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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이면 <2008.11.25 09:39:41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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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11.25 09:39:41


한 걸음이면 북녘인데
그 한 걸음 왜 이리 멀까
호랑이산 기슭에 위치한 한 걸음 내울
도도히 흐르는 압록이 허락한 유일한 아량
그 아량을 품어내지 못하는
내 한걸음 왜 이리 원망스러울까
한 걸음이면 내 땅인데
초연히 놓여 있는 징검다리
어린아이처럼 촐랑대고 걸어보지만
이내 발걸음 멈추는 서글픈 한걸음
백리길 한숨에 달려 왔건만
이 한걸음 천근만근 왜 이리 무거울까
북녘의 오랑캐가 두려워 세운 만리장성
그 만리장성 시작인 단동 호랑이 산에 서서
코 앞의 북녘 땅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옛날 광할한 대륙을 호령하던
광개토대왕 기상 어디메뇨
초라한 북녘 땅 마른 잡풀 거두는
느릿한 농부의 손길
왜 그리 서러울까
선양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차로 3시간도 안되어 도착한 곳이 단동이다. 4차선의 고속도로가 단동까지 연결되어 이동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이 여기까지 이렇게 고속도로를 낸 것을 보면 중국은 먼 미래를 보고 있는 듯하다. 단동에 도착하니 한글 간판들이 쉬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생김새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하다. 오랜 세월 동안 같이 섞여온 경계지역의 특성일 것이다. 곧바로 압록강 변에 도착하니 가슴이 설렌다. 말로만 들어왔던 압록강, 도도히 흐르는 압록강 건너 북녘이 코 앞이다. 설레임도 잠시 강 건너 보이는 북녘 땅은 죽은 듯 사람의 기척조차 없다. 같이 간 비루의 말로 건너편이 신의주란다. 조선공장이 있고 자유무역지대란다.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할까... 토요일이라 그럴까. 흐릿하게 보이는 몇몇 건물들은 우리나라 70년대 건물처럼 초라하다. 입장료를 내고 간 곳은 미군 폭격으로 부러진 압록강 다리... 그 옆에는 새로 만든 다리가 있고 기차와 차가 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단다. 내가 있는 동안 아무런 차량의 움직임도 없고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정도의 기차가 다닌단다. 도대체 북한에 무슨 일이 있을까. 중국과의 교역조차 포기했을까... 철교 절반까지 가보니 곳곳에 폭격으로 구멍 난 곳이 그대로 남아있다. 북녘 쪽의 다리는 흔적도 없고 중국 쪽에만 관광지가 되어 있다. 강은 멀어 거의 7,800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중간에 가도 흐릿하여 망원경을 돈을 내고 북녘을 살폈지만 사람 구경이 힘들다. 공원처럼 가꿔 놓은 것 같은데 사람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니 한 사람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등에는 자루를 메고 공원 바닥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을 보니 영락없이 거지였다.... 신의주이면 자유무역지대이고 생활이 다른 곳보다 나을텐데.... 다리에서 내려와 배를 타고 강하구까지 돌아 갔다 왔다. 가는 동안 북녘 땅 가까이 배를 몰아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볼수록 내 기대감은 하나씩 주저앉았다. 조선소라고 하는 곳 하구에는 움직이지도 않는 고물 배 몇 척이 정박해 있었다. 강변에는 무엇인가를 줍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보였지만 모두 느릿하다. 건강하지 못한 움직임이다. 곳곳에 김정일 찬양문구가 보인다. 다 쓸어져 가는 건물 앞에도.... 도대체 북한 정권은 사람들의 삶에는 관심도 없는 것일까... 통일이 되면 이들 모두 우리가 안고 가야하는데 정말 안타깝다. 그 어떤 이념도 이렇듯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면 용서받을 수 없다. 이 압록강은 특별한 경계없이 같이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측은 상대적으로 이곳에 많은 고층 건물등을 짓고 있다. 강가에 보이는 두 지역은 정말 천당과 지옥의 차이만큼 크게 나 보인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중국의 싼 음식물을 들여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텐데 북한 정부는 무엇하고 있을까... 점심을 단동에서 먹고 차를 몰고 조금 올라가니 호랑이 산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가 만리장성이 시작하는 곳이란다. 여기서 시작하여 북경까지 그리고 멀리 서역까지 이르는 벽, 북녘의 오랑캐를 막기 위해 세웠다는 만리장성의 시작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그 옛날 우리나라의 기상이 만만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말리장성 밑으로 100미터도 안되어 소위 한걸음이라는 곳에 갔다. 대략 4미터도 채 안 되는 건너편이 북녘 땅이라고 하는데 믿겨지지 않는다. 그 광할한 압록강이 어디 가고 이렇게 한가한 곳이 있을까... 만리장성을 바로 코 앞에 두고 놓여있는 징검다리 돌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멀리서는 몇몇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보초도 없고 그저 국경이라고 불리기에 너무 한가한 징검다리 여울이다. 물도 거의 없다. 징검다리를 위태 위태 건너 북한쪽으로 가 봤지만 중국 사람들이 만류하여 더는 갈 수가 없다. 내 나라 땅이 바로 저기인데... 내 마음이 무거웠는지 짧은 여행이었지만 머리가 지근지근 아프더니 급기야는 밤에 머리가 아파 낑낑대며 밤새 뒤척였다. 창류가 준 약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다. 밤새 뒤척이고 또 땀을 냈어도 별로 진전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러다간 못 일어날 것 같아 점심 때는 일어나 밥을 먹고 시내에 비루와 같이 나가 쇼핑을 했다. 샴푸도 사고 로숀도 사고 비누도 샀다. 한국 신라면 상표가 있어 샀지만 실제 맛은 어떨지 모르겠다. 저녁은 비루와 피짜헛에 갔다. 비루한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못 버틸 것 같아 비루에게 부탁하여 마사지 집을 찾아갔다. 덕분에 전에 갔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좀 나아진 것 같다. 약국에 들어 두통 약과 콧물 감기약도 샀다. 여기서는 약을 안 먹고 비실댈 수는 없다. 운동을 하지 못하니 대처 방안이 없다. 이번 주에는 여기 핼스 센터를 찾아봐야겠다. 아무래도 내게는 땀을 빼고 운동을 하는 것 이외에는 처방이 없다. 오늘 저녁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내일부터 오전 오후 학생 면담이 꽉 차 있다. 이제부터 책도 본격적으로 써 내려가야 한다. 몸이 버텨줘야 한다..... 외국에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머리는 여전히 무겁다. 내일은 이겨내야 한다. 내일도 이러면 핼스장부터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