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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2014-10-26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4-10-26
  • 조회수13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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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노트르담 대학에 왔다. 30년전에 학생때 학회가 있어 처음 와 본 곳이다. 촌 동네지만 학교 안의 시설은 기가 막히다. 돈이 많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저녁 8시가 넘어서 늦게 도착했는데 후아민이 기다리고 있다. 알란도 그 시간까지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미국사람같지 않고 굉장히 친절했다. 덩치가 크지 않고 마른 편이라 신경이 날까로운 것은 인상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주 친절하다.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강가에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고기가 재대로 구워져 있어 아주 맛있는 햄버거를 먹었다. 이곳의 지명이 사우스 밴드인데 그것은 이곳을 돌고 있는 강이 구부려져 만든 지명이란다. 세상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학교 안에 있는 모리스 인은 별 다섯이다. 모든 시설이 편하다. 사람들은 모두 의도적으로 느껴질 만큼 친절하다. 학부 학생들에게 모든 시설을 최대로 제공하려는 학교의 의지일 것이다. 인이라는 이름이 싼 모텔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이곳은 전혀 다르다. 침대, 방 크기, 샤워실, 타월, 책상 모든 것이 정말 별 다섯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불이 되지 않으니 시골은 시골이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밥을 먹었다. 커피를 포함해 14불이면 전혀 비싸지 않다. 서비스하는 아줌마는 웃으면 눈꼬리가 내려가는 친절한 서비스를 한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심각하다가도 손님과 이야기할 때는 눈꼬리가 내려간다. 아침에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알란이 호텔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모든 직원이 친절하다. 과의 비서도... 친절이 모두한테 몸에 베어있다. 미시간대학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분위기이다. 학교의 모든 건물이 같은 벽돌 같은 색깔이다. 건물의 놓이도 4층으로 제한되어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넓고 잔디와 나무로 나뉘어져 있다. 건물 내부 복도는 불필요할 정도로 넓다. 곳곳에 휴게실이 있고 의자가 편하게 이리 저리 놓여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흔적이 보인다. 교실도 우리가 보는 그런 식의 의자 배열이 아니다. 그룹끼리 토의할 수 있도록 책상괴 의자가 옹기 종기 모여있다. 책상 의자가 단순하지 않다. 분위기가 응접실이다. 하기야 학생수가 적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도매급으로 모여 공부하는 우리하고는 너무 딴 판이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마인드는 어떤 상태일까.. 사회 생활을 잘 할까... 특권의식에 사로잡히진 않을까.. 
           
 아침부터 여기 있는 친구들과의 면담이 빽빽이 채워져있다. 여기서는 전자과라 모두 소자에 괸심이 있다. 터얼 소자다. 그것고 밴드-밴드 터널이다. 한가지 깨달은 것은 터널소자에서도 OFF CURRENT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다. 이것을 배우면 우리도 다른  분야로 접목이 가능할 것이다. 또 doping 위해 전해질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이용한 gate 는 많이 있었지만 doping에 이용한 경우는 생소하다. 개념을 증명하는데는 제일이다. 또 이곳을 방문한 한국 교수가 있어 고전력소자에 대한 연구를 배웠다. 여기서도 소자에 대한 경쟁이 있었다. 세미나는 생각보다 질문이 날카롭지 못했다. 전자과라 그럴 것이다. 우리는 재료가 강하고 여기는 소자가 강하니 공동연구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모였다. 저녁에는 알란이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로코라는 피자집에 데려갔다. 약간 짠 맛이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이태리 사람이 많은지 식당은 정말 시끄러웠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몸무게가 어느 정도 늘었을 것이다. 피할 수가 없다. 음식이 기름지다. 피자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학교에 다시 돌아와 알란이 직접 실험실 투어를 해 주었다. 연차보고를 다음주에 앞두고 내가 방문에 귀찮을 법도 하지만 직접 챙겨주니 고마웠다. 헤어질 때는 본인이 먼저 공동연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모두한테 좋은 일이다. 여기서는 소자를 많이 배울 것이다. 우리와 접목하면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낼 것이다.

시카고에 운전해 공항으로 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처럼 네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프린트해 온 지도에 의존하니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어 저녁에는 지도를 살펴봤다. 렌트카에서 준 지도와 한국서 프린트해 온 지도가 달라 자세히 보야야 했다. 렌트카 지도가 더 엉성하다. 똑같이 길 안내를 프린트했는데 가르쳐주는 길이 다르다. 참 신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길안내가 더 확실하다. 여기서는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모두 친절하게 무언가 하지만 잘 맞지 않는다. 실제로 운전해보니 한국 길안내가 더 정확하다. 중간에 가야 할 길이 막혀 다른 곳으로 왔다. 마지막에 공항에서 렌트카 반납하는 신호를 놓쳐 공항 한바퀴 돈 것만 빼고는 비교적 수월하게 왔다. 마지막 톨게이트는 동전만을 받는데 동전이 1.35만 있다. 15전이 부족하다. 다행히 렌트카에 물어보니 인터넷을 통해 일주일 이내에 내면 된단다. 도무지 사는 것이 편한 동네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괜찮겠지만 나이들어서 살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나라일 것이다. 

그렇게 긴 3주간의 여행이 끝나간다. 시카고 공항 휴게실에 오니 이제 다  끝난 것 같다. 칼 휴게실이 형편없다. 한국 음식이 전혀 없다. 그래도 편히 않을 수는 있다. 지난 3주가 힘들기 보다는 정신없이 배운 시간인 것 같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공동연구도 많이 하기로 했다. 몸이 힘든 것에 비해 많은 것을 얻은 여행인 것 같다. 이제는 돌아가 밀린 일을 해야한다. 짜증내지 않고 차근차근하면 또 해낼 것이다. 논문이 많이 밀려있다. 또 하나씩 해 나가면 된다. 여행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실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다.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