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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2014-10-26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4-10-26
  • 조회수1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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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퍼옴

핀란드는 에스코 때문에 자주 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헬싱키 북쪽으로 500 km를 달려갔다. 헬싱키에서 요한수로 가는 비행기가 있지만 에스코가 차로 가자고 해서 마루야마, 얀리, 루소가 모두 모여 움직였다. 헬싱키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였지만 에스코가 공항에 나와 덕분에 편히 호텔에 올 수 있었다. 아올토 대학에 게스트하우스를 자랑한다고 나를 거기에 넣어주었다. 장기 방문연구자가 머무르기에 딱 좋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발코니까지 있어 고기도 밖에서 구어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방도 널찍해서 생활하기에 아주 편했다. 침대가 거실에 있으니 스튜디오 형식이다. 샤워실이 달라졌다. 전에는 밖으로 샤워 물이 나오면 물이 차 신경 쓰였는데 이제는 반쯤 열어놓고 그냥 해도 된다. 대신 바닥을 기울려서 물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했다. 독일의 새로 지은 호텔도 같은 방식인 것을 보니 요즘 새롭게 채택한 방식같다. 모두 진화하는 것이다. 저녁은 바로 옆 라디슨 호텔에서 먹었다. 여전히 아침은 푸짐하다. 유럽의 전통인가. 아침의 뷔페가 풍성하니 하루가 든든하다. 

아침 열시에 도착하기로 한 에스코가 거의 한시간이 지나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빌리기로 한 렌트카가 교통사고가 나 주인이 쓰던 차고 몰고 왔다고 늦었다. 오래되고 지저분했지만 12인용 큰 차라 괜찮았다. 도심을 벗어나니 끝도 없는 숲 길을 달렸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섞여있는 전형적인 핀란드 숲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500 km 달리는 동안 모두 한결같은 그림이었다. 소나무는 모두 잘 가꾸어져 있어 하늘을 항해 곧바로 자라고 있었다. 500만 인구가 어떻게 이들을 모두 가꿀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에스코는 그것이 자기네 나라의 자랑이었다. 아마도 캐나다와 핀란드가 주 목재 수출국일 것이다. 어느 한 곳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오후 3시가 지났다. 아마도 절반은 더 지났을까... 에스코가 중학교 다니던 고향이 중간에 있었다. 자기 실제 집은 호수 반대편 30 km 떨어진 곳이란다. 조그마한 읍이지만 고성도 자리잡고 있어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호텔도 많이 눈에 뜨인다. 굉장히 큰 호수가 있고 관광용 보트가 호숫가에 자리잡고 승무원들이 승선을 유도하고 있다. 날씨는 무더워져 있었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버틸만 했다. 호수에 자리잡고 있는 보트에서 점심을 먹기로 들어갔다. 예쁘장한 할머니가 우리가 들어가자 음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미 에스코가 돈 내기로 한 것을 눈치채고 우리한테 비싼 연어 뷔페를 유도했다. 나한테는 호수에서 잡은 손가락만한 고기를 살짝 튀겨놓은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싼 편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서양사람들은 이런 경우 더치페이가 보통이지만 우리나라 습관을 아는 에스코가 돈을 모두 낸다고 한 것이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프랑스인 모두 나 때문에 덕 본 것이다. 내가 할머니 눈치를 무시하고 먼저 생선을 선택하니 모두 따라서 생선 매뉴를 선택했다. 할머니는 나를 보더니 많이 먹을 것 같다고 생선을 더 많이 튀겨 온다고 했다. 의외로 고기맛이 간이 맛고 고소했다. 덕분에 다이어트를 잊고 16마리나 먹었다. 시커먼 빵도 이 지역 맛이라고 먹었는데 씹는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도 한참을 달려 저녁 8시에나 휴마니라는 곳에 있는 휴양지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도 중간에 좋은 호수에 들려 쉬기도 했다. 정말 호수도 많고 나무도 많은 동네다. 끝도 없는 한결같은 키 큰 소나무 전나무 숲... 중간 조엔수라는 읍에 비행장이 있는데 비행장에서도 30분이나 북쪽으로 올라갔다, 소련 국경이 30 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나라도 큰 나라와 구경에 접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고생이 심한 나라였다. 사람 사는 곳이란 것이 늘 그렇게 분쟁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 근처 오두막이었다. 시설은 역시 가족이 와서 지내기 좋도록 모든 것이 갖추어진 리조트 타입이었다. 큰 호수가라 수영도 즐기는 곳이다. 방마다 사우나 실이 준비되어 있다. 첫날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쓰지 못했지만 매일같이 사우나를 각자 방에서 즐기니 너무 좋았다. 저녁은 뷔페형식으로 시골 맛이 나는 음식들이어서 모두 좋았다. 단순히 껍질 벗겨 삶은 통감자, 설탕하나 없는 쿠키, 야채등이 신선해서 부담이 없었다. 음식은 전혀 기름지지 않아 나한테는 아주 좋았다. 베이컨 빼고는... 왜 그렇게 기름지게 먹을까... 바삭한 맛을 모를까...            
