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전혀 예상치 않았는데 갑자기 오는 소나기는 당혹스럽다. 소나기 맞아서 불편할 때도 있지만 예상치 않은 시원함이 있어 좋을 때가 있다. 이번 워싱톤 출장은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긴 출장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워싱톤에 와야 했으니 마음의 부담이 많았다. 시차 적응에 대한 부담, 체력에 대한 부담이 컸다.
일요일 1시 반 출발하여 13시간동안 일반석 좌석에 앉아 한숨도 못자고 이곳에 정오에 도착했으니 피곤했지만 배도 고파 호텔에 도착하여 앵구스 햄버거 절반을 임성일 교수와 나눠 먹었더니 조금은 나아졌다. 샤워하고 잠시 잔 것이 벌써 저녁 7시다. 리셉션이 이미 시작했다는 전화를 받고서 깬 것이니 잠은 든 것은 확실하다. 미국 친구들도 저녁에 맞추어 많이 왔다. 호텔에 돌아오니 또 피곤해 바로 잠이 들었다. 이번에 가져온 베개 탓인지 아니면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10시 정도에 잠들어 3시 정도에 깨었다. 깊게 자니 피로가 다 가신 느낌이다. 신기하다. 출장 첫날은 잠자리가 불편하여 나이든 다음부터는 첫날은 보통 잠을 설치는데 이번에는 예외다. 다음부터는 꼭 베개를 갖고 다녀야겠다. 꼬멩이들 중 베개가 없으면 잠을 못자는 경우를 보았는데 나도 나이 들어 아이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첫날 발표가 내가 한국을 대표해 발표하는 것이라 2차원 물질의 새로운 물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발표자료를 모두 새로 만들고 20분만에 끝내려 하다보니 긴장이 되었는데 모두 발표 잘했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미국 나노의 장기 계획 수립자인 마카일 로코 박사는 아예 발표자료를 달라고 한다. 한국측 10여명 미국측 10여명이 발표하는데 아는 얼굴도 있고 대부분 새로 만나는 친구들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엇하는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쿠스타프 배너지는 예상한대로 인도인답게 건방져 보이지만 순진한 친구다. 월터 디 히어는 이 분야 전문가지만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 노벨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노벨상의 허구성도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내가 하는 일을 즐기는 것 이외의 다른 것에 집중하면 이기심이 발동되고 자기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것을 서슴치 않는 것은 과학자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만난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면을 보는 것이 썩 그리 즐겁지는 않다. 그 모든 것을 떠나 내가 하는 일을 즐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난 그 범주 인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틀의 짧은 스케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동연구를 하자고 한다. 너무 많아 이번에는 노트에 모두 할 일을 적어 놓았다. 돌아가면 또 일 때문에 잊어버리니 이제는 적어 놓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하나씩 챙길 수 있다. 우리가 많은 것을 갖추고 실제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나, 여전히 다른 전문가와 협동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서 마음먹은 공동연구는 모두 이런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연구들이다. 올 때는 피곤하고 전혀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와서 얻은 것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졸리지도 않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과학을 하는 즐거움이다. 이런 관계가 과학을 하지 않으면 가능한 것일까... 순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하나의 동기로 서로 모르는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이다. 내가 과학을 선택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실험실에만 쳐밖혀 사람을 사귈 기회가 많지 않지만 학회를 통해 그런 면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으니 한국에 있으면 서로 바빠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다. 또 우리 사회가 갖는 나이라는 것이 여기서는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이득이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친구들은 어려워한다. 내가 그리 나이를 먹은 것이다. seniority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과학을 하는데는 독이 되는 요소이다. 우리 민족의 숙제일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출발이다. 이틀이지만 다른 일주일 미팅보다도 더 많은 것을 얻고 가는 미팅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다. 이런 소나기는 아무리 맞아도 기분좋은 소나기다. 다음에도 이런 소나기 맞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열심히 하는 한 이런 기회는 또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