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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하지? <2008.12.23 20:37:19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9
  • 조회수1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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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12.23 20:37:19



‘왜 공부하지?‘ ‘왜 공부하지?‘
‘알기 위해...’ ‘좋은 곳에 취업하려구요.....’
‘알아서 뭐 할건데?’ ‘.....‘
‘......’


요즈음은 졸업 시즌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실험실 아이들은 졸업 논문 준비하느라 바쁘다. 아이들 디펜스에 들어가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을 발표한다. 내가 선생인지라 대게의 경우 잘한 부분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아마 또 많은 부분은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내가 지도를 잘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학생들한테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디펜스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생들의 처음을 떠 올리게 된다. 처음에 대학원에 들어올 때는 모두 큰 희망에 부풀어 있다. 왜 공부하지라는 질문에 대게의 경우 학부 때 다하지 못했던 공부한번 제대로 해 보려구.. 라고 말한다.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희망은 격렬하나 삶은 지루하다는 표현처럼 삶은 우리를 희망대로 놔두질 않는다. 이리저리 팽개쳐지고 남는건 지루함, 지침등이 나를 지배하게 되면 결국은 처음의 희망은 간 곳이 없다. 그러다보면 공부의 목적이 취업이 되어버리고 배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없어져 버린다.
현실적으로 보면 진학의 상당히 큰 동기가 취업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말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기에는 더욱 절실히 느껴온다. 하지만 공부하는 것이 돈 많이 버는 길이라고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돈을 벌려면 공부보다는 일치감치 발로 뛰어야 한다. 위대한 기업가를 보라. 모두 발로 뛴 사람들이다. 박사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따라서 돈 버는 것이 공부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취업이란 것도 결국 공부를 하다보면 저절로 되는 것이지 공부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러니 공부자체를 즐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생각이다. 하나라도 배우기를 힘쓰고 배우는 것을 즐거움으로 가져야 한다.
매년 실험실에서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간다. 석사, 박사를 갖고 회사로, 연구소로... 요즘 내가 느끼는 놀라운 사실중의 하나는 졸업생 중 박사를 한 사람의 경우도 일단 취업을 하면 공부라는 것을 손에서 놓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학위 때는 그렇게 밤새워 일하고 논문도 많이 쓰던 사람들이 졸업 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졸업생들의 근황을 보고 들으며 느끼는 공통점이다. 내가 교육을 잘못했을까 하는 의심도 드는 대목이다. 교육이란 것이 결국 교수가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결국 내가 잘못한 것 아닌가 하고...
공부를 왜 할까? 나는 어땠을까.....
난 고등학교 때는 운동을 좋아해 운동에만 관심이 있었지 졸업 후 무엇할지 고민하지 않았고 취업이 보장되는 우리 모두에게 큰 미래는 없었다. 졸업 후 현실이 얼마나 각박한지 느끼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생활, 공부를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공부를 하는 습관을 다시 기르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게 어렵게 2년을 고생하고 병까지 얻어 들어간 대학은 나하게 아주 절실했다. 정말 공부라는 것을 원 없이 해보자 이였다. 하지만 1년은 두 생활을 병행하느라 집중하지 못했고 겨우 대학 2년차에야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라는 것을 정말 해보았다. 그 후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그냥 마음이 정하는대로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때는 가난한 나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공부를 계속한다고 할 때마다 아버지로부터 정신없는 놈?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난 그런 말을 듣지 않을 만큼 충분히 이기적이었다. 유학 후 귀국시 김포공항에서 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내가 내린 결정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했다. 지금 세대는 아마 내 아버지만큼 우매하지? 않겠지만 가끔 보면 여전히 아이들을 생활의 현실속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세대는 불행히도 그런 이기적인? 부모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를 그렇게 어렵게 왜 했을까? 박사를 할 때까지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질까 별로 걱정을 해보지 않은 것을 보면 난 참으로 단순했다. 무언가 하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 지금 생각하면 무대책이다. 무능하다.... 그러나 그 긴 생활동안 내가 가진 것은 그냥 공부하는 재미였다. 그때 그때 배우는 새로운 것에 대한 조금씩의 재미, 어려운 문제를 밤새워 풀었을 때의 기쁨, 자연과학이라는 큰 틀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주어진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등이 나를 지탱해 준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 감히 상상도 못했다. 그런 것을 보면 난 깨달음이 늦은 사람 같다. 그러나 박사 후 정말 연구라는 것에 탐닉하는데는 대략 5년 이상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나이 40이 지나면서부터 무엇인가를 느끼고 일했으니 말이다. 프로가 되는 길이 이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졸업 후 열심히 일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내 마음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일찍 연구를 포기하는 많은 내 주위 친구들, 교수들을 보아 왔다. 갈 길이 먼데 여기서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데.... 한번 멈추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처음과 끝의 차이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비록 들어올 때는 부족했어도 끝은 마음과 머리가 가득 찬 그런 사람으로 되기로 기대한다. 어떤 사람은 발전이 눈에 띄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어디서나 그렇게 발전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데 끝은 졸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은 어디까지나 관에 누울 때이다. 실험실에 있는 동안 내 학생들이 최소한 이것을 배우고 나갔으면 한다. 내가 그렇게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아마 그것이 나의 정성이 부족한 모양이다. 난 적어도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