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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과학자의 정체성 <2008.05.01 21:45:34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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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45:34

 

오늘 기강이가 고민이 있어 면담을 요청하여 이야기를 들은 즉 이렇다. 자기는 물리학이 전공인데 자기가 하는 일은 주로 화학에 관련된 일이어서 스스로 물리학과의 정체성에 회의가 든다고 했다. 한편으로 엉뚱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실험실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 문제는 한번 짚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학위 심사시 몇몇 교수님들로부터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서 물리학적인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실험실 일이 나노튜브 기능화와 관련되어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연구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실험실 일은 나노튜브 합성, 산화흑연, 나노파이버, 그라핀 합성, 분산, 기능화, 분리, 전자구조 제어, 복합체 재료, 바테리, 캐패시터, FED, Tr, 센서, 연료전지 태양전지 응용등 모두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발표 논문만 봐도 화학 관련 분야가 많지 물리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화학, 재료, 화공, 전자공학쪽에 가깝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속할까?

 

 

그렇다면 우리 인류의 현안문제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자. 에너지 문제는 지구의 화석연료의 고갈로 2025년 이후에는 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금도 석유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환경 문제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디스플레이, 반도체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재료를 꾸준히 창출하지 않는 한 우리가 살 길은 없다. 이런 인류의 당면과제 또는 우리의 문제를 보면 우리 실험실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이 모두 이와 관련이 되어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연구주제와 싸우고 있는 것은 내가 젊었을 때 느꼈던 물리학자로서의 나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내가 40이 넘어서 느낀 것은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느냐 하는 질문이었다. 연구라는 것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고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내가 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며 살았는지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좋은 논문을 써서 나 스스로 만족은 있었지만 내가 속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를 생각했을 때는 답이 없었다. 이것이 내가 실험을 선택하게 된 중요한 동기였다. 또 실험주제도 사회에 기여가 가능한 탄소나노튜브 합성 및 응용이었다. 이런 나의 선택에 대해 지금도 후회없다. 지금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 사회가 필요한 주제를 연구해왔고 또 나름대로 기여한 바가 있고 다가오는 몇년 이내에 우리는 관련 많은 분야에서 굉장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연구주제는 물리학의 본론과는 거리가 먼 주제인것처럼 보여 나 역시 일부 물리학자로부터 나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받곤 했다. 이론을 할때는 그런 질문이 없었지만 실험 이후 내가 추구하고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학, 화공, 재료, 전자공학등 그 영역제한을 가리지 않는데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데 질문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물라학 중 아주 작은 지엽적인 문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고 우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외면한 사람들이다. 물리학 기초만을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큰 틀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그들은 스스로를 전통적인 기초물리라는 틀에 가두어 놓고 있다. 그래서 나노분야는 그들의 활동영역이라고 보지 않는다. 난 그 사람들을 탓하지 않는다. 다만 나 자신을 그런 사람들의 범주에 놓지 않는다. 사실 물리학을 하는 사람만이 여러 분야를 쉽게 이해하고 종합적인 눈을 가질 수 있다라고 난 자부한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서 난 스스로를 재료과학자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재료 공학에서 정의한 재료공학자가 아니라 나노과학이 정의하는 재료를 포함하여 새로운 소자기능을 창출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화학, 물리, 전자공학 모두를 다루는 광의의 재료과학자이다.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신기능, 다기능을 가진 재료를 창출하고 이를 소자에 응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분야를 가리지 않는 것이다. 화학적인 것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공학적인 것이라 포기하지 않는다.


니노과학의 키워드는 학제간 연구, 혹은 종합학문이다. 오늘날 나노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크기가 큰 것도 다 이 이유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성공하는 그룹의 예를 보면 모두 그렇다. 그래서 이 분야 연구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힘들다고 안하고 핑계대는 것은 내 체질이 아니다. 도전하는 자만이 알 수 있고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나 스스로를 재료과학자라고 해도 일의 면면을 보면 내가 물리학자라는 것을 숨길 수 없다. 늘 왜냐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고 문제를 접할 때마다 물리적인 면을 보고 싶어한다. 우리 실험실 식구들은 그 배경이 물리, 화학, 화공, 재료, 전자공학, 기계공학등 아주 다양하다. 화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같은 주제를 연구하면서도 물리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화학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보게된다. 전자공학하는 사람들은 또 소자 측면에서 모든 것을 보려한다. 난 이것은 극히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한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인 것이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부류는 problem solver 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여기에 속한다. 문제가 주어지면 그 문제의 해를 제시하려 한다. 우리는 모두 여기에 맞게 훈련되어 있다. 또 한 부류는 problem maker 이다. 문제를 창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다. 문제를 풀기 보다는 새로운 분야가 무엇인가를 찾아낸다. 그러면 문제를 찾아내면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따라온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소수지만 세상을 이끌어간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해있을까? 또 어디를 향해 가야 노력해야 할까?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보다는 우린 이런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