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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건너-2014-10-26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4-10-26
  • 조회수1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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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퍼옴

헬싱키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핀에어를 탔는데 비즈니스석이라도 비행기 좌석이 칼처럼 그렇게 편하지 않다. 서비스도 자기들 나름대로 잘한다고 하지만 그리 편하지 않다. 음식은 가능한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뱃속이 편하지 않다. 대서양을 건너는 것은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니다. 이제까지 두 번 정도 해 본 것 같다. 해를 따라 계속 여행하니 그리 피곤치 않은 여행일 것이다. 그렇게 8시간을 달려 시카고에 도달했다. 미국은 역시 입국부터 불편하게 한다. 입국심사부터 기다린다. 앞 사람이 시간이 많이 걸리더니 심사관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컴퓨터가 고장이라고 한다. 나한테는 business or leisure라고 한마디로 물어본다. 난 귀를 의심했다. 지연되어 미안하다고 한 심사관은 이제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 나이든 백인이다. 옆 자리에 있는 백인친구는 어떤 입국자와 끝없이 잡담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사람마다 차이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모두 똑 같은 월급을 받을 것이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방법이 없으니까...        

비행기가 일찍 도착하고 또 transit 시간이 충분해 서두르지 않았다. 시카고 오하라 공항은 복잡하다. 5개의 터미널을 트램을 이용해 이동한다. 그래도 이동거리가 길다. 표시판에는 티켓에 1터미널이라고 쓰여 카운터에 갔지만 결국 다시 2터미널로 이동했다. 그렇게 찾아 게이트를 확인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배가 편해지자 허기가 나 쿠키, 바나나, 물 한통을 사서 조용한 곳에 가서 먹으며 책을 읽었다. 인페르노를 읽은 지 오래 되었지만 다 읽지 못했고 이번 여행동안 책을 갖고 오지 않아 soft cover로 다시 샀다. 덕분에 많이 읽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 시간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6시 비행기인데 6시가 된 것이다. 죽어라 달려 게이트에 가 봤지만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비행기는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다급해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수 없이 UA 서비스 카운터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다음 비행기를 찾아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랜싱 촌 동네에 그날 비행기가 디시 있을리 없었다. 다음날 가란다. 그러기에는 너무 피곤했다. 근처 가까운 곳에 가는 비행기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 시간 후 그랜드 래피드라는 옆 동네 비행기 좌석이 있었다. 친절하게도 가장을 랜싱에서 그랜드 래피드로 이동해 준다고 했다. 시간상으로 가능할까 의심했지만 그렇게 해 준다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되면 가장 좋으니까... 다시 1 터미널로 이동해 비행기를 탔다. 

