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
Search

그레노블에서 <2010.03.07 14:35:18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1387
  • 파일
내용보기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3.07 14:35:18


부카레스트에 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스트라스부그로 왔다. 비행기가 1시간 늦게 출발하여 스트라스부르그에 도착하니 밤중이다. 피곤하지만 이메일을 체크하고 잠을 청했다. 잠자리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몇 시간은 깨지 않고 잔 것 같다. 아침 뷔페 메뉴는 어디나 같다. 먹는 것은 같은데 사는 모양은 너무 다르다. 루마니아는 도로가 정리가 안 되어있고 건물도 허름한데 비해 프랑스는 도로가 깨끗하고 건물도 모두 잘 정돈되어 있다.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루마니아가 이런 나라를 따라 오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모든 나라가 글로벌화 되어가고 같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따라 잡을 성 싶지 않다. 긴 마라톤에서 이미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글로벌화가 갖고 있는 맹점이다. 내가 지도자라면 일방적으로 나라를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



거리에 나가니 우선 하늘이 푸르다. 유럽에서 보기 어려운 하늘이다. 스트라스부그에서 유명한 성당을 가 보았다. 유럽의 몇 개 안되는 고풍성당 중의 하나란다. 성당의 입구에서부터 기둥, 내부 촛대등 어느 하나도 소홀하게 지어진 것이 없다. 조각 하나 하나의 섬세함은 우리 동양인의 섬세함이 창피할 정도다. 성당의 벽돌, 기둥도 붉은 벽돌로 지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벽돌이 아닌 이 지역에서 나오는 특별한 붉은 돌이란다. 만져보니 모래알을 단단하게 경화시킨 것처럼 겉이 거칠하다. 그 옛날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샹상하기 힘들다. 사람이 가진 상상과 인내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오랜 전쟁을 거쳤는데도 손상된 것이 하나도 없다. 6/25때 모든 것이 다 부서져 버린 우리와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리의 건물들도 이 붉은 돌로 지어진 건물이 많다. 독일에 접경해서 그런지 너무 잘 정돈되어 있고 전동차도 새로 만든 것인지 새 것이다. 이곳에 유럽의회가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오후에는 스트라스부그 대학을 방문했다. 여기의 대학 구조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granze cole system과 대학의 차이를 아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스트라스부그는 더욱 어렵다. 기존의 대학과 그란지콜과 결합하여 스트라스부그 대학이 되어서 지금의 대학이 되었다. 그란지콜의 디렉터인 에릭 교수가 오히려 dual degree에 더욱 적극적이어서 종일 자세한 사항까지 토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이 사람이 있어서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심은 라인 강 가까운 음식점에서 먹었다. 조갯살 요리가 아주 맛있었다. 와인은 가벼운데 드라이하다. 프랑스 사람하고 오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조화다. 에릭은 와인을 하지 않는다. 일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 술을 하지 않는단다. 프랑스 사람답지 않다. 프랑스가 전하고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이제 영어를 잘한다. 언제부터 변했을까....



오후는 여느 유럽의 날씨로 돌아가 있었다. 구름이 순식간에 끼더니 비가 내린다. 토의하다보니 비행기 시간이 50분 밖에 남지 않았다. 에릭교수가 직접 차로 데려다 주어 겨우 20분을 남겨놓고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1시간 달려서 리용에 도착하여 렌트카를 하고 1시간을 다시 달려 그레노블에 있는 디디의 아들 집에 도착했다. 자비에, 클레모 그리고 그의 여지친구 줄리를 다시 보니 반가웠다. 자비에는 생각보다 표정이 밝았다. 닭고기 요리에 국수를 같이 얹어 먹었는데 맛이 괜찮다. 후식으로 나오는 냄새나는 치즈를 디디가 심술궂게 먹으라고 했다. 재미있게도 이제 냄새나는 치즈에 이숙해진 것 같다. 이것은 순전히 디디의 덕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치즈를 먹을 기회가 없었고 또 익숙해질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치즈도 김치처럼 발효식품이라 익숙해지면 입에서 땔 수 없는 음식이 된다. 임시 침대를 만들어 거기서 디디랑 옆에서 잤지만 내 코골이를 어떻게 버틸까 궁금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니 첫 번째 불평이 코골이다. 귀마개를 하고 잤어도 내 코골이 소리는 버티기 힘들었나 보다. 나도 피곤하니 코를 더 골았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짐이 많아 벼개를 들고 올 수 없었다.


아침에는 클레모와 같이 개를 산책시키러 근처의 산에 올라갔다. 이 곳은 모두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좋아보인다. 클레모는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중인데 지도교수가 문제가 있어 고민이 많은 친구다. 1시간 정도의 대화가 본인한테 정리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아빠가 교수라도 아빠 말보다는 내 말에 더 신빙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내 아들도 내 말은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기야 예수도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점심은 근처 산 중턱에 전망 좋은 곳으로 가서 먹었다. 그레노블 시내가 한 눈에 다 보였다. 평소에는 먹지 않는 소시지인데 그런대로 괜찮다. 감자 음식은 간이 잘 맞아 맛이 있었다. 불루베리 파이로 나온 후식이 제일 입에 맞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에 자부심이 많지만 한국 사람인 나한테는 그리 맞진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음식이 더 그리워진다. 오후는 그레노블 대학에 다시 들러 그 곳의 사람들과 토의했다. 여기서는 dual degree가 너무 쉽게 이야기되었다. 이미 세계 많은 대학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지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포스트닥도 쉽게 얻을 수 었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학교 규모가 스트라스부그보다 크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여기도 우리가 상대하는 팀이 그란제콜이다, 학생들의 질은 보장받은 셈이다.



내일이면 여기를 떠나 파리로 테제베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내일 저녁 9시 한국행 비행기다, 어렵게 온 이곳이지만 일주일을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유럽에서 일부의 학생을 유입하고 우리학생들을 이곳에 보내는 일은 우리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다 문화를 섞어놓으면 자동적으로 경쟁이 생겨나고 새로운 생각이 그들 가운데서 생겨날 것이다. 나의 이런 노력이 정말 언젠가 우리나라의 힘으로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시차 때문에 몸은 피곤하지만 아직은 버텨주는 것 같다. 돌아가서는 내 몸의 소리에도 귀 귀울여야 할 것 같다. 오후가 되면 손이 붓는다. 그래도 미래를 준비하는 이런 일은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