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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나노 포럼 <2008.05.01 21:02:06>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3-04-08
  • 조회수1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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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옮김

<2008.05.01 21:02:06>

미국 여행 이후 연이은 일본 한일 심포지움, 그리고 전주 나노 포럼이 마치고 돌아오니 몸이 말이 아니다. 정말 피곤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늙은 것인가... 월요일도 외국인이 와서 종일 바빴고 어제까지 이메일 끝내기가 어렵다. 이런 일은 늘 반복되는 것이지만 나이가 들어도 일이 줄지 않으니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줄고 건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위안도 해 보지만 쉬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이번에는... 그러나 일들이 밀려있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마찬가지일터, 내가 게으름 부릴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번 일본 학회는 교토 외곽 산에 위치하는 간사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열렸다.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조용한 곳이 내가 있기에는 안성마춤인 곳이었다. 음식은 기독교인이 운영하고 있어 간소했다. 마치 명상하러 간 곳처럼 조용하고 아침에는 새소리가 들렸다. 아침 후 짧게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대나무 정원을 산책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일본사람들과의 미팅은 늘 시간을 꽉 잡는다. 첫날 저녁부터 회의가 시작되었고 연일 쫓기는 일정이었다. 옛 친구들은 보는 것은 항상 즐거움이 있다. 그동안 연구에서는 어떤 진보가 있었는지 궁금하고 또 어떻게 지냈는지 그간의 일들을 듣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항상 서로의 성공에 축하해주고 힘을 받는다. 경쟁자이면서 좋은 친구들인 것이다. 이제는 4년차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정말 친구처럼 화기애애하다. 연구결과를 심각하게 논의하지만 공격을 위한 질문이 아니고 서로 도와주는 질문이 많다. 좋은 현상이었다. 저녁에는 이지마 선생님과 교토 전통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그 곳 문화를 공유한 것은 참 의미가 있었다. 또 이지마 선생님이 발잔 상을 받은 것이 우리 모두의 노력 덕택이라고 말하고 그 곳 술값을 우리를 위해 지불한 것은 보통 일본인에게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미팅을 하자고 4년전에 제안했던 것은 정말 내가 한 일중 잘한 일이었던 같다. 기꺼이 응해준 이지마 선생님이 늘 고맙다. 일년만에 새로운 연구결과를 들고 나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러한 미팅은 양팀간의 연구 결과를 토의하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우정을 도모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사실 우리하고 제일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이다. 늘 경쟁한다. 그러면서 가장 가까이 있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가장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그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공동연구가 서양사람들에게 국한되어 있다. 서양사람들은 사실 문화가 많이 다르고 거리도 멀어 공동연구가 쉽지 않다. 일본은 서양에 못지 않게 과학이 발전되어 있고 과거 기술 위주의 과학에서 기초과학 중심으로 바뀌어 과학의 질 또한 뒤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배우는데 더 용이하다. 경쟁자를 이기려면 더 잘 알아야 한다. 난 고등학교때 일본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어리석은 적대감 때문에 일본어 배우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시험위주의 공부로 스스로를 국한시켰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누군가 나한테 적을 이기기 위해 적에 대해 알라고 주의를 줬다면 그때 힘써 배웠을 것이다. 일본은 친구이지만 선의의 경쟁상대인 것이다. 이런 관계를 통해 우리가 발전할 것이다. 또 토의 과정동안 마루야마, 사이토 그룹과 공동연구를 새롭게 하고 측정을 공유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내년 한달동안 나고야에 머물면서 일본어도 배우고 일본문화도 흠뻑 익힐 것이다.


전주에서의 학회는 예상치 않을만큼 성공적이었다(??). 내 고향에 외국인들을 많이 불러모으고 잔치하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시작에서 주관기관들의 마찰이 조금 있었지만 학회에 도지사, 사장, 국회의원, 지역 유지들이 대거 출동한 것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학회가 딱딱하게 공식적으로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학회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자유스런 위기가 되어 내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중간에 이지마 선생님과 기자회견하면서 이 모임을 전주에서 가진 것이 의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북에 탄소밸리가 형성된 것에 대해 정치적인 우려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기자들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KBS에서는 특히 그 부분을 강조하여 인터뷰를 했다. 나중에 보니 지방 10개 일간지 모두가 보도했다. 단순히 연구자로서 사회에 이런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순전히 행운이다. 학회의 진행을 위해 많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많이 고생했다. 한편으로 우리 그룹 모두가 많이 알려진 셈이 되어 득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그룹 학생들을 postdoc 삼기 위해 물어왔다. 보이지 않는 소득인 것이다. 중간 중간 전주 맛있는 음식을 선보였지만 짧은 일정이라 모두 소화시키기가 어려웠다. 전주 학회에서도 많은 그룹과 공동연구를 하기로 구체화시킨 것은 좋은 일이었다. 보통 학회에 가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몇 개쯤은 얻는데 이번 두 학회는 너무 기대 이상이다. 내 방 학생들도 모두 그런 소득을 기대하지만 알 수 없다. 얼마나 얻느냐는 모두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으니... 학회 내내 걷도는 학생들도 보여 마음이 어두웠지만 이것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가 그들도 알게 되고 또 그때 되면 또 나름대로 얻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모든 일은 그렇게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기까지 수 많은 물대기와 태풍, 홍수를 이겨야하고 한 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무수히 견디어야 하듯이 우리 학생들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