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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 주는 의미

  • 작성자Center for Integrated Nanostruture Physics
  • 등록일2017-04-02
  • 조회수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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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 스페인에서는 한국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긴 지구 반대편의 일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자기 앞가림하기도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고 놀랍게도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의 성숙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정부의 부패보다 한국민이 그 부폐를 평화적으로 심판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를 한국민의 성숙함, 사회의 투명성으로 이해했다. 

   사실 그동안 정치적인 소용돌이를 많이 겪어 온 나는 감회가 새롭다. 내 세대는 계엄령, 유신, 군사독재정권등을 통해 많은 것을 겪고 살아왔다. 초중고내내 박정희만 알고 있었고, 대학교 다닐 때는 같이 활동하던 학생들이 감옥에 잡혀가는 것이 부지기수였고 또 고문을 당해 죽는 경우도 있었다. 박정희가 암살을 당했을 때도 전두환이 쿠테타를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정권을 장악했다. 광주항쟁이 그 예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 1988년도 한국에서 올림픽을 처음 유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부패한 정부에 맞서 대항했고 경찰은 무자비하게 최류탄과 곤봉으로 제압하려 했다. 경찰이 최류탄을 학생을 항해 직접 쏘아 학생들을 다치게 했고 대학은 최류탄 냄새 때문에 수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급기야 교수들도 거리로 나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전주시내 한가운데 도로에서 선두에 서서 가두행진을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상황에서 말이다. 또 게엄령이 떨어지면 한 세월을 또 후퇴해야 두려움을 안고 말이다. 

   30여년이 지난 2016, 2017년 지금 나는 세월의 변화를 느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함이다. 국민의 시민의식도, 군인들의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도, 시민들을 둘러싼 경찰들의 마음도 모두 성숙해져 있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몇몇 캐비넷들만 제외하고는 모두 변해있었다. 추운 겨울날 몇 번 학생들과 촛불시위를 참여해 본 나는 많은 것이 감동이었다. 200백만명이 넘은 대규모의 집회인데도 어느 한 사람이 자리에 앉자고 하면 모두 일사분란하게 앉았다. 그것도 화장실 갈 사람을 배려해 길을 마련하고  말이다. 아무도 경찰하고 대치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히려 질서를 정돈해주는 도움자의 역할 정도였다. 경찰에 커피를 주고, 같이 사진을 찍고.  모르는 주위 사람들과 나라를 걱정하는 말을 나눈다. 노인들, 젊은이들, 초중고생, 아이들, 모두 추위에 옷을 잔뜩 끼여 입고 주말을 반납하고 온 사람들이다. 가만히 앉아 구호를 따르는 그 마음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도로를 어지럽힐까봐 어떤 봉사자들은 휴지통을 아예 메고 다닌다. 시위대가 사라진 거리는 여느 거리와 똑같이 잘 정리되어 있다. 비폭력의 현장이었다. 평화의 현장이었다. 세계 어디에 이런 광경이 있을까. 모두 말은 안해도 폭력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또 다른 거대한 폭력을 만들 것을 안다. 국제사면위원회 활동을 하던 나에게는 정말 그 당시 꿈같던 일들이 오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30년의 세월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일제 36년이, 기나긴 독제정권이, 그리고 그들과 대항해 싸워 온 우리 선조들의 피가 우리를 이렇게 성숙시킨 것이다. 이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유교 사상이 스민 우리 사회는 권력에 대항해 싸우는 것은 반역에 해당한다. 난 아직도 고등학교 시절을 기억한다. 내가 정부에 대해 비판하면 할아버지는 감히 임금한테 그럴 수 있냐고 나를 꾸짖었다. 북한이 권력을 오래 유지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린 이것을 극복했다. 부패한 권력에 대항해 싸울 수 있음이 정의롭고 애국하는 길임을 찾아낸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를 사태를 가져오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미국 중국 일본등이 자국의 이득을 위해 끈임없이 주판을 튀기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한국인의 위상은 오히려 오른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실감한다. 물론 그동안 내팽겨졌던 주위와의 국제관계회복은 다음 대통령 몫이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혼돈을 예상했던 보수 세력과는 달리 주식이 최고치로 오르고 (주로 외국인들에 의해) 국제신용평가도 오히려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우리 한국인의 투명사회에 대한 의지를 외국 기관들도 인정한다는 반증이다. 이번 여행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면을 강조했다. 사실 3개월 이상 매주 토요일 1600만명이 동원되어 시위를 한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해다. 그 사람들이 그 시간 생산성있는 투자를 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돈으로 환산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 사회에서 우리에 대한 신뢰와 신용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정말 값진 투자인 셈이다. 난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에 실망을 많이 하고 때로는 절망하지만 이번에 희망을 보았다. 그렇게 닫혀있던 검찰과 법원 모두 우리 국민들이 일하는 곳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제성장을 이룩해왔다고 자부하지만 다음세대는 우리가 이룩할 수 없었던 사회의 투명성을 이룩했다고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이 현장 한 가운데서 겪으며 또 지켜본 운 좋은 사람이다. 

  젊은이들이여 실망하지 마라. 미래는 바로 그대들의 것이다!