일주일간 학회는 생각보다 유익했다. 우리가 관심있는 carrier dynamics에 관한 토크가 많아 많이 배웠다. 이곳은 소련이 가까워서 그런지 소련 사람들이 많이 왔다. 학회를 주관한 동핀란드 대학의 유리교수도 원래는 모스크바 출신이다. 소련사람들의 휴양지라니 실감이 간다. 알렉산더 교수는 온 가족이 물리학자이다. 부인 아들 딸 모두.. 그래서 모두 같이 왔다. 무척 부럽다. 이곳은 이들한테는 여름 겨울 휴양지란다. 지금은 버섯, 베리, 고기잡기가 적기란다. 북쪽이라 오로라를 보기를 기대했지만 낮이 밤 11까지이니 오로라를 못 본다. 오로라를 보려면 긴긴 밤의 추운 겨울에 와야 한다. 다음날 아침부터는 에스코, 디미트리 셋이서 테니스를 쳤다. 대학원 때 이후로 쳐보니 않았으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날이 갈수록 나아졌다. 몸이란 참 신기하다. 30년이 지나면 다 잊을수도 있을텐데 기억을 하고 있다. 유도야 10년만에 다시 해서 그렇다 치지만 테니스는 참 신기하다. 몸이 받쳐주기만 하면 가능하단 이야기인가.. 

목요일은 마지막 날이라 자전거를 빌려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옆 호수가 물이 맑다고 해서 그쪽을 추천하여 가 보기로 했다. 여기 호수 물은 낙엽 썩은 불그스레한 색깔을 띠고 있다. 실제로 낙엽이 썩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일부 호수는 빙하기 때부터 존재했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유기물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오면서 만난 중간 호수는 우리나라 호수처럼 맑았다. 모를 일이다. 호수에서 나는 고기는 얼마전 먹었던 큰 멸치같은 작은 고기와 연어, 숭어 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붕어게열은 없는 것 같다. 하기야 붕어는 일급수에서는 자라지 않는 종류다. 우리처럼 지저분한 호수에서 자라는 기종이다. 여기서 자라는 기종은 그리 많지 않은 듯 싶다. 알랙산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리 고기가 잘 잡히는 것 같지는 않다. 자전거 타기는 오후에 날씨가 덥고 생각보다 언덕이 있어 쉽지 않았다. 기어라고 있기는 하지만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 기어라 그리 치차의 비가 크지 않은지 별 효력이 없었다. 덕분에 다리 훈련을 잘했다. 10km 이상을 달리니 호수가 있기는 했지만 수영을 할만한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할수 있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모두 가정집이 소유하는 사유지였다. 호수를 가꾸지 않은 탓이다. 오면서 숲속에 들어가 blueberry를 따먹었다. 손에 한웅큼 쥐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올해는 가물어 크기가 크진 않지만 맛은 오히려 상큼하고 약간 싱거웠지만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알고 보니 핀란드 숲 전체가 베리 밭이다. 소련 사람들이 베리를 따러 온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한없이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나무들의 움직임을 잘 볼 수 있었다. 자작나무의 잎새 부딪히는 소리가 숲 전체를 채웠다. 바람이 그렇게 센데도 움직이는 것은 자작나무이지 정작 사이사이 소나무는 바람을 덜 탔다. 그러고 보니 자작나무의 역할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작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소나무에 비해 훨씬 빨라 소나무를 베고 나도 자작나무를 심어놓으면 숲이 황폐해지지 않는다. 또 잎사귀를 많이 달고 있으니 바람이 불면 바람 막이 역할을 해 소나무가 바람에 피해보는 확률을 낮게 해분다. 정말 바람이 부니 자작나무 잎사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정작 소나무는 그냥 그대로 서 있다. 또 잎사귀가 떨어져 거름이 되니  숲에게 영양분을 제공해 준다. 핀란드 사람들의 지혜같다. 나무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자라는 비결이 따로 있을 것 같다. 중간 이하의 가지가 썩고 그 부분의 색깔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아 약품 처리를 하는 것 같지만 확실치 않다.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인 것 같다. 또 우리는 소나무 해충에 피해를 많이 보는데 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뭔가 비결이 있다. 나무 중간 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비결일까.. 해충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혹은 온도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는 추우니 해충이 살기가 힘들 것이다.

