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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oming day <2008.08.10 15:53:21>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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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8.10 15:53:21



이번 주는 일 년에 한번씩 있는 Home coming day이다. 매년 8월 15일 실험실을 졸업한 선배들과 재학생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우리말로 하면 무엇일까. 고향 방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교 실험실 방문도 아니고 번역하기 힘든 말이다. 미국 대학에도 home coming day가 있어 이날은 대게 축구 경기하는 날 같이하는 축제 행사이다. 졸업생이 모교를 방문하는 날이다. 이것은 우리 실험실 만의 행사이니 정확히 말한다면 실험실 졸업생 모교 실험실 방문이 맞는 말일 것이나 나는 이것을 그냥 만나고 싶은 옛 선후배 만나는 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움이 있는 곳, 수다가 있는 곳, 쉼이 있는 곳, 생활의 아픔을 나누는 곳, 사랑하는 가족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곳, 그런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실험실 생활을 하다보면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정이 많이 든다. 아주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우리 실험실의 경우 특히 그렇다) 적게는 2년 길게는 5년을 같이 부딪히며 생활하게 된다. 미운 정 고운 정 모두 공존하게 된다. 어느 선배는 특히 더 후배들을 힘들게 한다고 느껴기도 하고 동료들끼리도 서로 갈등도 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미운 마음이 많이 들기도 한다. 또 나하고 학생들의 관계는 때로 더욱 심하다. 많은 학생들이 우리 실험실에 들어와 나하고 갈등을 많이 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연구에 성취도가 떨어지면 결국 나하고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인내하고 또 때로는 포기하고...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부분이 늘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홈 컴잉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

사실 사회에 나가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도 자신의 실험실 생활을 많이 되돌아보게 된다. 아픔을 반성하기도 하고 미워했던 마음도 모두 서로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그런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여는 것이다. 과거에 서먹했던 감정을 본인은 다 풀었지만 정작 상대방에게는 못 푼 것이다. 홈컴잉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자리이다. 이제는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그 아픔을 한 바탕의 웃음으로, 추억으로 바꾸는 그런 자리이다.


그래서 난 매년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내 실험실 생활 중 의미있는 시간중의 하나이다.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적응을 잘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고 싶다. 아마 대학 교수로서 누구나 자기 학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것이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내 실험실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배를 탄 공동 운명체이고 졸업했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홈커밍은 크게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올해는 우리 실험실이 여러 가지 도전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도전이 곧 기회라는 것을 잘 안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에게 쉬운 떡을 먹이지 않으신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땀과 눈물을 요구하실 것이다. 나 또한 그 요구를 피하지 않겠다. 늘 도전하면서 사는 것이 내 인생의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 다 차치하고도 나에게 있어서 홈커밍은 그냥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다. 만나서 수다떨고, 사는 이야기하고, 그리고 좋은 와인 한잔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 인생이란 이런 그리움으로 만나는 행복한 세상들 아닌가. 이 짧은 인생에 이런 나눔이 없으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까... 그래 모두 만나서 이런 그리움 나눠보자. 너희들도 내 흰머리 얼마나 늘었나 세어보고 나도 너희들 얼굴 잔 주름살 수도 세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