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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키디키 해변에서 <2008.06.23 14:02:00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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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6.23 14:02:00


파리에서 3시간을 남으로 동으로 날라 온 이곳이 그리스 할키디키라는 곳이다. 데살로니키는 그리스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이고 이곳은 그 곳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이상 달려온 곳이다. 하늘에서 볼 때는 구름이 많이 덮고 있었지만 이곳은 정말 지중해의 따가운 햇살이 사방을 덮고 있다. 파란 바닷물, 파란 하늘, 파란 산이 사방에 있다. 그야말로 파란 색이다. 사방에 그리스 특유의 얼굴들이 있다. 오늘 처음 학회가 시작하는 날이다. 이곳은 어제 도착했지만 해변가의 특별한 휴양지이다. 아마 그리스인들한테는 우리나라 제주도 특급호텔 리조트에 해당하는 곳일 것이다. 비록 호텔 음식이긴 하지만 그리스 맛이 듬뿍 베어 있다. 과일이 무척 신선하다. 아침 세션은 사실 기대가 많았었다. 의의로 금속 성질을 다루는 세션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실망이다. 내용이 내가 기대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배울 것이 별로 없었다. 12시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크로토가 와서 강연했다. 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은 약간 달랐다. 미국에 간 이후로 그 역시 미국화가 된 것 같았다. 어투가 강렬해졌고 공격적이다. 역시 미국은 사람을 그렇게 변화시키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벨상 수상자라도 버티기 힘든 나라일까....
점심 때는 디디랑 같이 가까운 마을로 가서 그리스 식 음식을 먹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갔다. 호텔 프론트에 좋은 생선 음식점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간 곳이다. 가 보니 역시 여행객은 없고 이곳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곳이었다. 틀림없이 맛이 좋은 곳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서빙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메뉴를 달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주방 안으로 안내한다. 생선을 고르라고 냉장고를 열어 보인다, 고기가 많지 않다. 전부 도미 종류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kg 당 40 유로가 넘는다.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비싼 이유를 디디가 알고 있었다. 전에 이곳에서는 폭약을 써서 고기를 잡았다고 했다. 잡기는 쉽지만 작은 고기까지 모두 죽어 지금은 씨가 말랐다고 했다. 역시 물이 맑아서 좋았지만 고기는 겨우 작은 고기 몇 돌아다닐 뿐이었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역시 물리 좋은 이곳도 사람의 공해가 바다의 고기를 거의 멸종시킨 것이다. 그래서 고기 잡기가 힘들다 했다. 그래서 어부가 잡은 고기가 비싸다고 했다. 중간 크기 하나를 골라 요리를 부탁하고 전체로 토마토 요리를 시켰다. 나중에 요리와 함께 신선한 토마토를 잘라 내왔다. 옆 텃 밭에서 키운 것이라고 먹어보라고 한다. 지금은 많이 익지 않아 겨우 한 테이블당 하나씩 잘라 특별 서비스로 준다했다. 어렸을 때 먹어본 토마토 맛보다 더 맛있었다. 도미 그릴은 정말 맛있었다. 우리나라보다 약간은 짭짤했지만 입에 딱 들어맞게 아주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은 후 걸어서 마을 안에 들어가 디디의 슬리퍼를 샀다. 호텔로 돌아와 바닷가에 가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물이 차지는 않았고 곧 익숙해졌다. 바다에서 수영한 기억이 언제일까... 잠시 수영하고 비치 파라솔 안에서 휴식했다. 파라솔도 호텔에서 갈대로 엮어 낭만적으로 모두 만들어 놓아 아주 편리했다. 이것 저것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친구와 이런 곳에 놀러 와도 참으로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쭉쭉 빵빵한 아가씨들도 몸매 자랑을 하듯 앞으로 지나간다. 디디도 사뭇 눈요기가 즐겁다고 한다. 잠깐 수영했는데 살이 완전히 익었다. 햇살이 따가운 탓이다 오늘은 정말 구름 한 점이 없다. 저녁 노을 구경은 이메일을 체크한 후 하기로 했다.
저녁에는 마을에 내려가서 저녁을 먹으며 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저녁노을이 옆 산위로 지고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 있는 곳은 항구여서 분위기가 아주 한적하고 정말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런 곳에 와서 한동안 지내라고 해도 전혀 불평이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나중 이런 곳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저녁 요리는 역시 택시 기사한테 물어서 찾은 식당이다.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좋은 곳임에 틀림없었다. 전체로는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와 가지 요리를 시켜 같이 먹기로 하고 메인메뉴로는 오징어, 새우, 정어리, 멸치 요리를 시켰다. 전체가 따뜻하게 나와서 좋았다. 와인은 병으로 시키지 않고 이 지역산 주전자로 한 병 시켰는데 값이 아주 싸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어 한 수 배웠다. 가격도 전체적으로 아주 싸다. 점심에 비해서도 아주 싸다. 둘이 30유로이니 아주 싼 편이었다. 메인 요리는 모두 튀겨 나왔는데 오징어는 우리나라 양파링처럼 잘라 튀겼고 새우란 다른 생선은 정말 간이 잘 맞고 고소했다. 새우를 껍질과 같이 먹었더니 디디가 놀란다. 껍질 키토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새우를 까먹고 있다.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다. 돌아올 때는 택시로 오지 않고 보트를 이용했다. 호텔에서 새로 얻은 정보다. 가격도 2유로이고 낭만적이어서 좋다. 밤의 공기는 여전히 서늘하다. 정말 좋은 곳이다. 하기야 이곳도 여름이 시작되면 더울 것이다. 모기가 있다. 아직은 힘이 없지만 여느 해안처럼 여름이 되면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다. 이렇게 디디랑 같이 지내다보니 디디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막힘이 없다. 그리고 서로 통하는 데가 많다. 학회는 휴양지에서 열려서 그런지 그렇게 흥이 없다. 그러나 디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은 정말 큰 소득이다. 내일은 논문을 고쳐야겠다.
지중해의 물은 맑다. 바람이 많이 불어도 파도는 아주 작다. 아침의 바다는 그야말로 평온하다. 파고는 거의 하나도 없다.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런 잔잔함은 내 마음속에도 담을 수 있을까. 그 잔잔함을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기엔 내가 세상을 많이 산 것일까 아님 내가 너무 죄를 지어 잔잔함을 담을 수 없는 그릇이 되어 버렸을까........... 오늘은 악몽을 꾸지 않고 자고 싶다. 편안한 잠을..... 외로워하지 않고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그냥 생각없이 그렇게 자고 싶다..... 이젠 이런 내 생활이 익숙해져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