추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가게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세금을 제대로 못 걷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돈이 없는 것이다. 중국도 그랬다. 사회주의 국가는 왜 모두 이 문제를 갖고 있을까.... 우리는 그나마 운이 좋은 셈이다... 정말로 운이 좋은 셈이다...



빡빡한 4일의 일정이었지만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랍의 도움이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숙제가 생겼다. 결국은 기술 없이 경쟁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가 나도 아직도 정제회사 하나 없어 원료를 내다 파니 경제가 좋아질 리 없다. 힘이 없으면 선진국에 착취당하며 살 수 밖에 없다. 몸은 피곤하지만 나름대로 보람있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