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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구하는 삶 <2008.05.01 21:48:06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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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48:06



내가 박사학위를 막 끝내고 귀국한 후 교수로 재직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한 기회에 어떤 소련의 과학자가 자기의 과학자상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학문의 대가가 되기보다는 어느 한 분야가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때 내가 그 글을 인상깊게 읽었는가 보다. 아마 그 때 나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이런 고민은 우리 실험실 학생들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이 기회에 정리해 보고 싶다. 사실 난 남들이 볼 때 학문이라는 한 길을 걸어오며 살았다. 사실 난 이 길만 가겠다고 고집하면 살지는 않았다. 다만 내게 주어진 이 길에서 최선을 다하면 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이 길 외의 다른 것을 많이 접으며 살았다. 가정에서도 집안의 장손이었지만 집안 일에 소홀히 하여 작은 아버지들한테 꾸중들은 경우도 많았고 집안에서도 내 일의 첫 번째 우선 일이 연구이여서 집 식구와 싸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도 가능한 줄였다. 가끔 핀잔도 들었지만 그리 개의치 않았다.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은 내 집 식구로부터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일 것이다. 난 다만 내 일에 집중하여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고 나에게 다른 길이 주어졌다해도 아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연구자로서 위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나 지신을 소련의 과학자가 선택한 것처럼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과학자의 꿈은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자연과학 대상 전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꿈 꿀 것이다. 소련의 란다우라는 과학자가 그 예이다. 그는 물리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연을 고찰하는 특별한 관점은 물리학자 모두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모두 그런 물리학자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학다식한 란다우보다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마 내 교육적 배경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난 남들처럼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니다. 고등학교도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고 전자공학기술을 고등학교때부터 몸에 익혔다.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고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대학이라는 곳에 겨우 들어갔다. 그래서 물리학이라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미국에 유학도 가고 지금 이 위치에 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대학 나오지 못했고 좋은 연구기관에서 연구한 경험도 많지 않다. 난 다만 타고만 좋은 감각이 있고 그 감각에 의존하여 연구하는 경향이 짙다. 내가 이론가 출신이지만 다양한 이론 지식에 밝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탄소나노튜브라는 분야에 관련된 연구는 누구한테도 지기 싫다. 이 분야에서 내 창의성을 실현시키고 싶고 내가 가진 감각을 이용하여 인류가 필요한 연구라는 것을 실현해 보고 싶다. 따라서 난 모든 분야를 다 알고 싶어하진 않는다. 내 삶에서 내가 모든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학문세계에서도 완벽해지기를 원하기 보다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내 실험실 사람들은 어떤 길을 원할까? 아마 모두 다른 길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지 않다. 다만 선택의 문제이다. 자기 교육 배경, 재능, 취향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그렇지만 고민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가라. 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내가 그리던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그림 그린대로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초등학교 교재에 나왔던 큰 바위 얼굴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