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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나노튜브 <2008.07.23 12:59:12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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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7.23 12:59:12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남들이 탄소나노튜브로 부르요
아버지는 다이아몬드이고 어머니는 흑연인디
난 누구를 닮었는지 잘 모르것소
내 큰 형 풀러렌은 아무래도 두 양반 짬뽕 같은디
나는 엄마를 더 닮은 것 같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나도 모르것소
나처럼 형제 많은 놈 나와 보라고 하슈
탄층탄소나노튜브가 내 본 이름인디
나는 천의 얼굴을 가졌수


나는 몸을 살짝 꼬기만 내 얼굴 모양이 바뀌우
그 모양이 금속이 되었다 반도체가 되었다 허지우
어디 그 뿐인줄 아슈
반도체일때도 갭이 반쯤 열리기도 하고 금속처럼 꽉 다물기도 하지유
기분에 따라 달라져유
그 전이금속이란 놈이 내 비위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지유
그치만 나도 몰라유
그 녀석도 이상한 놈이라 나도 내 표정관리 힘들다우
내 형도 꼬라지가 이상해유 나처럼 옷 하나만 입는 게 아니라
여름에도 몇 층씩 끼여 입는대유
내 동생은 또 혼자는 죽어도 못 다녀유
늘 뭉쳐 댕겨 남들이 다발이라 이름 붙혔시유

내 생김새 또한 이상해유
길쭉이로 하면 그보다 더 길은 것 없고
갈비씨로 말하면 나보다 더 갈비씨 보덜 못했시유
물론 난장이 세계에서만 통하는 얘기지만유-
그것 덕에 내 주가가 올라가기도 해유
FED 만들 때나 전자 방출시킬 때 꼭 나를 쓰려고 해유
덕분에 유명세를 탔지만 힘들어유 괴롭히는 작자들이 너무 많어유



난 가끔 내가 넘 갈비씨여서 싫지만
사람들은 내 갈비를 건들기를 좋아해유
하지만 아무나 못 건들어유
내 갈비대를 보려면 온도를 엄청 낮추어야 하거든요
그래도 아무나 보여주나유
엄청난 돋보기를 들이대야 조금씩 보여줘유
가끔은 애걸 복걸하는 사람들한테 쬐끔만 보여줘유
그러면 그 사람들 죽을려고 해유
그 본 것을 온 동네 방네 소문내고 다녀유
특히 사이언스, 네이쳐 동네는 늘 떠들어유
철이 쬠 덜 들었나 봐유


날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이 하도 많아 좋을 때도 있시유
반도체 표정을 하고 있으면 메모리 공부하는 사람들이 되게 좋아해유
그 사람들은 내가 난장이 세계에서 가장 이상형이래유
믿거나 말거나-
내가 금속 표정을 하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어유
나를 그 못생긴 구리랑 비교하기도 하고
또 별로 재미도 없는 도전성 고분자에 섞으려고도 해유
별로 재미는 없지만 내가 있는 것만으로 자기들 가치가 올라간대서
가끔 놀아주기도 해유
이 사람들은 내 동생 다발을 되게 싫어해유
내 동생만 보면 다발을 찢어 놓으려고 해유
그렇지만 쉽지 않어유 얼마나 질긴디요-
아마 보통 인간들은 못찢을거유
그렇지만 내 동생도 약점이 있시유
가르쳐 달라구요?
어림없시유 자기 동생 파는 형 봤시유?



나는요 아놀드 슈바츠네커보다 더 단단한 몸매를 갖고 있시유
칼이 들어와도 어림업슈
내 근육은 칼보다 더 단단해유
그래서 부실한 고분자 동네에서 인기가 좋다우
사실 내 또 다른 장점은 단단한 데만 있지는 않수
나도 나긋나긋한 데가 있어유
내가 길쭉이 갈비씨 아니우 흔들거리기도 잘해유
전자빔을 마시면 째즈 춤도 춰요
아주 많이 마시면 어긋짱도 나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지유
나의 또 다른 약점은 산소유
이 놈은 기생충처럼 내 몸에 붙어 나를 갉아먹지요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열 안 받아유
이 녀석은 열 받으면 더 발광하니까-



나는요 또 이상한데가 많어유
내 속은 비어 있시유
한마디로 속 없지유
사람들은 그런 내가 불쌍하다고 늘 뭘 채워 넣으려고 해유
저도 배가 고프니까 별로 싫지는 않은디
뭐 쓸모있는 것을 넣어 줬으믄 좋겠시유
어떤 사람들은 한때 수소를 채워줘 재미 있었는디
다른 물하고 섞어 넣어 싫다고 했더니만
요즈음은 삐췄나 봐유
영 안 채워 주내유
백금은 좋은디유
속보다는 겉에 입혀주는 것이 더 쓸모있다요
안박사라는 사람이 가끔 옷을 입혀줘 괜찮긴 괜찮은디
어디 비싼 옷 좀 사줘 봐유 인색허기는-



나는요 내 몸에 뭐든지 붙이기를 좋아해유
온갖 기체도 붙이구요
화학물질, 방사능 물질 안 좋아하는 것 없시유
그렇지만 물속은 싫어유
물속만 들어가면 내 동생처럼 뭉쳐야 편해유
워낙 불 분자들의 질투가 심해 어쩔 수 없시유
그래두 다른 것들은 좋아하니까 사람들은 저를 센서로 쓰기도 하고
전지로 쓰기도 하고 슈퍼커패시터로 쓰기도 해유
저도 나쁘지는 않어유
세상이 나를 필요로 허는디 싫어할 사람 있시유
살아볼 가치가 있지우



따지고 보면 저처럼 행복한 놈도 없지만유
그래도 가끔은 불평도 해유
사람들이 너무 몰라줘유
내가 얼마나 잘 났다고요
나처럼 잘난 놈 나와 보라고 해 봐유?
없지유? 없지유?
근데 별로 안 알아줘유
그러기엔 내가 너무 잘 났나봐유
하기사 나야 난장이 나라에서나 잘 났지
어디 거인국에서는 날 보기가 쉽겠수?
그래도 당신들은 날 볼 능력이 있잖수?
열심히 해 봐유 포기허지 말고-
가끔은 엉덩이도 보여주고
기분 좋으면 가슴도 쬐끔 보여줄께요
또 알어유 진짜 맘에 들면 뽀뽀도 해 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