이 곳은 참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다. 소련 국경이 30 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위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지구 끝 북극이 가까워진다. 올 때는 토요일 2:30 비행기인데 기차가 처음이 아침 9:17분인데 1:30에 헬싱키 도착이다.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 금요일 기차를 타고 나가 헬싱키에서 하루 자고 공항에 가기로 했다.  누구는 택시로 직접 가라고 했지만 택시비가 300 유로가 넘으니 그리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막상 경비를 계산해보니 돈은 거의 그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여행하는 셈치고 기차 여행을 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조엔수까지 60유로이니 꽤 비싼 편이다. 기차 역은 그야말로 옛날 시골 역이다. 의외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은 정시에 오는 기차가 없다. 내가 타는 기차도 40분 늦게 출발했다. ic 기차라 의외로 깨끗했다. 기차는 의외로 덜컹거림도 없이 미끄러지듯 잘 나간다. 2층 내 자리로 가니 왠 덩치 큰 여자가 옆 좌석에 있다. 차가 좁아 무척 불편했는데 차창가라 나가기도 힘들다. 여자는 타자마자 손톱에 메니큐어를 칠하기 시작한다. 그 냄새가 여자의 육중한 몸처럼 내 코를 자극하여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것도 한참을 반복하더니 음식을 꺼내 먹고는 이내 잠이 든다. 나도 아침에 테니스를 하고 나온 터라 졸려 한참을 잤다. 그러나 밖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4시간 이상 참으로 고역이었다. 내 평생 살면서 여행을 많이 해 봤지만 옆에 예쁜 여자가 앉은 적이 없다. 하기야 내가 못생겼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인생은 불공평하다. 가끔은 그런 운이라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핼싱키에 도착하여 무작정 밖에 나가니 옆 골목에 라디슨 호텔이 눈에 뜨인다. 다행히 자리가 있는데 130유로 정도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성수기라고 회원이 있어도 디스카운트가 없단다. 회원제도의 또 다른 맹점이다. 그럼 회원은 비수기만 다니라는 것인가..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재미있는 것은 어디든지 와이파이가 있지만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다. 휴마니에서도 그랬다. 신기하다. 전화기가 고장인가 의심했지만 공항에 오니 통화되는 것으로 보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른 시스템인가... 점심을 걸른 터라 배가 고파 옆에 나가 피자 한판을 시켜먹었더니 배가 불렀다. 호텔 아침은 지난 2주동안 다닌 어느 곳보다 다양하고 풍성했다. 다양한 빵, 야채, 통감자, 버섯, 토마토, 소세지, 야채, 다양한 베리 요구르트, 과일, 통사과, 통귤, 수박, 바나나 등 끝이 없다. 든든히 먹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많이  먹을 수 없다. 아침에 공항버스를 타니 고작 5유로였다. 여기도 젊은 친구들이 몰려다니며 여행하는 것이 보인다. 여름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게 살지 못한 나에 비해 젊은 세대가 부럽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공항에 오니 짐 체크하는 시스템이 특이하다. 상자를 보통 앞 뒤로 움직이는 것이 이 사람들 큰 일중의 하나인데 바닥을 통해 콘베이어로 지동적으로 이송하게 한 점이 특이하다. 사람 손이 줄어든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일자리가 주는 일은 없겠지... 일찍 도착한 터라 쉬려고 라운지를 찾았지만 어메리칸 에어라인 라운지가 체크인을 최종적으로 한 다음 안 쪽에 위치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마도 이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