그랜드 래피드에 도착해 우선 가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UA baggage claim office 에 들렀지만 baggage tag가 AA이라 그쪽으로 가보란다. 그쪽에 가니 몇사람이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되어 가방을 물었지만 결국 시카고에서 UA로 왔기 때문에 UA로 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거기서 보내서 왔다고 하니 본인이 직접 전화해 가방이 현재 랜싱에 도착되어 있은 것을 확인해 주었다. 발음을 보니 미국 계통이 아니 아줌마였는데 친절히 대해 주어 고마웠다. 그러나 역시 가방을 claim 하기 위해서는 UA office 로 가야한다고 해서 그 곳에 다시 갔더니 이 친구 하는 말이 여전히 AA tag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없다고 하면서 UA 1-800 번호를 알려주었다. 정말 게으른 친구인지 아니면 그 말이 사실인지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어 안내소에 가니 할머니 한 분이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다행히 거기 전화를 쓰도록 허락해주어 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화를 거니 역시 자동응답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말해주고 고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같으면 번호를 주는데 거기는 번호가 없이 음성인식을 통해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조금은 나았지만 그래도 상황을 찾아 퍼즐을 맞추어가는 일이 끝이 없이 진행되었다. 안내소 할머니가 agent 를 말하하고 해서 agent를 반복하자 통신원을 바꾸어주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한없이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통신원이 바빠 기다리는지 주말이라 사람이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심심하다고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대 브라운 책이 소재가 되어 책 맨 뒤에 나오는 암호 해독이 인터넷에 나와 있다고 구글을 찾아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죽여도 결국은 통신원과 통화되지 않자 다른 번호를 하나 알려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한기산을 그렇게 소비하고 결국 포기했다. 내가 걱정한 것은 가방이 혹시 시카고 직원이 말한대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를 해 놓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허사다. 토요일 늦은 시간에 이 사람들 게으름과 겹쳐 방법이 없었다. 정말 자동응답은 현대사회에서 최악의 시스템이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자기 회사 자동응답을 한번 써 봐야 한다. 얼마나 불편한지... 안내원 할머니도 시스텝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다. 나만 당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은 포기하고 렌트카를 하기로 하고 사무실에 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뒤 네셔설 카를 밀리려고 했지만 단 한 대 남아 있는 차가 총 400불이 넘는다 도무지 말이 안되는 가격이다. 자기도 할말이 없단다. 그래서 옆의 아비스를 알아봤는데 여기는 그나마 차가 없가 헤르츠도 마찬가지... 그렇게 또 한 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마지막 방법은 택시로 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보다 돈이 더 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택시가 있었는데 얼마냐고 물었는데 우리처럼 두가지 방법으로 흥정했다. 미터롤 가는 방법은 대략 110불 정도이고 미리 정해놓으면 125불이란다. 후자를 선택하니 널찍한 승차감이 좋은 차였다. 밤이라 차 기종을 확인할 수도 없었지만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택시 안에서 안 것이지만 이 친구는 랜싱이 집이고 그랜드 래피드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자기가 11년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손님을 태우고 집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하기야 나같이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누군가의 고난이 누군가의 덕이 된다는 경제의 법칙을 다시 한번 깨달은 셈이다. 내가 부자가 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은 가난해진다는 제로섬 법칙... 지구 어느 한편에서는 전쟁을 하고 죽어야 다른 나라에서는 경제가 산다는 치열한 세계..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법칙이다.

그렇게 아침을 랜싱에서 맞았다. 20여년 전에 이곳에서 산적이 있지만 내가 머무는 이곳은 생소하다. 그 당시에 메리어트 호텔에 올 일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속옷을 삼일간이나 입으려니 찝질했지만 방법이 없다. 다행이 AA 비행기에서 받아둔 칫솔이 있어 양치질은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제까지 이것이 고작 내가 잘한 일이다. 근처 아침 식당을 찾았지만 눈에 익은 식당이 없어 그냥 호텔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컨트리 오물렛을 먹었는데 그 양이 장난이 아니다. 오물렛 크기하면 들어가 있는 햄.., 감자 무침, 구운 빵 두 조각, 배가 고파 모두 다 먹었다. 그래서 여기 있으면 살찐다는 말이 맞다. 맛은 그런대로 좋았다. 하기야 배고프면 모두 맛있을 것이다. 그렇게 든든히 먹고 프론트에 말해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마이크라고 소개하는 기사가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었다. 친절한 사람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일요일 오전이라 일하는 직원이 거의 없었다. 안내소에 물어 직월 찾아 이야기하자마자 짐표가 AA라 잘 모른다고 한다. 화가 나 가방이 여기에 있는 것을 다 확인하고 왔다고 하니 그때야 이름을 묻고 가방을 찾아준다. 정말 한심하다. 이번 일을 통해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게을러졌다. 시스템은 느슨하게 돌아간다. 언젠가 경쟁력을 잃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또 부자는 방해도 삼년이라고 미국이 실제적으로 경쟁력을 잃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죽기 전에 세상이 바뀔 것이다. 

