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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2014-10-26

  • 작성자이영희
  • 등록일2014-10-26
  • 조회수12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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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anotube.skku.ac.kr/weekly.html 에서 퍼옴

유럽에 온지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암스테르담에서 3일 묶고 브레멘에서 3일 묶고 다시 이곳 암스테르담 공항이다. 암스테르담은 암스텔과 댐을 합친 말이다. 댐으로 막은 암스텔 도시인 것이다. 여기는 말 그대로 물 천지다. 내가 묵은 에스테리아 호텔도 커낼 옆이다. 호텔 이름도 이곳을 시작한 어느 아줌마의 딸 이름을 땄다. 최근에 개조해 작지만 아주 편리한 곳이다. 이곳은 이태리 베니스보다 더 물이 흔한 곳이다. 도시 여행이 운하 중심으로 되어 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운하 물을 퍼내야 한단다. 도시 전체가 해수면 이하이니 다른 방법이 없다. 겨울에는 얼어서 모두가 스케이트로 출근한단다. 네델란드가 스케이트에 강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도 그런 친구들을 이기는 우리나라 몇몇 선수들도 대단하다. 타고난 재능을 노력으로 이기는 이치와 같다. 더치와 도이치의 차이도 처음 알았다. 더치는 네델란드 사람이고 도이치는 독일 사람이다. 네델란드 사람들한테 도이치라고 하면 기분 나빠한다. 나라는 작지만 자부심이 강하다. 더치 패이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우리한테는 이기적으로 보이는 방식이지만 아마도 모두 개인적인 이들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모두 독립적이란 말도 된다. 내가 머무는 동안 톰 교수가 거의 모든 돈을 지불했으니 이것도 친구사이에는 통용이 되지 않는 말인지 모른다. 대학 건물 사이사이에 홀로그램으로 바닥에 연구테마를 그림으로 하나씩 표현한 것이 신기하다, 유명한 교수들 연구결과를 이쁜 그림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톰 것도 있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이들의 태도가 부럽다. 우리는 사회주의적 개념이 강해 (거의 개인의 질투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들이 사회주의 경향은 더 강하니 말이다.)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생각들이다. 건물에 이름을 달지 못하는 우리 풍토도 이와 비슷한 개념들일 것이다.

