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xplore new physics phenomena of low dimensional materials
with a special emphasis on two-dimensional layered structures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32:56
매년 이맘 때 되면 신입생들의 실험실 면담 문의가 빈번하다. 또 학생들이 졸업 논문 때문에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면담을 할 때 짧은 시간으로 이 학생의 지나온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연구생활에서 성공 가능성을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본인의 과거 생활이 성실했던 그렇지 않든 대부분 학생들이 들어올 때는 새로운 각오와 큰 포부를 갖고 실험실에 들어오려고 한다. 사실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본임 나름대로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이고 그런 각오와 포부를 갖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사람 맘 먹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졸업하는 학생을 보면 이 학생이 처음 들어 왔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거꾸로 생각하게 된다. 그 때 그 학생이 마음먹고 다짐했던 것들을 지금 얼마나 이루어냈을까? 괴연 졸업했을 때 본인이 처음 꿈 꾸었던 것만큼 얻었을까? 시작은 모두 원대했지만 끝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정말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란 성서의 글귀처럼 괄목할만한 진보를 보인 학생들도 있다. 이런 친구들의 행동은 자신에 차 있다. 또 보는 사람의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그런 반면 그렇지 못한 친구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고 나를 피하기도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사람 맘 먹기에 달렸다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또한 현실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이런 학생들을 보며 난 어떤가 하고 자문해 보기도 한다. 난 과연 내가 맘 먹은대로 살아 왔는지... 난 과연 여기까지 오며 흔들림없이 살았는지... 과연 난 처음 시작하며 다짐했던 목표들을 이루어왔는지...
지난 일을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과오들이 참 많다. 감추고 싶은 부분들도 있다. 어디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을 얼마나 하고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절망했는지... 절망이라는 적에 져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했는지... 내가 학생이던 시절도 그랬었다.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자그마한 실패에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었던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늘 나를 괴롭혔다. 직장을 다니며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대학교에 갔고 늘 뒤진 것에 대한 초조함이 나를 힘들게 했다. 사실 인생의 마라톤에 비하면 조금 늦게 출발한 것뿐인데, 더 열심히 뛰면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사람인지라 가끔 그렇게 나를 괴롭힌 적도 많았다. 교수가 된 다음에도 나를 부정적인 쪽으로 몰고 가는 나를 수없이 겪었다.
지금도 가끔 나의 부정적인 면이 날 괴롭히지만 이제는 극복하는 법을 안다. 처음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처음 시작할 때 난 아는 것보다 대부분 모르는 것이었고 가진 것이라고는 내 몸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엄습할 때는 스스로 다짐한다. 그래 난 아직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다른 사람에 비해 아직도 난 부족한 것이 많다. 처음에 난 참으로 겸손했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 지금 내가 겪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난 재능이 없어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기 위해 난 체력을 단련해야 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하고 아직도 난 갈 길이 멀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나아진다. 자신을 그렇게 채찍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도망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다시 생겨난다. 어찌보면 오기가 다시 생기는 셈이다. 나한테 큰 재능을 주지않은 조물주에 대한 오기... 그 조물주에 난 이렇게 살았노라 보여주고 싶은 오기...
어쩌면 그것은 오만일지 모르지만 난 내 실험실 학생들이 가끔은 절망할 때 그런 오기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로부터 등을 돌릴 때 과감히 너희들이 틀렸다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오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