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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난자가 더 멀리 본다 <2008.07.08 23:17:07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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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7.08 23:17:07

파리에서 돌아온 지난 며칠 동안 정신없이 지냈다. 특히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정말 나를 못살게 굴었다. 어제는 겨우 시간을 내어 땀을 내고 몸을 다스려서 그런지 오늘은 훨씬 수월하다. 7월의 무더위에도 여전히 실험실에서 씨름하는 나의 사랑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 또한 열심히 살리라 다짐한다.

우리 실험실은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 터키, 미국 등 다국적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인원도 전체의 30% 정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내 목적이다. 여학생 수도 그 정도의 선을 유지한다. 학부 출신, 대학출신도 다양하다.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화공학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각자 실험 및 이론 주제를 갖고 씨름한다. 말하자면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 모여 있다. 내가 이렇게 실험실을 운영하는 데에는 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리는 늘 창의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창의성이란 무척 애매한 말이다. 마치 행복이라는 말이 모호한 것처럼... 난 이것을 다양성이라고 해석한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은 결과 그들 모두가 경력에서 적어도 3개 이상의 문화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인간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난 우리 실험실에서 그런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생각을 교환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폭도 자연히 넓어질 것이고 그러한 생각이 연구에도 자연히 반영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는 사회인데 다양한 사람이 살면 당연히 그만큼 문제도 많이 드러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도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문화의 차이에서 나오는 갈등이 있다. 서로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이면 차별도 있을 수 있다. 강대국 약소국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다. 젊은 남녀가 모이니 남녀 간의 감정적인 갈등도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은 오해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것들이 과연 우리 실험실을 줄이는 동기가 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이 더 많다. 이런 갈등은 늘 발생하게 되어 있고 다만 하나씩 풀어가면 우리의 장점이 들어날 것이다. 그러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까. 정답은 하나. 늘 대화하는 것.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 이것이 가끔은 갈등으로 들어날 수 있고 언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말 안하는 것보다 낫다. 말한다는 것은 최소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갈등이 깊어지면 가끔 실험실을 떠날까 하고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미련하고 비겁한 생각이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을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 이런 때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때는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그 상대는 사실은 나보다 대개 훨씬 못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 필요가 있을까. 대화가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무시하면 된다. 이 세상은 전쟁터이다. 성서적으로 보면 이 세상에서 흘리는 눈물 방울 하나하나가 하나님께 바치는 기도라고 했다. 내가 추구하고자하는 이상을 그런 못된 사람들 때문에 망칠 수는 없는 것이다.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실험실의 문제를 끊임없이 대화하되 간혹 대화중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경우가 있으면 그것을 중단하도록 종용하거나 대화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 선배의 경우 그런 말을 무시하면 된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도 힘이 빠져 안하게 된다. 실험실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 사람들이 잇을 수 있고 그런 경우 서로의 감정을 상하는 비난하는 말이 퍼지지 않도록 서로 경계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여자등의 이유로 어떤 편파적인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학생들은 외국인의 경우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도와주면서 자기 시간을 낭비한다고 불평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안 도와주느니만 못하다. 이런 경우 차라리 No를 하고 본인이 그 일을 추진하도록 두는 것이 낫다. 많은 경우 상대방한데 이런 확실한 태도가 서로의 관계를 확실히 하는데 도움을 준다. 외국인도 더 이상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하려고 하고 또 이런 관계로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많은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정도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만 그 선을 넘으면 지도교수한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나는 이 자리에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이다. 이런 서로간의 부족한 점을 채워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있는 실험실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이다. 요즈음의 문제는 실험실에서의 문제가 누적이 되어도 모두 나한테 말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가 문제가 터진 다음에야 내가 안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문제이다. 문제가 있으면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인정해야 그 문제를 풀 수 있다. 넷째 외국인을 외국인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정말 대화가 안되는 사람이 있으면 최악의 선택이긴 하지만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터득한 방법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내가 열심히 해서 그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외의 해결 방법은 없다. 실험실 문제에 대해 여기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를 적었지만 사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두를 품에 안을 수 있고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

실험실의 생활은 진짜 군인 되기 전 훈련소에서 기초 훈련을 받는 것과 같다. 이 기간은 때로는 가혹한 조건에서 우리의 인내를 시험한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도전받는 기간이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훈련동안 게으름을 피우면 평생 부실한 기초 때문에 힘들어하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 쉽게 좌절한다. 졸업생중 회사에 들어간 사람에 회사 생활이 편하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늦게까지 일하는데도 편하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실험실 생활을 단단히 했다는 셈이다. 우리 실험실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연습, 대화하는 연습, 협력하는 노력, 연구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가를 배우는 과정 등을 통해서 나를 단련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문제점 당연히 있다. 우리 사회가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 인간이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에게는 늘 불안함이 있고 그런 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나는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는 지금의 내 실험실을 사랑한다. 이 모든 갈등들이 결국 더 높이 날고자하는 의지임을 알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 그런 갈등이 드러난 이후 실험실 멤버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증거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그래 기억하자. 우리 모두 한 배를 탄 식구들이라고... 지금의 이 식구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우리 모두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로 변하는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모두의 힘으로, 패거리가 아닌 같은 길을 가며 서로에게 힘을 주는 진정한 동료자로서, 후원자로서 말이다. 잊지 말자. 더 높이 난 자가 더 멀리 본다고. 여기 모두 더 높이 날기 위해 모여 있다고. 그러니 우리 서로 더 높이 날 수 있도록 서로를 도와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