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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새해를 맞이하며 <2008.05.01 21:40:10 >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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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40:10



지난 일년은 어느 해하곤 달리 정말 열심히 산 한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험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미 충분히 숙지하고 다가오는 새해부터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을것이다. 몇몇 학생들은 나하고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갈등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니 이런 갈등 또한 우리를 살찌게 하는 것들이리라. 2007년 특별히 윤표, 규와의 갈등이 나에게는 큰 숙제였지만 2008년에는 그들이 빛을 발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연마되지 않은 보석일 뿐 언젠가 닦으면 빛을 발할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보석들인데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예수님도 처음부터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자각을 통해 자기의 사명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학교 다닐 때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조용히 내 일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이상 나 혼자 숨어서 지낼 수 없는 상황이 왔고 또 그런 책임도 내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나는 그런 꿈에 미친 사람이 되었다.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젊었을 때 난 과학이라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정말 과학을 통해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내가 과학을 통해 하나님께 어떻게 헌신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내 삶은 결점 투성이의 삶이지만 이제는 그래도 내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렇게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완벽히 준비된 과학자도 아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일류대학에서 학위를 하지도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처럼 대학에 가지 못하고 직장엘 다녔다. 몇 년을 공부해 겨우 대학에 들어갔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직장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다. 겨우 대학교 2학년 때 난 공부라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3학년 때 군대에 입대해 사실상 공부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제대 후 복학해 공부를 시작했지만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가야해 사실 제대로 공부라는 것을 즐길 수 없었다. 대학원 때 겨우 공부를 즐길 수 있었고 그렇다고 그렇게 유명한 대학, 유명한 교수 밑에서 수학한 것도 아니다. 난 그저 평범한 물리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전공을 두 번이나 바꾸어야 했다. 이론에서 실험으로 옮기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내 실험실 학생들이 없었다면 김히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었다. 내게 맞는 주제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이제 겨우 머리로 하는 연구가 아니고 마음으로 하는 연구를 시작한 것 같다. 말하자면 난 드디어 연구라는 것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십년 이상 준비해 온 셈인 것이었다.

과학자적인 측면에서 보면 난 가지지 못한 자다. 그러나 조금씩 나의 영역을 쌓아가면서 내가 느끼는 사명이 자각되어 왔다. 그래 난 그렇게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이 창대한 사람이 되리라. 그래서 나의 성취는 나처럼 학문적으로 미비한 사람들에겐 큰 희망이 될 것이다. 그들도 할 수 있다는 신념내지는 희망을 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난 물리학자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영역을 단순히 물리라는 테두리에 가두지 않고 응용 분야를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도 이 사회의 산업발전에 직접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난 지금 멈출 수 없다. 또 나를 믿고 밀어주는 나의 선후배 교수님들, 나의 친구들, 나의 학생들, 나의 가족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또한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은 내게는 아주 중요한 해이다. 실험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는 정말 고생 많이 한 해이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따라와 주었다. 물리에서 상이 바뀌기 위해서는 잠열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실험실도 도약을 위해 잠열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외부 협력연구팀도 활성화되었다. 상성의 최재영 박사팀, 전북대 이승희 교수팀, 미국의 피츠버그대학, 텍사스대학 협력팀등이 그렇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 연구 주제가 이제 우리 눈 앞에 있다. 이런 기회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자주 올까.... 그래서 내년을 맞는 내 각오는 여느 해와 다르다. 난 선수가 시합을 준비하듯이 준비하고 있다. 흥분된 마음으로 내년을 맞이한다. 이런 내 마음을 우리 실험실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기억하라. 준비하는 자만이 지나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