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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하시 <2009.04.15 10:59:47>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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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9.04.15 10:59:47

하루 종일 엉켜진 스케줄로 헤매어 도착한 곳이 여기 뉴욕 공항이다. 아침에 탈라하시 지방 공항에 도착하니 내가 탈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어젯밤의 토네도 때문에 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 앞 비행기도 그렇게 취소되어 통보가 갔는데 나한테는 연락처가 기재가 안 되어 통보를 못한 모양이다. 어처구니 없이 내일 출발하라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젊어서 요령이 없는 탓일거다. 그래서 옆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여 다른 스케줄을 찾아보아도 방법이 없단다. 결국은 아틀란타에서 다른 도시를 경유하여 가는 방법 중 뉴욕을 거쳐가는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은 오후 비행기로 출발하기로 정하고 일찍 게이트에 가서 기다렸다. 매시간 게이트 직원한테 다른 사람이 안 오는 경우 내가 탈 수 있도록 부탁하였다. 첫 번째 비행기를 타고 가면 아틀란타에서 원래 예약한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다행히 두 번째 비행기는 마지막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기적처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아틀란타에 도착하여 20분 밖에 시간이 없어서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 사이 시바람이 부인한테 부탁하여 비행기표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도록 했지만 확실한 것은 없었다. 도착하여 바로 게이트로 뛰어가 비행기표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도 첫 번째 물어본 직원은 모른다 잡아땠고 다른 직원한테 확인하여 표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작은 비행기라 맡긴 짐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시간은 거의 지나갔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만의 하나의 확률을 가지고 뛰어 게이트에 도착했지만 직원이 문을 닫았다고 안 된다고 했다. 눈 앞에 비행기가 있는데도 못 탄다니 한심했다. 한국 승무원 하나가 계속 안된다고 다른 스케줄을 알아보라고 계속 말하는 모습이 너무 얄미웠다. 그 말은 사실 제일 쉬운 말이다. 연락을 취해 타게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무조건 규정대로 안 된다고 하니 한 대 갈겨주고 싶었지만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으니 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뉴욕까지 온 것이다. 일요일 오후에 들어가려던 계획이 틀어져 월요일 아침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로 예약이 되어 있다. 과연 월요일 제대로 근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녁에 회의가 있다....
점심을 놓치고 버거킹의 치킨 너깃과 음료수를 마시니 조금 정신이 든다. 지금은 9시, 12시 50분 비행기다. 아직 시간이 많다. 이틀만의 여행에 잠을 제대로 못자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힘이 없어진다. 그래도 월요일 밤에 도착하는 스케줄을 당겼으니 그나마 위로가 된다. 최선을 다했으니 마음은 편하다. 이 일을 통해 안 일이지만 항공사 직원들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 책임이 없다. 미국이 원래 그렇지만 정말 생각이 없다. 사람에 따라 일 처리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도무지 직원들을 믿을 수 없다. 탈라하시 호텔에서 나오면서 탄 흑인 택시기사의 말에서 그나마 흑인들의 태도가 변한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맥도널드에서 농성한 사람들을 두고 싫으면 그만 두면 될 것을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전 같으면 같은 흑인으로서 서로 보호하려는 말을 했겠지만 이제 객관화시켜 보는 것이다. 흑인이 대통령되었다는 사실 하나가 이 사람들 생각을 바꾸어 놓은 것인가... 사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니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고 보니 흑인으로서 술 안마시고 담배 안 피운다고 하는 것을 보니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공항에서도 나한테 새로운 스케줄을 찾아준 사람도 흑인이다. 사람은 역시 맘 먹기에 달려있나 보다.
이번 여행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다. FSU의 교수들... 다양하다. 크로토 교수는 이제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 바쁜 분이 결국 하루 종일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 스케줄을 준비했다. 아침에 본인 스스로 호텔에 차를 운전해 와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지만 이 분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이해가 되었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무게감보다는 열심히 연구해 온 친숙한 연구자의 모습과 아직도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이 토의하고 다른 사람들의 세미나를 듣고 하는 모습에서 인격이 돋 보였다.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저녁도 영국에서 아들이 왔는데도 우리와 저녁을 같이 했다. 본인은 시간이 바쁘다고 한국에 오는 것이 힘들다고 자세하게 이야기도 못해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인격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학자 한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이 더 있었다. 나치의 무서움을 아는 유태인이었다. 인간이 가지는 한계, 교육에 희망을 거는 모습, 종교, 인간 집단 사회가 만들어내는 도그마의 위험성, 노벨상을 의식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 한국 사회가 갖는 모순등 이 분의 생각을 이해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가슴 뿌듯함이 있었다. 말하자면 처음으로 나의 MENTOR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에도 크로토 교수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하루를 같이 이렇게 지내면서 이 분을 이해한 것은 내 인생에서 큰 행운 인 것 같다. 농담으로 한국 사람들은 넥타이를 덜 매야 하고, 논문은 일 년에 세편만 내야하고, 연구도 목표지향적이기 보다는 좋아서 하는 연구를 하게 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등의 말이 나를 겸손하게 반성하게 했다. 얼마 전 만난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에 너무나 비교가 되는 사람이었다. 또 화학과 학과장이 금요일 오후에 자기들이 갖는 와인 한잔의 SHARE에 우리를 초대하여 크로토 교수를 비롯한 몇 사람과 함께 시간을 갖게 해 준 것도 너무 고마웠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나에게 없던 부분들이었다.
이번 여행이 크로토 교수를 만나 모셔오는 것이 나의 목표였지만 그래서 부담도 많이 가졌지만 나 개인적으로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설사 크로토 교수가 오지 않는다 결정하여도 이번 여행은 참으로 유익한 여행이었다. 시바람의 인내, 사람을 대하는 태도등에서도 많이 배웠다. 내 나이에 아직도 어색함이 많고 모가 많이 나와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향기가 나는 사람들... 나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 될까... 아마 죽을 때가 되면 가능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