그렇게 가방을 찾으니 세상 모든 것을 갖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가방속의 내용은 결국 내 옷가지, 속옷, 양말 등이다. 돈으로 치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없으면 안되는 소중한 것들이다.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돈으로 흥정이 안 되는 것들이다. 한번의 실수로 많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실수는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후의 처리과정도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실수없는 인생은 없다, 실수는 내 인생의 일부이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통해 내가 형성되는 것이다. 꿀같은 단잠을 자고 오후에는 일어나 돌아보니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다. 눈에 익은 곳들이 보인다, 미시간대학 유니온, 그랜드 에비뉴 상의 음식점들... 못보던 수시 및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식당이 생겨 보니 4시 이후에나 연단다. 우리글을 보니 반가웠다. 그래서 학생들을 연락해보니 마침 모두 도착해 있었다.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들이라 모여서 모처럼 나는 순두부를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2주만에 먹어보는 김치 맛이 정말 꿀맛이다. 바에서 맥주들을 한잔씩하니 이제 다시 이곳에 적응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또 이곳 생활 시작이다. 호텔에 짐도 있으니 내일부터는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겠다.

블랙 포스포러스 미팅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60여명 정도... 학생들이 많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일까.. 어느 분야든지 새로운 개념에 대한 열망이 크다. 새로운 물질에 대한 열망도 그만큼 크다. bp는 새로운 물질이 아니다. 이미 50년대에 사람들이 한번 살펴보던 물질이다. 성냥에 쓴느 재료가 바로 붉은 포스포로스이다. 그런데 왜 새로 사람들이 쳐다볼까..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마도 2차원 평면구조에 대한 현재의 붐 결과일 것이다. 2차원 물질중 성능이 좋은 재료. 특히 반도체 재료로서 이동도가 높게 나오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값도 허상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측정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이 재료가 0.3 eV 정동의 적은 값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팅에서 알았지만 포논 밴드갭도 존재하니 우리로서는 hot carrier dynamics에 좋은 재료일 가능성이 있다. 시작하는 분야이니 아직 대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은 분야이다. 발표도 질문시간이 더 많다. 오후는 자유토론 시간이다. 수 많은 질문과 의견들이 나온다. 학생들도 질문이 많다. 아마도 직접 일하면서 생기는 의문들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면이 부족하다. 이런 식의 공개 토론이 되면 우리는 얼마나 토의를 활발히 할 수 있을까. 이런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우리는 왜 그렇게 나이와 권위를 의식할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의식하면서도 정작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은 적다. 겉으로만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제가 잘나면 얼마나 잘 났는데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대우를 해 준다. 어쨌든 모처럼 모르는 주제에 대해 마음놓고 토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첫날은 그렇게 토의가 끝나니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호텔에 돌아와 헬스를 하니 조금 나아졌다. 수영장도 있고 수영복도 가져왔지만 수영은 별로다. 3일이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노트르담 대학에 왔다. 30년전에 학생때 학회가 있어 처음 와 본 곳이다. 촌 동네지만 학교 안의 시설은 기가 막히다. 돈이 많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저녁 8시가 넘어서 늦게 도착했는데 후아민이 기다리고 있다. 알란도 그 시간까지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미국사람같지 않고 굉장히 친절했다. 덩치가 크지 않고 마른 편이라 신경이 날까로운 것은 인상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주 친절하다.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강가에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고기가 재대로 구워져 있어 아주 맛있는 햄버거를 먹었다. 이곳의 지명이 사우스 밴드인데 그것은 이곳을 돌고 있는 강이 구부려져 만든 지명이란다. 세상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학교 안에 있는 모리스 인은 별 다섯이다. 모든 시설이 편하다. 사람들은 모두 의도적으로 느껴질 만큼 친절하다. 학부 학생들에게 모든 시설을 최대로 제공하려는 학교의 의지일 것이다. 인이라는 이름이 싼 모텔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이곳은 전혀 다르다. 침대, 방 크기, 샤워실, 타월, 책상 모든 것이 정말 별 다섯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불이 되지 않으니 시골은 시골이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밥을 먹었다. 커피를 포함해 14불이면 전혀 비싸지 않다. 서비스하는 아줌마는 웃으면 눈꼬리가 내려가는 친절한 서비스를 한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심각하다가도 손님과 이야기할 때는 눈꼬리가 내려간다. 아침에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알란이 호텔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모든 직원이 친절하다. 과의 비서도... 친절이 모두한테 몸에 베어있다. 미시간대학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분위기이다. 학교의 모든 건물이 같은 벽돌 같은 색깔이다. 건물의 놓이도 4층으로 제한되어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넓고 잔디와 나무로 나뉘어져 있다. 건물 내부 복도는 불필요할 정도로 넓다. 곳곳에 휴게실이 있고 의자가 편하게 이리 저리 놓여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흔적이 보인다. 교실도 우리가 보는 그런 식의 의자 배열이 아니다. 그룹끼리 토의할 수 있도록 책상괴 의자가 옹기 종기 모여있다. 책상 의자가 단순하지 않다. 분위기가 응접실이다. 하기야 학생수가 적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도매급으로 모여 공부하는 우리하고는 너무 딴 판이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마인드는 어떤 상태일까.. 사회 생활을 잘 할까... 특권의식에 사로잡히진 않을까.. 
           
