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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 목숨 걸기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5-08-29
  • 조회수7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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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 목 메단다는 말과 대별되는 말은 대범하다는 말일 것이다. 매사에 대범한 사람은 큰 그릇의 사람이고 어려서부터 사람은 대범해져야 큰 사람이 된다고 배웠다. 사소한 것에 마음쓰는 사람은 소인배이고 대범하게 구는 사람은 대인배인것처럼 배웠다.

대범하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내 주위가 널부러져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대범할까? 무슨 일을 해도 대충하는 사람이 대범한 사람일까? 이런게 대범이라면 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대범하다는 말 생각하면 상당히 어려운 말이다. 아니 대범하게 사는 것이 어렵다. 진짜 대범하게 사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내 인생의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 대범하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많은 일에 메달리기 때문에 늘 바쁘다. 그런데 늘 바쁘긴한데 지내놓고 보면 한일이 없다. 이런 사람은 전문가가 되기 힘들다. 이런 사람은 아마 정치가 스타일이 맞을 것이다. 아니 정치가가 되어도 진짜 정치가는 될 수 없다. 너무 바빠 일을 본질을 파악할 수가 없다. 어떤 일이든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파고 들어가야 한다. 집요하도록 디테일해야한다. 내가 유학시에 삼성가전제품은 사지 말라고 한국학생한테서 충고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받은 인상은 우리 제품은 좋기는 한데 어딘가 마지막에서 하나가 결려되어 있었다. 왜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못해 일류가 되지 못할까 늘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 제품이 버젓이 일류가 되었다. 디테일에 신경쓴 탓이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그동안 생각했던 온갖 잡가지 가능성을 뒤로 하고 진짜 일의 핵심이 무엇인가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문의 줄거리를 만들 수 없다. 중요한 핵심주제로 돌아가야 한다. 대범해지는 연습이다.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 내 논문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바쁜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고 난 다음에는 정말 사소한 것에 목숨걸어야 한다. 내가 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문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단어 하나를 어떻게 선택해야할지, 이렇게 쓰면 독자가 헤갈리지 않을까 고민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대충해도 관계없을 것이다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요즈음은 경쟁이 심해져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면 승부에서 멀어진다.잘하는 사람과 나와의 차이는 종이 한장의 차이다. 그 차이로 모든 것이 갈릴 수 있다. 금메달 은메달의 차이가 0.001초 차이로 결정되는 것을 보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떤 학생들은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 목숨건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소함 때문에 우리 연구결과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밀어 부친다.

요즘 건물 이사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건물 관리는 가정에서 살림살이하는 것과 진배없다. 사소한 것에서 소홀히 하면 큰 그림이 망가진다. 잘해놓고 욕먹을 것이다. 아직도 큰 그림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큰 그림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사소한 것에 목숨 걸어야 한다. 전선하나 바닥에 그냥 지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사소한 것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나중에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주위를 그렇게 깨끗이 관리하라고 잔소리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냥 무시한다, 자기 주위가 쓰레기로 널부러져 있어도 그냥 넘어간다. 사소한 것들이니까... 그러나 그런 작은 습관이 나도 모르게 안전에 대한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자기 주위에 있는 것도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무엇을 달성한다는 것인가.

남녀관의 관계에서 사소한 것을 무시하는 사람은 결코 연애에 성공하지 못한다. 연애의 고수는 사소한 것에 신경쓰는 것이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사랑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사람의 관계에서는 많은 경우 사소한 것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연애박사는 연애할 때 한사람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양다리는 최악의 연애꾼이다. 연애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집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선택과 집중이 빈 말이 아니다.

골프에서도 생각이 많아지면 좋은 볼을 칠 수 없다. 좋은 드라이브 샷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자세와 주위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연습하면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연습한다. 훅이 나면 왜 날까 고민하고 자세를 바꾼다. 슬라이스가 나면 어떻게 자세를 고쳐야하는지 고민하고 고쳐본다. 퍼트를 잘하기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한다. 올바른 스윙 방향맞추기 거리 맞추기, 고개 인돌리기, 하체 고정하기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수도 없이 많고 이론도 많다. 그러나 막상 볼을 치러 자세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없이 볼을 쳐야한다. 생각이 많으면 볼이 산으로 간다. 논문을 준비하는 그 많은 복잡한 것들을 논문에 옮겨 놓으려면 논문이 산으로 간다. 간략하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해 그것을 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핸드폰 집착이 너무 심하다. 앞에 사람을 앉혀 놓고도 핸드폰과 씨름한다. 그럼 왜 사람을 만날까. 자기 방에 앉아 핸드폰을 보면 그만인 것을... 사람 인격에 대한 모독인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핸드폰에서 얻는다. 본인의 생각이 없다. 그래서 글을 쓰지 못한다, 퍼오기는 잘해도 스스로 생각이 없다. 아마 앞으로는 연구 잘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고란 단어도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아니라 인터넷에서 잘 파오는 사람이 사고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유학중 정치학과 학생 중 하나는 과 교수들한테 항상 한국식으로 깍듯이 절을 해서 과 교수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고 했다. 정치학과에서 어려운 장학금도 받으면서 생활했다. 사람들은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지만 내가 볼 때 이 사람은 자기를 드러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고수인 것이다.

고수가 되는 조건을 다룬 책이 있다. 고수의 특징 중 사소한 것에 목메는 특징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남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눈여겨 볼 대목이다.

우리 모두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해보자. 그러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