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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 작성자Center for Integrated Nanostruture Physics
  • 등록일2017-05-07
  • 조회수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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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일까? 이렇게 맑은 하늘, 신선한 공기, 먼 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내 어렸을 적 기억엔, 눈 덮힌 초봄엔 맑은 하늘 날, 논 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고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추워도 아!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 때는 맑은 하늘은 그저 일상이었고 신선한 공기는 그저 주는 공짜였다. 고마움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던 것들이 이제는 보기 드문 일들이 되었고 더 이상 공짜가 아니 일들이 되어 버렸다. 모처럼 점심때 밖을 나가보니 세상에 이런 일들이... 어느새 봄이 와 버린 것이다. 햇살은 따갑고 푸른 하늘은 저 멀리 아지랑이처럼 새록새록 익어 있었다. 얼마전 소치 산에서 본 풍광들이 학교 교정 내 눈앞에 벌어져 있었다. 

점심 이후에 나는 그냥 사무실에 앉아 일하기가 아까워 영조를 꼬셨다. 모두 밖으로 나가자고... 그러나 모두 만만치 않다. 그때부터 4시까지 기다려도 나가자고 하는 사람은 고작 10여명 뿐.. 대부분 일에 잡혀있다. 고맙다고 해야할지... 미안하다 해야할지 도대체 갈피가 안 선다. 그래도 모두 모여 택시를 타고 가까운 만석공원에 갔다. 그 사이 안 본 사이 만석공원도 너무나 좋은 곳으로 변해있었다. 축구장, 도보상에 흐르는 시냇물, 나무와 꽃들... 봄바람이 제법 셌지만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되어 정말 봄맞이 꽃길이었다. 이름 모를 물새가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봄맞이 소풍을 나왔다. 까만 깃털에 빨간 머리 장식이 너무도 예쁜 그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모두 들뜬 표정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 사는 모습들일까.. 연구실에서 나와 이런 시간을 아이들과 가지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언제 이런 날이 또 올 수 있을까. 이런 것도 내 삶이고 연구실에 쳐밖혀 있는 것도 또한 내 삶이다. 그저 순간 순간을 감사하게 즐기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하든 간에... 내 마음따라...

저녁은 근처에서 먹었다. 낙지가 매웠지만 아주 맛이 있었다. 밥하고 비벼먹으니 딱이다. 모처럼 모여 이차까지 가서 막걸리를 마시니 사람 사는 것 같다.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박사의 취중 농담은 모두에게 좋은 안주감이다. 이 모두를 사랑한다. 이것이 사람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렇게 같이 먹을 때는 너무 음식을 절제하지 못해 탈이다. 같이 어울리니 술도 마시게 된다. 몸이 아픈 것도 저기 멀리 갔다. 아닌게 아니라 그 다음날 몸무게를 재보니 또 1kg 늘었다. 하긴 뭐 대수인가. 또 빼면 된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이런 시간이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