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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5-08-24
  • 조회수6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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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칼럼을 쓴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그동안 바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일에 쫓기다보면 늘 생기기 쉬운 못된 구실들이다. 그러나 정말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쓰는 글을 쓰지 못할까?

무덤에 가면 이유없이 죽은 귀신없다고 한 말이 빈말이 아니다. 전에는 과연 시간이 남아서 글을 썼을까.. 아니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서 쓴 것 뿐이다. 왜 그랬을까?? 학생들과의 이해 창구역할.. 물론 그것도 중요한 동기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아서 쓰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글을 잘 쓰는 천재적인 타고난 기질은 없었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일기를 쓰는 습관 덕분에 글 쓰기를 좋아한 편이었다.

글쓰기는 사실 나의 게으름의 척도가 된다. 그동안 바쁘다 핑계대고 글을 쓰지 않았다. 바쁜 것이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탓이다. 이 나이에도 난 아직도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다. 나이가 드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슬 필요가 더욱 절실해지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다. 유학 동안에는 아침 화장실에서 성경을 독파했다. 요즈음은 화장실에서 신문을 읽거나 이메일을 체크한다. 아침에 일어나 하는 첫 번째 일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한 셈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반성해본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의 시간에는 비록 짧지만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으로 정했다. 그렇게 또 실행하다 보면 많은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밀린 책들이 많다. 모두 뒤로 미룬 것들 중 하나다. 올해는 책도 하나 쓰기로 마음 먹었지만 아직 제대로 실행에 못 옮기고 있다. 앞으로 일년 안에 써야 한다.

집에 늦게 들어가지만 자기 전 잠시 머리를 식이기 위해 TV를 본다. 그러나 그것도 습관이 되니 아주 고약하다. 습관이 좋으면 모르지만 나쁜 습관의 경우 아주 고약하다.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좋은 예인 것이다. 이 습관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요즈음은 시간이 없다고 운동을 게을리한다. 이것도 바꿀 습관이다. 빨리 코치를 찾아서 운동을 정기적으로 해야겠다. 최근 들어 머리가 자주 아픈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차라리 시간이 남으면 운동으로 시간을 써야한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많다. 학생들과 좀 더 자주 토의를 해야한다. 바쁘다고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더욱 나한테 다가오기 힘들다.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좋은 태도가 아니다. 내가 연구를 계속하는 한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학생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거나 짜증내어서도 안 된다. 모두한테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나한테도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

논문이 밀려있다.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 그 전에도 많았다. 일년에 논문 40편도 소화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그보다 적은 논문을 쓰고 있다.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노력이 더 필요한 것도 있지만 그것도 루틴으로 만들어가면 가능할 것이다. 마음에서 벅차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 모두가 좋은 논문을 쓰면 좋겠지만 때로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한다. 노력은 하지만 노력한만큼 결과가 좋지 못한 것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것도 연습이다. 나쁜 논문도 써봐야 좋은 논문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연습이다. 모든 사람이 운이 좋은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논문도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는 그것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하나님 앞에 선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얼마전 실험실 생활규칙을 찾으면서 그것을 보고 다시 한번 반성했다. 그것은 학생들의 생활규칙이 아니라 나의 생활 규칙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실험실 홈피에 구성원 글 올리는 난이 있다. 홈피가 새로 단장된 후 아무도 글을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은 잘쓰든 못쓰든 쓴다는 것만으로 자기 생각이 정리되고 쓰는 훈련이 된다. 어차피 박사를 하면 좋든 싫든 사회지도자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글쓰는 것은 지도자 덕목 중 중요한 것중 하나다. 모두 써보라. 그리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된다. 나를 다른 사람이 이해해 준다는 것,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우리의 생각을 글을 통해서 교감한다는 것, 우리가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아님 우리는 단순한 동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험실 생활 지침


∙ 자기의 연구주제가 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 The best or the first

∙ Publish or perish

∙ 영어는 밥 먹듯이 꾸준히 하라 (하루라도 못 먹고는 못 산다)

∙ 실수는 용서 받을 수 있지만 게으름은 용서 받을 수 없다

∙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마라 (질문하지 않으면 평생 모른다)

∙ 매사에 긍정적인 것을 찾아라

∙ 상대방을 존중하고 장점을 배워라

∙ 주위의 동료들과 자기를 비교하지 마라

∙ 일요일에는 다가오는 일주일을 계획하라(하루/일주/한달)

∙ 실험실에서의 자기 일이 가장 우선권이 있음을 기억하라

∙ 힘들 때는 한 발 물러서서 자기를 뒤돌아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