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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넘어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5-09-28
  • 조회수7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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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인가 대서양을 건넌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넜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넌다. 오후 6시가 넘어서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하고 이재는 4시간쯤 남은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적게 남았을까.

출발할 때 지던 해가 지금도 떠 있다. 하기야 해가 지는 방향으로 계속 달려가고 있으니 해가 질 리 만무하다. 언젠가처럼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날고 있다. 폭신한 이불처럼 넓게 퍼져있다. 마치 그냥 그 위에서 뒹굴어도 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제는 그 구름위에 또 다른 구름이 살짝 지나간다. 그 구름 저 너머로 서쪽에서 해가 뜬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도 그렇게 내가 속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무한한 우주 저 너머로 어떤 세계가 존재할까. 그곳에 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디까지 무너질까.

비행기 창 너머로 보이는 구름이 너무 예쁘다. 서쪽에서 떠오르는 햇살이 너무 따사롭게 보인다. 우주에서 보는 태양도 이런 따사로움일까. 그 구름너머의 하늘은 그저 고요하다. 땅에서 느끼는 그런 아옹다옹의 아귀다툼도 여기서는 아무 의미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지나갔던 구름도 지금은 모든 것이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모둔 것이 고요하다. 구름 저편으로 끝없는 하늘만이 펼쳐져 있다. 지평선도 아닌 수평선도 아닌 운평선이다. 구름평선이다. 내 마음은 이미 내 육신을 벗어나 저 멀리 날고 있다. 내가 죽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구속없이 저 우주를 향해 날고 싶다.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다.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들... 정말 끝이 있을까. 아니면 정말 뫼비우스의 띠일까.. 모든 것이 시작이 있고 끝이 있을텐데 왜 우주라고 끝이 없을까.. 하기야 온도의 최저는 있지만 최고는 무한하다. 엔트로피는 무한이 가능하다. 그러니 우주는 끝이 없을까... 띠끌은 어디에서 왔을까.. 나의 존재의 시작은 어디일까.. 이 우주에서 나의 존재의 의미란 무엇일까.

어제 저녁 너무 자서인지 비행기에서 졸지 않는다. 다른 때 같으면 타자마자 졸았을 것이다. 바르사바에서 비행기가 늦어 프랑크푸르트로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짐도 언제 도착할 지 모른다. 하루나 이틀 냄새나게 살아야한다. 하기야 그런 것이 무슨 대수일까. 따지고 보면 삶이란 것도 어찌보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찌해도 내가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고 내가 죽는다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못사는 것 또한 무엇이 그리 대수인지... 결국 선택의 문제일 뿐.. 내가 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다. 언젠가 우리 후손들은 진화해서 지금 우리가 찾지 못한 대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위대한 일일 것이다. 그런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진화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게 내가 지금 기여할 부분이다. 무삭제 조선사회를 읽으면 절망감이 들지만 불과 백년도 안된 지금 세상은 변했다. 그렇게 절망적인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은 것이다. 내가 게으름 부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내 선조가 그렇게 깽판쳤다고 내가 깽판칠 수 없는 이유이다. 도전과 응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면 아니 노력하여 이겨내면 우리는 그만큼 진화하는 것이다. 나 혼자 진화하는 것은 또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어차피 같이 어울려 가야하는 집단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공룡시대에 인간은 우리가 볼 때 개미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남았다. 학생들에게 연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내 사회가 다른 사회에 앞서 잘하고 진화하는데 앞장서 갈 수 있으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