 아침부터 여기 있는 친구들과의 면담이 빽빽이 채워져있다. 여기서는 전자과라 모두 소자에 괸심이 있다. 터얼 소자다. 그것고 밴드-밴드 터널이다. 한가지 깨달은 것은 터널소자에서도 OFF CURRENT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다. 이것을 배우면 우리도 다른  분야로 접목이 가능할 것이다. 또 doping 위해 전해질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이용한 gate 는 많이 있었지만 doping에 이용한 경우는 생소하다. 개념을 증명하는데는 제일이다. 또 이곳을 방문한 한국 교수가 있어 고전력소자에 대한 연구를 배웠다. 여기서도 소자에 대한 경쟁이 있었다. 세미나는 생각보다 질문이 날카롭지 못했다. 전자과라 그럴 것이다. 우리는 재료가 강하고 여기는 소자가 강하니 공동연구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모였다. 저녁에는 알란이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로코라는 피자집에 데려갔다. 약간 짠 맛이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이태리 사람이 많은지 식당은 정말 시끄러웠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몸무게가 어느 정도 늘었을 것이다. 피할 수가 없다. 음식이 기름지다. 피자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학교에 다시 돌아와 알란이 직접 실험실 투어를 해 주었다. 연차보고를 다음주에 앞두고 내가 방문에 귀찮을 법도 하지만 직접 챙겨주니 고마웠다. 헤어질 때는 본인이 먼저 공동연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모두한테 좋은 일이다. 여기서는 소자를 많이 배울 것이다. 우리와 접목하면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낼 것이다.

시카고에 운전해 공항으로 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처럼 네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프린트해 온 지도에 의존하니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어 저녁에는 지도를 살펴봤다. 렌트카에서 준 지도와 한국서 프린트해 온 지도가 달라 자세히 보야야 했다. 렌트카 지도가 더 엉성하다. 똑같이 길 안내를 프린트했는데 가르쳐주는 길이 다르다. 참 신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길안내가 더 확실하다. 여기서는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모두 친절하게 무언가 하지만 잘 맞지 않는다. 실제로 운전해보니 한국 길안내가 더 정확하다. 중간에 가야 할 길이 막혀 다른 곳으로 왔다. 마지막에 공항에서 렌트카 반납하는 신호를 놓쳐 공항 한바퀴 돈 것만 빼고는 비교적 수월하게 왔다. 마지막 톨게이트는 동전만을 받는데 동전이 1.35만 있다. 15전이 부족하다. 다행히 렌트카에 물어보니 인터넷을 통해 일주일 이내에 내면 된단다. 도무지 사는 것이 편한 동네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괜찮겠지만 나이들어서 살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나라일 것이다. 

그렇게 긴 3주간의 여행이 끝나간다. 시카고 공항 휴게실에 오니 이제 다  끝난 것 같다. 칼 휴게실이 형편없다. 한국 음식이 전혀 없다. 그래도 편히 않을 수는 있다. 지난 3주가 힘들기 보다는 정신없이 배운 시간인 것 같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공동연구도 많이 하기로 했다. 몸이 힘든 것에 비해 많은 것을 얻은 여행인 것 같다. 이제는 돌아가 밀린 일을 해야한다. 짜증내지 않고 차근차근하면 또 해낼 것이다. 논문이 많이 밀려있다. 또 하나씩 해 나가면 된다. 여행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실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다.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