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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2008.05.31 15:12:04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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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31 15:12:04


‘한 마리 에벌레가 절실히 날기를 원할 때만 비로소 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이라는 책에 나오는 중요한 구절 중의 하나이다. 대학시절 난 이 구절을 무척 좋아해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았고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구절중의 하나이다. ‘높이 난 자가 멀리 본다.’ 이것도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말로 내가 좋아하는 구절 중의 하나이다.

오늘은 유달리 햇살이 따갑다. 비온 뒤의 깔끔한 햇살 사이로 삶의 느낌이 배어 나온다. 살아있다는 느낌... 어젯밤의 늦 술이 다 깨는 듯한 아침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가 늘 있어야겠지만 바쁜 세상에서 우리는 이런 감사를 느끼지 못하며 산다. 오늘은 어제 술 탓인지 아이들도 많이 빠졌다. 나오는 아이들은 항상 나온다. 이제는 성실함이 몸에 배인 탓이리라. 술을 마셔도 할 일은 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들로서는 발전이다. 어디 학부때 가능한 일이었을까...

중국에서 돌아와 밀린 일 처리하다 보니 벌써 내일 모래 또 떠나야 한다. 그 사이에 또 마음 고생한 녀석들이 있다. 미안하다. 사람이 많다보니 늘 가까이 다가오는 학생들에게만 시간을 쓴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겉도는 사람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물론 직접 부딪히는 일만 처리하는 것도 벅차지만 정작 내가 필요한 것은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일 것이다. 그들은 외롭다. 자기들은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정작 프로가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들어 올 때의 꿈은 원대하지만 실천하는 과정은 고낭의 연속이다. 학부 때는 이만큼 하면 됐는데 이제는 일이 벅차다. 수업만 듣는게 아니다. 대학원 일이라고 하는 것이 실험과목도 가르쳐야하고 채점도 해야 한다. 가끔은 교수가 시키는 출석도 불러야하고 시험감독도 들어가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가끔은 더 심한 일도 해야한다. 또 그것만이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석사 박사를 막론하고 모두 열심히 연구에 참여하여 논문을 써야하고 규칙적으로 교수와 토의를 진행시키고 논리를 쌓아가야 한다. 그 외에도 여자 친구와 데이트도 해야 하고 친구, 가족등 그 일들이 절대 작지 않다.

그러나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큰 마음을 먹고 들어왔다 해도 이러한 일들을 모두 조직적으로 소화해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가끔 학부 때처럼 하다가 일이 밀려 감당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다른 것들이 바쁘다보면 으레 희생시키는 것은 실험실 연구이다. 이것은 안 해도 특별히 눈에 뜨이지 않는다. 교수한테는 연구 결과가 잘 나오지 않고 아직도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하면 교수는 대게의 경우 사정을 봐 준다. 질책해도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도 한 두번이지 여러 번 써 먹을 수 없다. 그것이 통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대게는 스스로 양심에 걸려 할 수 없다. 그럴 때 방법은 회피다. 교수와 마주치지 않으면 특별히 찾지 않는다. 우리처럼 큰 그룹의 경우가 이렇다. 그러나 이것은 최악이다. 그런 결과는 회의다., 내가 외곳에 왜 왔을까.. 왜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뒤쳐질까... 나는 과연 이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등등...

불행히도 여기에 탈출한 방법은 딱 한가지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 그래서 교수와 대화를 시도하여 관계를 회복하는 것. 자기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교수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러다보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외부에서 오는게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렇게 자란다. 절대 공짜로 자라는 법이 없다. 고민하고 부딪히고 성장하고.... 그럴 때마다 자기가 한걸음 디디는 것을 느낀다. 그런게 인생이 아닐까... 아픈 것을 두려워마라. 아프다는 것은 성장의 전 단계이니까... 난 우리 실험실 모두가 이런 아픔이 있기를 바란다. 아프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졸업하면서 아무런 아픔도 없다. 그런 사람은 대게 발전이 없다. 아픈 만큼 성숙하는 것이다. 한 마리 볼품없는 에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나는 과정은 실로 눈물겹다. 고치가 되기로 결심할 때 에벌레는 나비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을까.. 여기 모두 미래 내가 무엇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 그래서 오늘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아 내일을 향해 뛰어라 내일 미록 지구가 무너진다 해도 오늘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우리가 되자. 힘들어 눈물이 나올 때는 하늘 한번 보고 웃자. 세상 모두가 나를 슬프게 하여도 언제가 난 웃을 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나도 오늘 또 다짐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나에게도 있을거라고...

모래면 또 난 여행길에 오르지만 이런 나의 부재가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갖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테니까...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그들 자신을 위해서... 그들 자신에게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