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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스트레스

  • 작성자Center for Integrated Nanostruture Physics
  • 등록일2017-07-31
  • 조회수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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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을까?

그 옛날 수렵하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스트레스가 없었을까? 음식이 풍부한 곳에서는 별 스트레스가 없었겠지만 음식이 귀한 곳에서는 가족을 위해 늘 음식을 염려하고 때로는 사냥을 하기 위해 먼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위험에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때도 때로는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을 것이고 먹이가 부족해 고민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렇게 생각하면 힘 빠진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패러다이스는 없는 것일까..

아마도... 
그런데 그런 패러다이스에서 살면 그냥 마냥 행복할까? 불행히도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 그러면 심심하고 심심해지면 지루해지고 그러면 따분함이 생겨 행복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어도 힘들다 투정이고 너무 편하면 편하다 투정이니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이상한 동물이다. 정말 다루기 어려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난 평생을 학교를 떠나 산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일부 기간을 뺴고는... 어느샌가 연구라는 것을 업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것 같다. 때로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다 하애졌고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파 버티기 힘들 때도 있었다. 또 얼굴을 보면 스트레스로 일그러진 나를 볼 때가 일쑤였다. 이제는 스트레스 때문에 병도 생겼으니 과연 스트레스가 나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스트레스를 학생들도 연구원들도 모두 받고 있다. 이들 얼굴만 봐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번 학기 들어 스트레스로 이름도 모를 병에 결려 고생하는 학생들을 본다. 나이가 젊으면 스트레스를 버티는 힘도 더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요즈음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한테나 온다. 엊그제는 여름학교에 온 중학생이 갑자기 떨어진다. 알 수 없다. 온갖 이유가 있겠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 

워낙 주위에 이런 사람이 많다보니 이것도 모두 내 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몰아붙인 탓일까. 하긴 난 는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갑이라고 생각하니 스트레스의 제공자가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잘 사는 법은??

모든 삶이 그렇지만 정작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 없다. 연구라는 것 자체가 모르는 것을 탐구하여 밝히는 것이니 연구 자체가 스트레스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흥미진진하지만 그에 따른 모든 스트레스를 다 몸으로 받을 수 있을 때에 그렇다. 연구는 그야말로 속성 자체가 실패가 원래의 모습이고 결과가 잘 나오면 그건 기적이거나 연구의 목표가 잘못 설정된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없으면 언구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이정도이고 거기에 연구과제의 마감일이 걸리거나 경쟁자와의 경쟁을 생각하면 이 스트레스는 배가되어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제일 심하게 받았을 때는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과제가 이미 논문으로 다른 사람에 의해 출간될 때일 것이다.  또 논문을 투고했을 때 리뷰어로부터 정신 나간 의견으로 논문이 거절 당했을 때이다. 그 분노, 절망감을 쉽게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소화시키고 또 일어서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어려운 연구를 통해 졸업하기도 쉽지 않고, 또 졸업한다해도 취업이 또 그리 쉽지 않으니 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또 만의 하나 졸업에 실패하면 소위 plan B가 없으니 그것 또한 답답할 노릇이다. 

그 어느 경우건 스트레스를 피할 방법은 없다. 연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또 스트레스가 없다면 그럼 연구를 즐길 수 있을까?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니 그 어느 경우도 해당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그러면서도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연구를 즐길 수 있으려면 결국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답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으니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는 루틴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람마다 그 루틴은 다르다. 잠을 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에 대학원 때는 주 중 부족한 잠을 주말 금요일 저녁 몰아서 토요일까지 잤다. 그러고 나면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몸도 가벼워져 또 공부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온 후로는 만화방에 자주 갔다. 그렇게 머리를 다른 곳에 세척하고 나면 다시 집중 할 수 있었다. 요즈음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운동하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일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제는 이런 예상을 포기하고 현실을 그냥 받아들였다. 일은 내가 무덤에 들어가면 없어질 것이다. 내가 숨쉬는 한 일은 내 곁에 있을 것이고 그래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핼스하면 체력이 보강되고, 골프는 내 머릿속을 세탁해준다.  오로지 볼에만 집중해 치다보면 어느새 머리는 맑아진다. 골프를 처음 친 몇 년전 나는 극심한 투통에 시달렸다. 그러나 골프장에만 가면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면 며칠은 버틴다. 가끔 술을 마셔 해소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랑 술 한잔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그런데 이런 해소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모두 주어진 상황속에서 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는 버퍼를 장착해야한다.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또 적절한 스트레스 없이는 사람은 발전이 없고 발전이 없으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겨낼 방법을 따로 찾자. 그것이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