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9.12.14 20:41:50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
올해도 대학원 시험이 일차 끝났다.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학생들이 찾아오고 대학원 진학을 문의한다. 실험실을 정하는 문제는 대학원생들의 장래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실험실이 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난 좀 짓궂어서 실험실에 대해 문의하는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우선 왜 대학원에 오려고 하지?
학부 때 다 못했던 공부 더 해보고 싶어서..
(학부 때도 못했는데 대학원 와서 잘 할까 하고 혼자 질문해 본다...)
취업이 안 되어서...
(너무 솔직하게 들이대네.... 무식한가??... 깡패기질이 있나?... )
공부 밖에 할 것이 없어서...
(그나마 조금 낫기는 융통성이 없나?......)
공부해서 인류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정말 그런 꿈이 있을까?.....)
별로 올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 그래서 이것 저것 도전해 보면 금방 들통난다. 대부분 대학원을 졸업하면 조금은 더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조금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기야 학벌 위주의 사회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대학원에 와서 하는 일이 힘들고 (밤 12시까지 실험실에 있으라 하면 대개는 물러난다.) 여학생도 예외없다 하면 또 반쯤은 물러난다.
이쯤에서 대학원생이 학부생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으면 대개 난감해한다. 학부생으로서 그 차이를 한마디로 집어내기는 어렵지만 어떤 각오로 대학원에 들어오는지 대개는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대학원에 들어오는 것은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요즈음 대학은 그야말로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다. 배우는 것도 그저 수박 겉핥기이고 열심히 하는 것도 없다. 학부동안 얼마나 밤을 새워 숙제를 했느냐를 꼽아보면 알 수 있다. 대학원에 들어오면서 어느 한 분야에서 프로가 되겠다는 각오없이 들어오면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이런 각오가 있어도 주위 분위기가 나를 프로가 되게 놔두질 않는다. 군대갔다 오는 선후배를 맞아 늘 술자리를 해야 하고, 친구 결혼식, 사촌내 팔촌내 가족 결혼식, 친구 아이 돌잔치,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동창등 하루가 멀다하고 술 자리를 피할 수 없다. 그게 우리사회인 것이다. 난 지금 우리사회의 장단점을 말하는게 아니고 그 특징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이 사회에 속한 이상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할 수 없다. 그 특별한 경우란 바로 스스로 프로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왜 이런 거창한 명제가 필요할까?
왜냐하면 내 경험으로 인생에서 대학원의 경험은 아주 특별하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유학을 갔기 때문에 그런 환경이 저절로 얻어졌다.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되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나 자신의 실력을 연마하는 것뿐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졸업을 해보니 그런 시간을 얻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때 내 실력을 쌓지 않았더라면 난 평생 실력없는 사람으로 지냈을 것이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비록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학부때 실력을 갖추지 못해 결국 회복을 못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날개 옆에 앉으면 비행기가 이룩하며 내는 소음과 준비과정을 느낄 수 있다. 비행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부분이 이륙이란다. 일단 이륙되면 비행기 엔진 소음도 적어지고 때로는 제트기류를 타고 비교적 순탄하게 여행한다. 그렇지만 이륙을 위해서는 연료도 충분히 공급해야하고 음식도 충분히 싣고 또 어느 한 부분이라도 고장이 없는지 시스템을 컴퓨터로 체크하고 눈, 귀를 이용해 모든 점검을 한다. 대학원의 과정은 마치 비행기가 이륙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준비를 잘하지 않으면 이륙해서 문제가 생기고 그 때는 대형사고다. 나만 잘못되면 괜찮지만 주위의 딸린 식구까지 문제인 것이다.
그렇게 대학원에 들어오기로 작정해도 길은 순탄치 않다. 지도교수를 정하는 과정이 험난하다. 들어가고 싶어도 제한이 되어 있어 들어갈 수 없는 실험실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지도교수를 선정할 때 내 지도교수가 나한테 지도교수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가르쳐 주었다.
첫째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인가?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앞으로 평생 할 일인데 좋아하지 않고는 안 되는 것이다. 결혼의 첫 번째 조건처럼 말이다. 때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면 결정하기 힘들다. 나는 이론을 좋아해 이 부분은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둘째 내가 공부하는 동안 실험실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외국의 경우 대학원에 가면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하다. 나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외국서 유학 온 가난뱅이였으니까.... 우리나라도 요즈음은 사회분위기로 보아 예외는 아니다. 대학이나 졸업해서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정상적이라면) 그래도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또 이 부분은 지도교수의 의무이기도 하다. 공짜로 학생을 쓰는 세상은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 중에는 본인들이 공부할 때 교수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공부했으면서도 정작 자기가 교수가 되어서는 모르는 체 하는 사람도 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느낌을 갖는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선택은 학생들이 하는 것이다.
셋째 이 분야를 졸업하면 장래 희망이 있을까? 연구로서 취업대상으로서..
대학은 그 사회의 이상과 현실을 모두 반영하는 교육단체다. 따라서 현실에서 필요한 맞춤형 교육도 추구하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고 사회의 균형 발전을 위해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부분도 있다. 대학이 회사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이 부분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입장이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졸업하고도 반거충이가 된다. 밥 안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다. 만일 학생들이 모두 이렇게 전공을 선택하면 어찌될까 어느 학문은 사장되지 않을까하고 염려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장법칙에 의해 이 부분은 저절로 조정된다. 사람은 모두 다른 개체라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인기 종목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아래 두 개가 만족되지 않더라도 첫 번째만 만족되어도 그렇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족속중의 하나이다. 당시 이론은 취업이 잘 안되었기 때문이다. 내 교수는 이론이라 연구비도 없어 나는 졸업할 때까지 TA를 해야만 했다. 어찌됐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이다.
에이 이렇게 골치 아픈 대학원 왜 들어오지?
하하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문제 아닌가?? 늘 결혼을 앞둔 처자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