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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항에서 <2008.05.26 11:38:07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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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26 11:38:07

이틀 동안의 고시 공부 후 (?) 이제는 란조행이다. 티베트 근처이고 사막도 있다고 하니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이틀 만에 먹는 아침은 그런대로 맛이 있다. 이틀을 속을 비웠더니 거울을 보니 내 젊을 때의 배를 보는 것 같다. 속이 약간은 쓰리지만 견딜만 하다. 공복감이 주는 상쾌함과 몸의 가벼움이 이를 극복하는 것 같다. 공항은 아주 한가하다. check-in을 하고 난 후 봤더니 내 일정표를 놓고 왔다. check-in desk에서 보고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커피 마시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안에 들여다 봤더니 옆 책상 위에 놓여 있어 겨우 찾았다. 공항이 3개로 나뉘어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서비스는 따라가지 못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칠고 영어를 전혀 하질 못한다. 건물의 겉은 현란하지만 내부 시설은 곳곳이 헛점 투성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투박하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하기야 우리도 10년 전에는 그랬다. 공항 내부에는 안내판이 부족하다. 출발 게이트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너무 빨리 와서 게이트를 지정받지 못했는데 알아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입구가 두 군데인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안내에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안내는 영어를 알아듣는다.

이 후지츠 컴퓨터는 처음부터 말썽이다. 작고 모든 UTILITY를 탑재할 수 있어 호환성이 좋아 샀지만 전원 스위치가 밖에 노출되어 있어 갖고 다니면서 다른 곳에 닿으면 스위치가 켜져 정작 쓰고 싶을 때 보면 전원이 모두 방전되어 있다. 휴대용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어찌 처음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스위치를 옆으로 밀어 작동하도록 했으면 되는데... 물론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산 내 불찰이 크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제품을 시장에 내 놓을 때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를 성공할 수 없다. 나는 다시는 후지츠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후지츠도 이류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스마트 알루미늄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주어진 함량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좋을지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 한다. 다이 캐스팅 재료라면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제품을 만들고 열처리에 따라 제품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가 스펙이 나와야 한다. 또 anodizing 조건이 어떻게 되고 부식 조건이 어떻게 되는가 자동차나 항공기등에 쓰이는 경우에 대비해 aging test 도 곁들여야 한다. 정말 할 일이 많다. 강도를 높이는데 주력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정말 연구소가 필요하다.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여 시장에 내 놓기까지 그 많은 과정을 단 시간내에 마치려면 지금 규모로는 되지 않는다. 후지츠 같은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핸드폰 케이스는 이런 면에서 일단 안전하다. 조건이 단순하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재료의 선택, 공정제어 조건 확립, 열처리조건, 부식조건, anodizing 조건 등이면 된다. 자동차는 그 다음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이슈이다. 그러나 field test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강표한테 전화해 보니 자고 있다. 9시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고 있나 뭐라고 했더니 오늘이 석가탄신일이라 쉰단다. 단잠을 깨웠으니 미안하다. 사실 강표가 일이 많다.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쉬는 날도 없이 계속 밀어붙이니 미안하다. 그래도 현기가 하기로 나섰으니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해야 될 일의 분량에 비하면 아직도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지난 토요일도 쉬는 줄 모르고 자고 있는 백이사한테 전화했다. 아마 미친 놈이라고 할 것이다. 여행하는 나는 쉬는 것이 아니다. 모처럼 생각을 집중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검토할 수 있다. 그래서 수시로 전화하는데 이것이 사람들에게는 괴로울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 이 악역이 내 역할인 것이다. 연극에서 악역을 맡은 자는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주역만을 맡을 수는 없다. 주역은 한 사람이다. 난 다만 연극이 잘 마무리되도록 뒤에서 째찍질하고 감독하는 나쁜 역할인 것이다. 언젠가 백이사도 이해할 것이다. 사실 일은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바쁜 나의 스케줄에서는 좋은 생각을 키워내기 힘들다. 집중하는 연습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정말 선택과 집중이다. Al도 좋은 논문을 수도 없이 쓸 수 있다. 실험실에 다른 사람도 뽑아야 할 것 같다. 나 혼자만으로는 이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진행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