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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정원에서 <2008.06.11 09:28:31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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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6.11 09:28:31


토요일 오후 공언에 나와 벤치에 앉아보니 왜 디디가 시내 나와 거주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 이유를 알겠다. 이 넓은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소란스러움 없이 느릿한 걸음들이다. 아마 대부분은 관광객들일 것이다. 모두들 이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 한가로움 속에서 나도 하루 만에 파리 사람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 곳은 전에 잠시 머물면서 지내던 곳이라 내가 모든 것이 익숙하다.
파리에 온지 일주일 지났다. 어제부터 이 곳 근처에 숙소를 잡고 유학생 몇몇과 전에 갔던 한국 식당에 갔다. 이름이 가물했지만 참새와 방앗간이 기억났다. 주인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친절하고 음식 맛도 여전했다. 8명이서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모처럼 마시는 소주가 정말 맛이 좋았다.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느끼해졌나 보다. 학교 식당에서 먹는 밥은 2,3일이면 지겹다. 같은 메뉴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함이 밀려온다. 먹는다는 것이 우리를 이처럼 행복하게 해 준다 하는 것을 느끼는 것도 외국을 여행하며 갖는 것 중의 하나이다. 내가 일상에서 늘 갖고 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들.. 여기는 물가가 비싸 학생들이 모두 절약하면 산다. 내 유학시절이 기억난다. 그 때의 그 느낌이 이곳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있다. 그들로서는 모처럼 포식했으니 나로서도 기분좋다. 돈이란 이렇게 써서 행복한 것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또 가져온 알루미늄 책을 탐독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이번 안식년은 나에게 아주 좋은 기회이다. 알루미늄 개발은 이제 두 번째 단계에 이른 것 같다. 더 이상 개선이 되지 않는다. 실험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제 하나씩 정리해 지금 답보적인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 왜 생각보다 강도를 개선하지 못하는지.... 이제는 전에 금속학자들이 쌓아 왔던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 나노튜브가 아니고 금속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번 여행동안 여기에 대한 대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나노튜브 양을 증가하면 당연히 강도가 비례해서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지루한 싸움이다. 미세구조 형성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열처리가 미치는 효과도 알아야한다. 다이캐스팅 재료는 열처리가 필요없지만 나노튜브가 들어가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서 강해지는 느낌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고 natural agining 효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노튜브가 들어가 불포화 함량이 증가하여 열처리가 필요한지 모른다. 낮은 온도대역에서 열처리.... 내부 조직을 관찰해야 한다. 몇 가지 조건을 찍어서 하는 실험을 지양하고 이제 조직적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이게 정석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답을 줄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 했던가 하나님은 우리에게 단순한 주사위 게임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피와 땀을 요구한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항상 마지막 순간에 답을 주실거라고...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실 것이다.
파리는 생각보다 덥지 않다. 이상기후라고 냉기가 느껴질만큼 온도가 낮다. 전에는 무더웠다. 그 때도 이때쯤이었나...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여기서는 에펠탑이 아주 작게 느껴진다. 내일부터는 아침에 이곳을 뛰어야겠다. 안식년이라고 운동이 부족한지 술을 마시면 가끔 아뜩한 느낌이 있다. 소주 한 병에 그러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할 일이 많으니 그렇게 나를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어제는 모처럼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아침까지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금은 오후 2시가 넘었지만 아직도 날씨가 차다. 맥도날드에 가면 이메일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움츠려진다. 이제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