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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이 오면 <2008.05.01 22:43:06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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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2:43:06



신약성서의 위대한 인물 중 튀는 인물은 단연코 바울이다. 바울은 개종이전 예수를 죽이려고 가는 도중 다마스커스에서 예수를 만나 예수 믿는 사람이 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울은 개종 전 바리새파에서 굉장한 신학자로 가정이 좋아 누가 보아도 부러운 사람이었다. 예수교로 개종하여 많은 활동을 했지만 바울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성서에서는 가시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몸에 가시가 났으니 모든 사람에게 비호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였던 누가와 항상 같이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고 바울도 예수님한테 몸에 가시를 없애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바울은 너무나 잘난 사람이어서 아마 그렇게라도 몸에 가시가 없었으면 교만에 차기 쉬웠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예수님을 사람들한테 알리는 좋은 도구로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성서에서는 그런 바울의 약점이 바울을 겸손히 하나님 앞에 이르게 하는 도구였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우리 실험실은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동안 고생한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제는 석박사 학생들을 막론하고 자기 연구 주제에서 breakthrough를 일으킬만한 연구주제와 싸우고 있고 올해부터는 서서히 그런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요즘만 같아라’ 하는 흐뭇한 마음도 생기고 있다. 알루미늄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고 소자에서도 그렇다. 십년동안 고생한 수소 저장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또 일년 반 만에 NANO 저널이 SCI-e가 되었으니 이 또한 너무 좋은 일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첫 번째 단추가 제대로 꿰인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 먼 훗날 아시아의 후세들이 이것으로 힘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그저 다 이렇게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올해 들어 몇 가지 굵직한 연구비가 종료되고 또 그게 몇 개가 겹치니 타격이 크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를 통해 신청한 과제가 벌써 두 번째 실패다. 당장 학생, 연구원 인건비를 걱정한다. 옥주가 집에서 아기 보면서 전화하는 것을 보면 심각한 모양이다. 학생은 저축한 학교 장학금으로 당분간 어떻게 되겠지만 연구비가 더 줄면 연구원 인건비는 아주 심각핸진다. GRL 과제는 정책이 바뀌어 언제 신청이 가능한지 알 수조차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과제를 포기할 수도 없다. 머리만 아프다고 불평했지만 하나님은 그것만으로 나의 교만을 꺾기가 충분치 못했을까 ^^

하기야 모든 것이 다 좋으면 정말 내가 교만해 질지 모른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것처럼 허세와 게으름으로 고개를 세울지 모른다. 사실 이번 일은 나로 하여금 더욱 더 칼날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알루미늄복합체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잘 모르면서도 자기들이 다 아는 것처럼 결론을 내린 것이 참으로 가슴이 아프지만 이런 일로 오히려 우리가 더욱 확실한 데이터를 구하고 가능한 한 빨리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제품 규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아무도 지금까지 한 일도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으니 생산에 관한 스피드도 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마다 더욱 오기가 느껴진다. 그래 해 보자. 사실 이런 때 정부의 지원이 정말 아쉽지만 하나님은 그런 것을 나한테 허락하지 않으신다. 나한테 교만이 왔기 때문일까...

역사적으로 봐도 항상 도전이 있는 사회가 편안한 사회보다 발전하고 생존해 왔다. 도전이 있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인들은 우리보고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라고 가르친다. 아마도 내가 쉽게 연구비를 얻어낸다면 정말 이 상황에서 교만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그리 간사한 존재인 것이다. 지금 내가 여기서 취할 최선의 행동은 자만하지 말고 배고프면 허리띠 졸라매고 더욱 연구에 정진하는 것일 것이다. 정도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러서보다는 이런 때일수록 더욱 도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논문 하나 하나 쓰는데 더욱 신경쓰고 데이터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논문을 많이 쓰다보면 연구비란 저절로 들어올 것이다. 하나님은 이제까지 나한테 많은 것을 과분하게 허락하신 것을 내가 잘 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앞 길을 모두 예비하고 계실 것이다. 하늘에 나는 공중의 새라도 먹을 것을 예비해 두시는 하나님이다. 이런 나의 뜻을 우리 실험실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 주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제가 우리 모두 웃을 날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