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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al trainer <2010.02.07 18:48:45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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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10.02.07 18:48:45



작년 12월 쯤 시작한 핼스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늘 두통에 시달렸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기를 쓰고 핼스를 하다 보니 두통이 없어졌다. 혼자 운동하는 것은 시간내기가 어려워 이번에는 개인적인 트래이너를 두고 연습한 효과가 있다. 이것도 사람과의 약속이라 일주일에 두 번씩 주어진 시간에 연습하다 보니 약속 지키는 일이 만만치 않다. 모든 약속을 화,목 저녁은 피해야 한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운동을 하게 되니 몸도 한결 좋아졌다. 결국 아무리 바빠도 시간은 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잘못되는 것은 없다. 아마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더 나은 길일지도 모른다.



핼스는 젊은 시절에는 오히려 하기 싫어했다. 폼나는 근육맨은 그냥 폼만 그렇지 실속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움추러진 근육이 펴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트레이너는 30대 초반이라고 하는데 난 20대 중반으로 착각했다. 워낙 미끈한 얼굴에 몸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 허리가 휘어진 정도가 여자보다 훨씬 에스라인이다. 운동을 하다보니 허리를 활처럼 휘어야 힘을 제대로 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친구 교육 방법이다.



이 친구는 운동을 시작할 때 내가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본다. 아침,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반찬인지 양이 얼마인지 묻는다. 그리고는 꼭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의 식단을 가르쳐준다. 계란 하나에 단백질이 얼마인지 계란 노른자는 지방이 많고 흰자에 단백질이 많다는 것, 그리고 숫자까지 알려준다. 그런 숫자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리 없지만 그리고 효과는 있다. 닭다리보다는 닭 가슴살을 먹어야 지방이 적고 단백질만 흡수할 수 있다는 것등, 생선을 권장한다는 것등,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는 등,,, 먹는 음식마다 토를 단다. 피자는 쥐약이고 피자보다는 닭이 좋고 닭보다는 생선이 좋고.... 그런데 집요하다. 묻지 않는 날이 없다. 그리고 같은 내용일지라도 여러번 되풀이해 말한다.



이 친구는 인상쓰는 법이 없다. 언제든지 웃는 얼굴이다. 한가지 운동이 끝날 때마다 늘 잘하셨다고 칭찬해준다. 잘못했을 때는 마지막에 간단히 언급해준다. 그러나 끝은 언제나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잘한다고 부언해준다. 운동 종목은 늘 내 개인노트에 미록 기록해 와 계획한대로 진행한다. 하루의 운동 분량은 반드시 끝내려 한다. 시작은 가벼운 것으로 시작하여 횟수를 늘이고 점점 무거운 것으로 옮겨가며 횟수를 줄인다. 그러나 마지막은 언제나 내가 버티기 힘들 때까지 간다. 처음에는 현기증도 나고 머리도 아팠고 토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옆에서 나이든 아저씨가 보며 시키는 사람이라 시킨다고 하는 사람이나 똑 같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내가 따라서 하는 만큼 느는 것이 운동인지라 그냥 따라서 하는 수 밖에 없다. 또 하루 한 가지 근육만을 집중 공격한다. 평소에 쉽게 하던 무게도 나중에는 하기가 힘들다. 내가 힘들다고 해도 그저 웃음으로 때운다. 그런 때는 조금 들어주는 척 한다. 그러나 목표량은 꼭 채운다.


핼스를 하며 이 친구한테 좋은 것을 배운다. 운동을 하는 날은 반드시 미리 전화를 해 시간을 상기시키고 빠지지 않도록 챙겨준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늘 같다. 지금까지 거의 석달동안 늘 변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은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내 교직생활이 24년째다. 과연 나는 이 친구처럼 학생들을 그렇게 챙겨줄까. 학생들이 못하겠다고 나자빠질때 난 포기하지 않았는가. 많은 학생들이 포기한다고 했을 때 난 얼마나 그들을 위해 노력했을까. 매일처럼 학생들이 잘하고 있나 체크하고 못하는 경우 옆에서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인가. 아니 오히려 못한다고 핀잔주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나의 현실이다.



나도 학생들에게 정말 이 친구처럼 잘하도록 격려해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포기하지 말고 집요하게. 학생들에게 져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결국은 학생들에게 약이 되니까. 못한다고 비난하기에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