이틀동안 정신없이 이들과 토의했다. 한시도 나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나는 그게 좋았다. 이들이 하는 일을 듣고 우리가 배울 점, 또 우리가 이해못하는 것,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모두 토의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내 그룹에 비해 작은 그룹이지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모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carrier dynamics 분야도 무엇이 문제인지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제대로 문제의 핵심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다행이다. 우리가 공격하고 있는 문제가 톰 입장에서 봐도 새로운 것임을 보니 우리가 제대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자랑스럽다. 그래 그럴 때도 있다. 인생이 그래서 재미있다. 그러나 항상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겸손해야 한다.       
톰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정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열심이다. 아직도 토의할 때 보면 대학원생 같다, 그의 삶은 무척 전투적이다. 토의에 양보가 없다. 공격적이다. 재미있다. 지금이 자기의 최고라고 생각하고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폴란드에서 늦게 공부를 시작했으니 자기는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유대인으로 수용소에서 삼촌을 2차대전 동안 잃었다. 아버지는 다행히 살아남았단다. 그러나 본인은 캐톨릭으로 개종했다. 최근에 임용한 젊은 주니어 교수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그런 자기의 고민을 내게 다 털어 놓는다. 그런 실패적인 자기 모습을 인정한다. 여기서도 사람 사는 것은 똑 같은 모양이다. 신뢰, 배반, 실망 이런 것들... 덕분에 나도 그런 고민을 같이 눌 수 있었다. 나의 문제들... 신기하다. 과학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왜 그럴 수 있을까.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도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이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주어지는 덤의 삶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도구와 싸운다. 내가 세운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반복한다. 덕분에 사람 만나기가 힘들다. 대신 우린 지구의 또 다른 곳에서 같은 주제를 갖고 싸우는 사람들과 공통언어가 있다. 그것은 논리의 옳고 그른 것에 관한 것이다... 가치의 옳고 그른 것에 관한 객관화가 아니고 진실한 과학 논리의 옳고 그름에 관한 해석이다. 틀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의 한계내에서.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실험실에서 싸운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좋은 친구 하나를 얻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네델란드 사람들은 아주 재주가 있다.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 성실하다. 이것은 아마 이들 선조들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암스테르담이 홍수가 나자 여기 살던 사람들이 모두 피신을 갔다. 후에 이들은 이곳에 물이 마르자 다시 돌아와 도시를 건설했다. 물을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운하를 만들었다. 물을 퍼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왜 하려 했을까.. 고향이니까.. 나 같으면 돌아 오지 않았을텐데... 자기들이 이주한 곳이 여기보다 더 나빴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뿌리가 여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이 가져다 주는 이득도 있었을 것이다. 잘만 이용하면... 그렇지만 살기는 척박한 곳... 집을 짓기 위해 진흙 아래 수십미터 기둥을 박아야했다. 암스테르담 집들은 모두 폭이 5-6 미터이고 3-4층집이 기본 모듈이다. 간혹 조금의 차이는 있어 보이는 곳도 있지만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그들 집이 옆에서 보면 거의 삐뚤삐뚤하다. 앞으로 기울어진 집, 옆으로 기울어진 집, 뒤로 기울어진 집... 모두 각자의 기준으로 기둥을 박고 집을 짓고 그 기반이 다르다 보니 오랜 시간 뒤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아무 불편함 없이 다 잘 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집이 모두 이렇다. 현대식 건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암스테르담 대학도 10미터 마다 기둥이다. 그래서 강의실동 기둥 뒤에는 책상이 없다. 빽빽한 책상이 익숙한 우리에게는 오히려 여유로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현실이다. 운하가 많다보니 곳곳에 수상집도 보인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수상 꽃시장도 있다. 이곳을 통해 꽃 경매가 이루어지고 전 세계로 꽃이 팔여간다. 튜울립 뿌리가 여기서는 주식이란다. 하나의 뿌리가 몇천유로가 넘어가는 것도 있다. 운하의 물이 고여 있으니 어느 정도 더럽지만 베니스처럼 더럽지는 않다. 하루에 한번씩 물을 갈아주고 있는 탓이다.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잘 살기가 이렇게 어렵다. 여기도 얼마전까지 석유가 났었단다. 이제는 거의 바닥이 나고 열심히 일해서 수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다. 가진 재산은 인력... 작은 나라지만 인구가 천만이 넘으니 유럽에서는 잘 사는 나라다.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여기사람들은 그래서 나라를 완전히 개방했다. 국민 모두가 최소 3개국은 말한다. 학교에서는 영어가 공통언어다. 그러나 공식 글은 모두 더치다. 생소한 글이다, 독일 말과는 완전히 다르다. 뜻을 유추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북유럽 말과 소리가 비슷하다. 아마도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 일것이다. 말을 개방한다해도 우리 말은 우리 것이다. 네델란드 사람들의 애국심은 우리 못지 않다. 우리 한글이 다른 글에 비해 아주 과학적이고 우수하니 겁낼 것도 없다.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외국과 교역이니 말을 잘하지 않으면 절대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전에 젊었을 때는 외국에 다니면서 서비스하는 사람들이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는 써를 붙이면서 우리한테는 홀대하는 것 같아 차별한다고 기분이 나빴었는데 지금은 모두 나한테 써를 붙인다. 내가 나이든 탓도 있지만 아마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 그들이 차이를 못 느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언어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미국에 사는 교포 이세들이 동양인이라고 대놓고 업수이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언어는 배운다는 것을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과 동일하다. 무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곳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물건을 잘 팔 수 있다. 언어를 잘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어렸을 때 교육이 꼭 나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리 문화를 잘 교육시키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자인하는 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