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
Search

우리는 일본을 앞설 수 있을까 <2008.10.24 09:13:27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3755
  • 파일
내용보기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10.24 09:13:27

얼마 전 올해 일본 사람 4명이 노벨상을 받게 되어 일보열도가 떠들썩했다. 여기 와 보니 나고야 대학 출신이 2명이나 노벨상을 받아서 여기도 축제 분위기다. 지난 주에는 홈커밍으로 이 사람들이 와서 강연한단다. 노벨상 과학자들이 없어 노벨상 수상자 한사람을 초청해오는데 많은 돈을 들여야하는 우리로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외국이라곤 가본 적이 없는 사람, 영어도 못해서 논문도 못 쓰는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이 나름대로 일본인들의 긍지를 높이는 또 다른 이유도 될 것이다.
일본에 일주일 이상 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까운 나라여서 학회를 해도 늘 짧게 다닌다. 또 한군데서 여기 문화를 느끼고 실험실 생활을 보게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91년도 한일 반도체심포지엄을 갖게 되면서부터 처음 방문했었다. 그 당시에 MOCVD 장비 한 대 없을 때 일본 실험실에서는 한 실험실에서 7대를 갖고 반도체소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의 우리 선배들은 일본과학자들과 토론하면 한마디로 쪽팔린다고 그랬다. 연구의 질 면에서 비교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당시 선배들은 그래도 우리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막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우리는 그래도 발표거리가 있었고 또 무엇보다도 영어가 딸리지 않으니 그래도 말하자면 자존심을 세우고 일본 사람들과 토의를 했었다. 그것으로도 그 선배들은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허세였지만 우리는 그렇게 배짱으로 밀어부쳤다. 그 오기로 지금까지 일본에 대항해 온 것이었다. 또 우리는 나노튜브 분야에서 그래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내세울만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고 자부하고 일본을 나름대로 이길 수 있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우리도 나름대로 좋은 논문들을 써왔고 또 그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는 일본을 앞지르고 우리가 일본보다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우리는 스포츠에서도 일본에 밀리지 않는 종목들이 많다. 우리가 가진 국력에 비해 스포츠는 너무 잘하고 있고 정부가 필요이상 돈을 투자해왔다. 그게 국민들의 비치는 것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일본과 경쟁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일본보다 잘 살 수 있을까? 아니 일본을 앞지를 수 있을까? 아니 일본과 이 이상 격차가 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나의 이 대답은 여기 와서 깨졌다. 내가 지난 6월에 프랑스에 있는 동안 나는 프랑스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대학원생들이라도 아침 9시 전에 출근하는 사람이 없다, 저녁 5시면 모두 사라진다. 직원들은 이보다 더 심하다. 사회의 효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 그들의 소득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관광소득에 의존해 살지만 200년 전 그들이 갖고 있는 강철 산업을 우리가 먹은 것처럼 언젠가 철도도 우리가 먹을 것이고 전투기도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가 적어도 그들보다 열심히 일하니까...
지난 주 토요일 난 일이 밀려있어 학교에 갔다. 근데 재미있게도 학생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나와 일하고 있었고 교수도 나와서 일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혹시 그날이 홈컴잉이라 그럴까하여 대학원생한테 물어보니 나오는게 정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비정상이라 했다. 난 할 말이 없었다. 우리 실험실은 어떨까... 토요일 그룹 미팅이 없으면 아무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있어도 그런데 지금처럼 출장이면 아마 보통날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이 쉬는 것은 그렇다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그야말로 월급받고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은 뭔가를 추구하기 위해서 모인 집단이고 당연히 이런 시간에 구애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당연한 일들을 우리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대학원생은 교수가 학비를 포함해서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 COE라는 프로그램이 생겨 학생들 학비를 지급할 때 획기적인 일이라고 언론에서도 크게 떠들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연구에서 자기들의 꿈이 있다. 돈이 없어 내가 식당에 가자고 해도 망설인다. 집에서 해먹기 때문이다. 우리는 토요일은 당연히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꿈이 있을까?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럼 일본 사람들이 우리 능력보다 모자랄까. 그렇지 않다. 여기 시뇨하라 선생이 있는 실험실은 그럼 특별한가? 여기는 동경대도 아니고 시골 나고야 대학이다. 물론 일본에서 5개 이내 대학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는 과학자이다. 물론 리더이다. 우리 학교도 한국에서 그런 정도의 수준이고 우리 실험실도 아마 그 정도 할 것이다. 그럼 같은 능력을 가진 자가 더 열심히 일하면? 당연히 열심히 일하는 자가 앞설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절대 이길 수 없는 등식이 자동적으로 성립한다. 약 20년 동안 갖고 있던 내 허세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흔히 말하는대로 우린 너무 빨리 허리끈 풀은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을 선택한 것도 우리고 이런 선택을 안이하게 받아들이는 요즘 젊은이도 결국은 선택일 것이고 그만큼 우리 후손들이 힘들게 살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