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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연구는 기초연구가 곧 응용연구"

  • 작성자이미영
  • 등록일2013-09-26
  • 조회수2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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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노人] 이영희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
  • 더사이언스 | 기사입력 2013년 07월 24일 09:14 | 최종편집 2013년 07월 25일 17:59




  • 이영희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
    “나노연구가 산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기초연구 성과 자체가 바로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노 분야는 기초연구가 곧 응용연구인 셈이지요.”


    23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만난 이영희 단장(물리학과 교수)은 우리나라 나노정책이 산업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IBS는 과학자들이 기초연구를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생했다. 단기성과나 연구비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를 하도록 지원한다. 이런 IBS의 연구단장이 응용연구를 강조하다니 의외였다. 그는 어떤 맥락에서 응용연구를 강조했을까.


    ●기초·응용연구 함께 가는 것이 중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를 논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노연구의 마침표는 결국 산업 관련 기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초연구 성과를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단기적인 성과만 추구하는 것으로 간주하면 안됩니다.”


    탄소나노튜브를 알루미늄과 섞어 강도가 높은 신물질을 만들어 낸다면 당장 철강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올 수 있다. 기초연구가 바로 산업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연구자를 재촉한다고 이런 성과가 빨리 나올 수 있을까. 이 단장은 연구자가 연구에 충분히 매진해 농익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의 이러한 철학 때문일까. 이 단장이 이끌고 있는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나머지 18개 IBS연구단에 비해 산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초연구가 많다. 일례로 현재 개발중인 전기 자극기는 그래핀을 이용하기 때문에 몸에 닿지 않아도 전압을 가해 전류 자극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체에 직접 닿아 전류를 흘리는 기존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이를 혈관 질환이나 간질병 등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 곧바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연구 이어져야

    기초연구 단계에서 산업화를 고민하고 응용연구로 이어지면 무조건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개발된 기술이 바로 산업화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딘 것 같다는 질문에 이 단장은 “당연하다”며 기업들의 고충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화가 가능한 연구 성과를 내놔도 기업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앞으로도 극복하기 힘들어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절대로 위험감행(risk taking)을 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테스트가 이뤄지고 검증이 돼야 받아들입니다. 대학 연구와 기업의 괴리는 그래서 오는 것입니다.”


    나노입자를 이용한 인쇄 공정을 적용하면 반도체 개발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아 기업들은 여전히 실리콘 반도체 공정을 고수한다. 기업이 받아안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나노물질 개발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는 게 이 단장의 생각이다.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면 반드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오래 공들인 연구는 언젠가 산업화로 이뤄져 빛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10년 동안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IBS의 출범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요."


    ●나노과학은 융복합 학문의 절정…편견 없애라

    나노 분야 연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단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평범했던 고졸 출신의 철도원이었던 이 단장은 늦깎이 물리학도를 거쳐 이론과 응용연구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나노과학자로 성장했다. 마치 자신이 겪었던 이러한 과정이 나노 연구의 특징과도 같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저는 이른바 엘리트코스를 밟지 않아서 그런지 이것저것 배우는 데 주저함이 없는 편입니다. 실제 이런 성향이 나노연구에 큰 도움이 됐지요. 나노과학은 융·복합 학문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만큼 나노 연구자도 물리, 화학, 전자 등 이해하고 있는 학문의 범위가 넓고 편견이 없어야 합니다.”


    이 단장은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들과 함께 창의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궁무진한 먹거리가 숨겨진 나노과학은 다양한 관점과 사고를 지닌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 세계 1%의 석학이나 타 분야 전공자와 함께 ‘나노’라는 공통주제를 두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입니다.”



    ● 이영희 단장이 말하는 ‘나노과학’ 발전 방향
    ① 기초·응용연구 함께 가야
    ②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한 연구 이어져야
    ③ 호기심 키우고 다양한 문화권 연구자들과 공동연구 해야







    ※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www.dongaScience.com)은 대한민국 나노기술계를 지원하는 ‘나노융합산업협력기구’와 공동으로 기획 시리즈 ‘나노人’을 시작합니다. 국내외에 나노기술 과학자, 정책전문가를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를 매월 두 차례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 http://www.dongascience.com/sctech/view/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